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 안철수의 한계

2022.03.04 17:23:13 호수 1365호

혹시 했는데 역시 ‘또 철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한 달간 질질 끌어온 단일화 협상이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일, 손을 맞잡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양보 정치를 펼쳐온 안 대표가 이번 단일화로 향후 정치 인생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양측은 물밑 협상과 결렬을 반복하며 네 탓 공방까지 벌였다. 두 차례 결렬 이후 안 대표는 마음을 굳힌 듯 반드시 완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철수’라는 오명을 떼어내려는 의지를 여론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말 뒤집기

안 대표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반드시 대선 레이스에 완주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그를 뽑으면 손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는 수위 높은 발언으로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안 대표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해보였다. 

워낙 완고한 탓에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단일화 불씨가 꺼졌다는 관측을 내놨다. 완주를 선언한 이유도 마지막 대선 도전일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마지막 대선 토론 이후 극적으로 단일화가 진행돼서다. 이 과정에서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토론회 전날부터 물밑접촉을 이어오며 단일화 포석을 깔아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TV 토론 종료 직후 먼저 만남을 제안한 건 안 대표였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경호원도 퇴근시킨 이후 늦은 밤 비밀스럽게 접촉했다.

두 사람은 장 의원의 매형 집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두 인물은 성공한 정부를 함께 만들어보자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국 지난 3일, 손을 맞잡고 이른 아침 단일화 합의를 이뤄냈다. 책임 공방을 가하던 앞선 상황과는 전혀 반대된 양상이다. 

안 대표는 과거에도 레이스 종료 직전 양보를 해온 이력이 있다. 2012년 18대 대선과 2011,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양보하며 ‘철수’했다. 

안 대표는 사퇴 이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즉시 당일 일정을 취소한 뒤 선관위에 후보 사퇴서를 제출했다. 투표용지에는 여전히 안 대표의 이름이 남아 있지만 유권자는 안 대표를 뽑고 싶어도 더 이상 뽑을 수 없게 됐다. 

일단 좀 살고 보자? 
윤 단일화 결국 합의

그동안 안 대표의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갔다. 이번 대선에서 완주를 한다고 해도 향후 자신의 입지를 유지할 만한 확신이 없던 셈이다.

두 인물이 포옹까지하며 내세운 단일화의 명분은 조건 없는 정권교체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에 힘을 합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단일화를 두고 다르게 해석한다.

단일화 이면에는 조건이 걸려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와서다. 안 대표가 단일화에 합의한 이유로 향후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함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이 안 대표에게도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지율 급락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선 상황에서 안 대표는 야권의 플랜B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단일화 결렬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주도권을 점차 국민의힘에게 내줬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3석만 가진 정당이라는 점에서 안 대표가 당의 미래를 생각해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세가 약한 국민의당 입장에선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르다가는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을 위험에 대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안 대표가 내세운 몇 가지 조건도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그는 대선 출마 이후 거대 양당제를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국민의힘 측이 안 후보가 꾸준히 밝혀오던 취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타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안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며 윤 후보가 아무 말 하지 않은 점을 빌어 추진하겠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 대표의 요구가 이미 받아들여진 셈이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대선 이후 공동정부를 구상해 인수위원회 구성까지 협의를 마친 점도 강조했다. 이런 탓에 안 대표가 정치적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겼다는 비판도 가해진다. 

이미 자기 지분 확보
정치 생명 끝날 수도

또 4번째 철수를 한 탓에 정치지도자로서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합당을 추진한 점도 하나의 거래로 보고 있다. 

향후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윤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안 대표가 권력 지분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가 자신의 지분을 이미 확보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단일화는 과거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성사시킨 이른바 DJP 연합과 비슷하다. 투표 하루 전날 극적 단일화로 물리적 결합이 가능할 지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오히려 안 대표 지지 층이 분열돼 이 후보에게로 표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런 탓에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미 지난 3일부터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단일화 효과를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드디어 통합을 이뤘다며 정권교체를 향한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단일화에 대해 선을 그어오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안 대표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당사자인 안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대의를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일화를 선언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가 대선에서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지 역풍으로 돌아올지는 대선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 알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안 대표의 운명도 함께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인생 끝?

이와 관련해 유시민 작가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인 안철수는 이제 마감됐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끝났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안 대표 같은 캐릭터를 후에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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