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풍의 눈 'LIV 시리즈'

2022.07.25 10:23:04 호수 1385호

돈 앞에 장사 없는 냉혹한 현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등에 업은 ‘LIV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가 개막을 알렸다. 시작부터 천문학적인 돈 잔치가 펼쳐졌고, 유명 선수들의 연이은 합류가 예고된 상태. 하지만 골프계의 시선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찰 슈워젤(남아공)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자본(PIF)이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이하 LIV 시리즈)’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슈워젤은 지난달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인근 세인트 올번의 센추리온 클럽(파70)에서 열린 런던 대회에서 54홀 최종합계 7언더파 203타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돈잔치

이번 대회는 총상금 2500만달러가 걸린 초특급 대회다. 지금까지 프로골퍼 대회 사상 가장 큰 상금이 걸렸고, 개인전 우승상금만 400만달러, 4명이 팀을 이뤄 대결하는 단체전 우승상금도 300만 달러에 이른다.

슈워젤은 이날 개인전 우승으로 400만달러, 그리고 헤니 두 플레이, 루이 우스트히즌, 브랜든 그레이스(이상 남아공)과 함께 한 팀 경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75만달러의 상금을 추가했다. 475만달러(약 61억원)의 초대박을 터뜨린 슈워젤은 지난 4년 동안 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 394만달러보다 더 많은 상금을 이번 한 대회에서 챙겼다.

준우승한 헨니 두 플레시(남아공)도 287만5000달러(약 36억8000만원)를 받았다. 그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유럽 투어에서 번 상금은 50만154유로에 불과하다. 이날 하루 동안 5배 이상을 번 셈이다.

 

 


LIV 시리즈는 48명이 12개 팀으로 나눠 샷 건 방식으로 치러진다. 개인전과 팀전을 함께하는 방식은 긴박하게 순위가 바뀌면서 다이내믹하게 진행된다. 경기 시간이 5시간 이내라는 점은 방송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장점이다.

하지만 출전 선수의 기량을 향상시켜야 하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일반 대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8명의 선수가 3일간 컷오프 없이 경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3일간의 경기 결과 언더파를 친 선수는 9명이고, 10오버파 이상이 15명이다. 최하위인 앤디 올기트리(미국)는 24오버파로 부진한 경기를 펼쳤다. 47위를 한 이니팟 부라나탄야랏(태국)도 23오버파를 쳐서 우승자와는 30타 이상 차이가 났다. 다만 유명 골퍼들의 추가 합류가 이어질 경우 LIV 시리즈의 경기력은 향후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2018년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가 대표적이다.

개막전부터 통 큰 현금 다발
기존 무대 버리고 갈아타기

디섐보는 LIV 시리즈 창설 얘기가 나온 직후부터 이적 소문이 돌았다. 디섐보는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2020년 US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최근 손목 수술로 인해 경기를 나서진 못한 바 있다.

패트릭 리드도 리브 골프 시리즈 합류를 결정했다. 리드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지만 마스터스를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9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디섐보와 리드의 리브 골프 합류는 PGA 투어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 40대 ‘톱 랭커’뿐 아니라 20~30대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들마저 LIV 시리즈를 선택한 것이어서 파장이 크다.

하지만 모든 PGA 투어 선수가 LIV 시리즈 합류를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지난달 15일 매킬로이는 US 오픈 개막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LIV 시리즈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매킬로이는 투어 선수 중 LIV 시리즈 개최에 가장 반발했던 선수다. 매킬로이는 “PGA 투어는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와 같은 선배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보다 앞서 노력한 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싫었다”고 말했다.

 

 

PGA 투어 잔류를 선택한 욘 람(스페인)도 LIV 시리즈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욘 람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의 방식은 매력적이지 않다. 3일간 샷건 방식으로 컷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은 내겐 대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수백년간 이어온 경기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LIV 시리즈의 제안을 거절했다. LIV 시리즈를 이끄는 그레그 노먼은 지난달 6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우즈와 접촉했고 앞자리가 높은 억 단위(high 9 digits) 숫자를 금액으로 제시했다”며 “(그가 거절한 금액은)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돈”이라고 밝혔다.

이 금액이 정확하게 얼마를 뜻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노먼의 발언 이후 야후 스포츠 등에선 LIV 시리즈가 우즈에게 10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제안했다고 해석했다. 노먼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우즈는 지금까지 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1억 2000만달러(약 1510억원)의 8배가 넘는 유혹을 뿌리친 셈이다.

하지만 우즈는 LIV 시리즈의 제안을 거절하고 PGA 투어 잔류는 물론 평생 ‘PGA 맨’으로 남겠다는 확고한 뜻을 밝혔다. 우즈는 지난 5월 PGA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골프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이해하지만, 투어의 유산과 메이저대회를 믿는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반발 심리 커져 
PGA 주도권 수성 절치부심

이런 가운데 PGA 투어는 LIV 시리즈에 대항해 상금을 대폭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2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는 “PGA 투어는 향후 8개 이상 대회의 총상금을 2000만달러 이상 올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PGA 투어의 이번 결정은 톱랭커들이 LIV 시리즈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증액을 고려 중인 대회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 등이다. 이들 대회의 현재 총상금액은 600만~1500만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60명만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총상금만 2500만달러에 이르는 특급 대회 3개를 신설할 계획도 밝혔다. 증액 상금은 PGA 투어의 유보금에서 충당하거나 타이틀 스폰서가 더 내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투어 일정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가을에 시작해 2년에 걸치는 현행 시즌 방식에서는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있다. 이에 따라 예전처럼 1월 시작해 9월 또는 10월에 시즌을 종료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PGA 투어는 개선 방안을 선수들에게 설명한 뒤 선수 분과위원회와 정책 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선수들은 PGA 투어의 대응책과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판도 바뀌나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인 해리스 잉글리시(미국)는 “가을 시리즈가 힘들다고 여기는 선수가 많아 경기 출전을 줄이고 싶어한다”며 “이번 대응책은 선수들이 LIV 시리즈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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