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재벌 특혜' 논란

2012.09.10 11:28:13 호수 0호

재벌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최근 한류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면세사업이 '알짜배기'로 떠올랐다. 그리고 '롯데'와 '신라' 딸들은 면세시장 점유율 80%를 나눠 먹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아직 배가 고프단다. 옆에서 부러워하던 신세계도 슬쩍 끼어들었다. 그러자 정부는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면세점을 빼앗아 재벌에게 던져주려 안달이 났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 매출 중 33%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의 본부' 격이다. 그 면세점이 순도 100% 민영화될 절차를 밟고 있어 재벌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 매각이 여론의 반대로 뜻대로 되지 않자 면세점, 급유시설 등 알짜배기 수익사업을 민간에 넘기는 우회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이미 대다수의 굵직한 면세점들은 모두 민간으로 넘어갔고, 그 덕에 2005년 57% 수준에 불과하던 재벌들의 면세점 점유율은 지난해 80%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순도100% 민영화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는 호텔롯데, 호텔신라, 한국관광공사 등 주요 3개 업체가 면세점을 운영해 왔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내 시장점유율은 롯데면세점 50%, 신라면세점 40%, 한국관광공사 10%로 재벌 두 기업이 양분하고 있는 형세였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남은 10%까지 남김없이 재벌기업들에 던져지게 됐다.

관광공사는 내년 2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지난 6월 공항공사에게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항공사 측으로부터 지난달 30일 돌아온 것은 "경쟁입찰을 통해 신규사업자 선정절차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이었다. 이는 사실상 관광공사의 면세사업 퇴출을 의미했다. 공기업과 재벌기업 사이에 경쟁입찰이 붙게 되면 자금력과 로비력이 우수한 재벌기업들에게 면세점 사업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관광공사가 따낸 인천공항에서의 면세사업 5년 계약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이를 두고 오현재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집주인 인천공항공사는 5년 전에도 우리 관광공사를 밀어내고 싶은 눈치였다"며 "당시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경쟁입찰 평균가격으로 입점해 공항공사에도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의 인기품목 4가지인 화장품, 향수, 술, 담배는 팔지 못해 오히려 매출 면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는 공항공사와 롯데호텔, 신라호텔 간 입찰과정에서 롯데는 화장품과 향수를, 신라는 담배와 술을 팔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관광공사에게는 인기품목 모두를 팔지 못하게 한 '취급제한' 조치를 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재벌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공기업의 희생을 강요한 불공정한 처사로 지적됐다.

최근 정부와 공항공사의 방침에 관광공사가 면세점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은 관광공사가 가지고 있던 자리를 먹기 위해 치열한 전초전을 벌이고 있고 이제 막 면세사업에 진출한 신세계 그룹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황금알' 낳는 면세점, 재벌가 배만 불려
공기업 면세사업 퇴출이 공기업 선진화?

면세사업에 이토록 재벌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면세시장이 해마다 20% 전후로 급성장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장기불황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면세점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이상 성장했다. 이는 최근 한류열풍 속에 일본·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면세점의 매출이 급격히 신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롯데는 인천공항 AK면세점을 인수하고 서울 소공동 본점 면세점을 한 개층 확장하는 등 선두자리를 굳히기에 나섰다. 신라도 국내매출이 가장 높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공항에 입점하고, 기존 면세점 건물의 증축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크게 확대해 왔다. 또 지난 5일엔 신세계그룹이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격호 롯데 회장의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면세업계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인 결과 롯데는 2007년 42.24%(1위)에서 지난해 50.75%(1위)로, 신라는 2007년 10.89%(3위)에서 지난해 28.38%(2위)로 몸집을 크게 불려 독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2007년 롯데와 신라를 합친 점유율 53.13%였던 것이 불과 4년 후 79.13%로 급증한 것이다.

반면 2008년 12월 목포해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속초해항·무안공항·청주공항 등의 관광공사 면세점이 잇따라 폐점하면서 관광공사의 국내 면세사업 시장점유율은 2007년 12.02%(2위)에서 지난해 4.19%(4위)로 뚝 떨어졌다. 정부의 공기업민영화를 방침에 의한 '재벌 퍼주기'에 롯데와 신라의 시장잠식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더구나 2008년 10월 정부는 관광공사에게 "면세사업 사업장별로 계약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공문을 보내 모든 면세사업 철수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롯데와 신라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유통공룡' 신세계까지 재벌3사의 면세사업장 땅따먹기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영토다툼은 면세점 재벌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면세사업은 말 그대로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워 국가재정의 근간이 되는 징세권을 국가가 자발적으로 포기한 예외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수익은 공익적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뒤따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는 사업의 수익이 고스란히 재벌들의 배를 불리는 데로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사업=특혜사업

이에 오현재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민간 면세업자의 수익은 고스란히 자신들 주머니로 들어가지만, 관광공사는 지난 50년 동안 면세점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제주 중문관광단지 개발비, 경주 보문관광단지 개발비 등 관광진흥 부문에 재투자했고, 국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비로도 사용해왔다"며 "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에서 퇴출당하면 이런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항공사 관계자는 "(2008년 계약 당시) 계약 연장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기간 만료 후 경쟁 입찰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우리는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없을 뿐더러 공익적 측면을 고려하고 안 하고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취재기자의 "공기업이 너무 상업주의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원칙대로 할 뿐이다"라고 답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기조에 영향을 받고 있음이 역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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