<아트&아트인> ‘친애하는 요릭에게’ 한선주

2022.07.28 10:27:22 호수 1385호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한선주 작가의 개인전 ‘Dearest Yoricke : 친애하는 요릭에게’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생명의 유한성, 유한의 슬픔이라는 테마로 기획됐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 등장하는 죽은 광대, 요릭과의 서신을 통해 밝혀지는 ‘삶이라는 진리’에 관한 이야기다. 



한선주의 개인전 ‘Dearest Yoricke : 친애하는 요릭에게’는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오브제와 회화 작품의 병치로 연출됐다. 1장 밤의 서신(Lettre de la nuit)과 2장 새벽의 서신(Lettre de l’aube)으로 나뉘어 아트갤러리 1과 2에서 진행된다.

사계의 겨울

‘요릭’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 등장하는 죽은 광대의 이름이다. 한선주는 ‘죽음’을 의인화해 요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간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편지 형식은 글이 되기도 하고 음악과 시, 때론 자연의 파편이 되기도 한다. 

한선주는 악보의 도입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청각적 심상을 동원했다. 관람객은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작품의 제목과 기호를 통해 숨겨진 내용을 연상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햄릿>에 등장하는 광대
죽음을 의인화·편지 형식


요릭과 대화를 나누는 화자는 ‘오필리어’호라는 욕조에 사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바깥 세계와 분명히 구분된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물에 떠 있는 요람처럼 가장 내밀하고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색과 미지에 대한 상상을 통해 유한한 인생의 구원, 감춰진 진리의 신비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1장 밤의 서신은 고전음악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1악장으로 시작된다.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긴장감, 춥고 건조한 영하의 땅에서 볼 수 있는 청명한 별의 세계를 동경하는 화자는 절대적 진리와 완전한 답을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에 살고 있다. 

춥고 메마른 땅에는 오로라와 쏟아지는 별빛이 있다. 하지만 화자의 내면은 황량하고 좁힐 수 없는 거리감으로 인해 황폐하기만 하다. 순수와 순결함, 영광의 빛에 대한 동경은 요릭과의 대화를 통해 변화를 맞는다.

2장 새벽의 서신에서는 훈습된 가치관과 맹목적 믿음으로 형성된 오필리어의 세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선주는 존 애버릿 멀레이의 작품 <오필리어>를 오마주해 자기 세계의 몰락을 묘사하면서 화자가 이전과는 철저히 다른 사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필리어호를 탄 화자
계절의 변화·리얼리티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아니라 독일 현대 음악가 막스 리히터가 재작곡한 사계의 봄 0-1악장으로 배경을 설정했다. 3세기의 시차를 뛰어넘어 화자의 존재론적 위치와 차원이 급격한 전환을 이뤘다는 것을 유추하게 한다. 화자는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통해 삶이 짧은 시간 속에 실존한다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오필리어와의 항해를 중단하고 비로소 리얼리티라는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한선주는 삶과 죽음, 불멸과 필멸에 대한 사색을 내러티브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감각의 세계와 자신의 위치를 존재론적으로 탐구하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결론으로 향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에는 중첩, 비워두기라는 조형 방식을 통해 무한한 공간과 유한성의 상징을 병치한 명상적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계의 봄

KT&G 상상마당 춘천 관계자는 “한선주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죽음이 있어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과 진실한 구원은 살아내는 삶이자 평생에 걸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번 달 말까지. 



<jsjang@ilyosisa.co.kr>

 

[한선주는?]

▲학력
홍익대 미술학과 대학원 동양화 박사 수료(2020)
홍익대 일반대학원 동양화 석사 졸업(2015)
홍익대 프로덕트디자인 학사 졸업(2012)

▲개인전
‘불멸낭만_먼지로 쓴 시’ 학고재 아트센터(2021)
‘고도를 기다리며’ 갤러리도스(2020)
‘미슈테카의 노래’ 터무니창작소(2019)
‘기와집골_한선주展’ 문화공간100(2016)

▲단체전
‘room_은둔과 안온’ 개나리미술관(2022)
‘구름에 가려진 달에게’ 갤러리 문(2021)
‘모멘텀’ 인사아트센터(2021)
‘12월의 선물’ 갤러리 느린시간(2020)
‘도보여행’ 갤러리 툰(201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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