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3세 경영 밑그림

2021.08.02 13:56:03 호수 1333호

유력 후계자의 등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오리온그룹이 파격적인 인사를 결정했다. 타 업종에서의 경력 1년이 전부인 인물을 데려오고자 핵심부서 수석부장이라는 직함을 건넨 것이다. 물론 오너의 장남이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1남1녀(담경선·담서원)를 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독자인 서원씨는 유력 승계 후보자로 꼽혀왔다.

배경이 힘

1989년생인 서원씨는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중국 유학을 떠났다. 서원씨의 중국 유학은 담 회장의 결정으로 해석됐다. 담 회장은 증조할아버지가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화교 3세다.

중국 유학을 마친 서원씨의 행선지는 오리온그룹이 아니었다. 서원씨는 지난해 하반기에 카카오그룹 인공지능(AI)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재무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첫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출범했던 AI랩(LAB)이 2019년 12월 분사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서원씨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입사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담 회장 부부가 서원씨를 둘러싼 그룹 안팎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외부에서 경력과 노하우를 쌓은 후 입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거란 분석이다.


다만 서원씨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입사 소식이 전해진 당시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서원씨가 수년 내 오리온그룹에 입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누나인 경선씨(1985년생)가 2010년 오리온그룹에 입사해 오리온재단 등에서 근무한 걸 감안하면, 그룹 적통 후계자 서원씨 역시 비슷한 행보를 밟을 거란 계산이었다.

로열패밀리 후계자
수석부장 파격인사

다소 시기가 빨랐을 뿐 업계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원씨는 지난 7월 그룹 본사 경영지원팀에 귀속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이직을 결정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서원씨의 입사를 계기로 오리온그룹 3세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영 현장의 노하우를 습득 차원에서 핵심 사업부에 배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오리온그룹은 모든 경력을 다 합쳐봐야 3년이 채 되지 않던 삼십대 초반의 서원씨에게 수석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겼다. 서원씨는 회사 전체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법인 관리를 담당하는 경영지원팀에서 실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렇게 되자 담 회장 부부가 지주사 지분을 어느 시점에서 서원씨에게 넘기느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2017년 11월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오리온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했다.

당시 오리온홀딩스 신주와 기존 오리온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오리온홀딩스가 발행한 주식 4200만주 가운데 3400만주(81.1%)가 오너 일가에 귀속되는 절차가 뒤따랐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14.56%에서 32.63%로, 담철곤 회장은 12.83%에서 28.73%로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을 높였다. 

예정된 수순

다만 담 회장 부부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서원씨가 온전히 넘겨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원씨가 보유한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지분은 각각 1.22%, 1.2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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