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말들

2022.03.14 11:06:32 호수 1365호

마녀체력 / 유유 / 1만4000원

걷는 사람이 점점 는다. 산림청은 2008년 53%에 그쳤던 걷기 인구가 지난해 77%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다(전체 인구 대비, 2021년 등산·걷기 국민의식 실태조사). 걷기 인구와 등산 인구를 구별하면 등산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걷기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규칙적인 산행과 등반을 즐기는 사람보다 산책이나 트레킹을 취미 삼는 쪽이 많아졌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하고 쉬운 운동, 돈 한 푼 들지 않는 효과 빠른 특효약,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초강력 마술이라는 걷기의 효능을 몸소 겪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거다.
<걷기의 말들>은 자타공인 ‘걷기 도사’, 걷기 시작하며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마녀체력의 걷기 예찬서다. 인생이든 트레킹 코스든 완주하기는 매한가지로 만만치 않지만, 피하거나 뛰어넘지 않고 한 발짝씩 내딛다 보면 살길이 열린다고 일러 주는 ‘걷기 전도서’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걷기는 인간의 모든 의미 있는 행위를 상징하는 메타포다. 길을 가다, 나이를 먹다, 경력을 쌓다, 인생을 살다, 일어나다, 계속하다, 경험하다, 시도하다와 같은 단어들이 모두 ‘걷다’란 말로 환언된다. 그런 만큼 마녀체력은 이 책에서 그간 걸어 온 수많은 길을 소환한다. 두 발로 걸어 다닌 집 앞 산책길과 전 세계 도보 여행지부터 30년 넘게 곁을 지켜 준 반려인과 함께 걸은 인생, 엄마로서 아이에게 열어 보여 준 길과 딸로서 보고 배운 두 어머니의 한결같은 삶, 책 만드는 편집자로 27년을 일하며 경험한 다채로운 지적 여정과 책 쓰는 작가로 살며 거닌 전국 책방 탐방길, 탄탄한 평지뿐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며 길 위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담아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길 위에 서 있기에, 걷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마녀체력은 모두에게 제안한다. 함께 걸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 인생과 인연의 의미, 여행과 독서의 재미까지 함께 얻자고. 잘 걷는 건 누구에게나 언제든 이익이니, 피곤하고 귀찮아도 오늘부터 한 걸음씩 걸어 보자고.
‘체력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는 말아야지’ 하며 마흔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마녀체력은 이제 매일 1만 보는 거뜬하게, 마음먹으면 10㎞도 가볍게 걷는다. 운동화 신고 짐만 없으면 세상 끝까지도 걸어갈 기세. 이 책에는 이런 그가 두 발로 걸어 다닌 걷기 명소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히말라야나 노르웨이 오슬로처럼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트레킹 코스부터 소요하며 명상하기 좋은 국내 산책길, 그림 같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직접 보며 걸을 수 있는 길과 목적지 없이 배회해도 걸음을 멈추게 하는 멋진 곳으로 가득한 거리, 탁 트인 대로와 바닷길, 산길, 자전거 길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이라도 머리 식히러 나가고 싶을 때, 무료한 주말을 활기차게 만들어 줄 여행지를 찾을 때, 작가처럼 나도 한번 강인한 체력을 키워 보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 들면 마녀체력이 소개하는 근사한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초보 산책자와 베테랑 산책자 모두에게 유익한 길잡이이자 여행서다. 각각의 코스로 나서기 전 읽으면 좋을 책과 길 위에서 들으면 더 좋은 음악 추천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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