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0)

2012.08.27 11:19:58 호수 0호

억울한 누명 벗고 진실을 밝혀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망자에 책임 떠밀다니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인천에서 종합기계기기업을 하는 배 사장이라는 분의 의뢰를 받고 온 신용정보사에 근무하는 임 이사입니다.”
미리 주머니에 넣어둔 명함을 꺼내어 창살사이로 들이밀어 넣어 주었다. 부인은 명함을 받고 나를 다시 한 번 훑어보며 반문했다.
“그런데요?”
그녀는 방범창살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믿었는지 조금 전과 달리 비교적 경계심을 푸는 모습이었다. 나는 품속에 든 녹음기를 의식하고 되도록 빠른 속도로 질문을 했다.

경계심을 풀어라

“혹 종합기기회사의 배 사장님이라고 아십니까?”
“아니,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그럼, 사모님께서 돌아가신 유 사장님의 부인이신 남이슬 사모님이 맞으시죠?”
재차 확인차원에서 물었다.
“그런데요….”
“남편이신 유 사장님께선 교통사고를 당하시기 전까지 호산상사 대표 사장님으로 근무하신 적이 있으시죠?”
“그런데 왜 자꾸 물어만 보세요?”
그녀는 본론은 비치지 않고 마치 심문하듯 이것저것 캐묻는 내 말에 몹시 기분이 상한 듯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만 사모님께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인지 여부를 알 수 있기에 여쭤 보는 겁니다. 불쾌하시더라도 몇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그녀는 기분이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증인의 증언을 녹음하기위해서는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어 반복하듯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모님, 그리고 현재 호산상사 대표 천 사장님 역시 잘 알고 계시죠?”
“그 분은 내 남편 친구인데요. 왜? 무슨 문제가 있어요?”
“예, 그 사람이 문제입니다. 남편께서 호산상사 사장으로 근무하실 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돌아가신 유 사장님께 책임을 덮어씌운다는 겁니다.”


나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생각하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아니, 그 사람이 왜 그러죠? 그때 돈 관계는 천 사장부인이 모두 관리했고, 그 양반이 들락거리면서 실제적인 영업과 자금결제를 다해놓고선.”
“그러게 말입니다. 남편 분께서 근무할 때 일어난 미수금과 세금관계 일체에 대해 천 사장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유 사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되는 거예요? 우리남편은 이름만 사장이었지 아무런 권한도 없었는데.”

“저희도 알기로는 사모님 말씀대로 남편께선 명의만 빌려준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천 사장은 무관하다고 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겁니다. 남편께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운영한 호산상사와 현재 천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호산상사하고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남편 되시는 유 사장님이 대표로 계시면서 운영하셨던 기간에는 호산상사 남편인 유 사장님 소유였다고 하면서, 유 사장님의 대표시절 일어난 모든 일들은 남편분께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니? 그럴 수가…. 그 사람 내 그럴 줄 알았어요.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이것저것 트집만 잡고 흔들더니 정말 나쁜 사람이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죽고 없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아닙니다. 사모님께서 잘못 판단하고 계시는 겁니다. 남편께서 사모님에게 남긴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습니까? 가령 여기 있는 아파트도 그렇고.”
“무슨 소리에요? 이 아파트는 제 돈으로 산건데.”
“물론 그렇겠지요. 그러나 과거에 남편께서 가진 전세보증금이나 자동차나 은행 등에 예치되어있는 돈이든 간에 무엇이라도 상속 받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상속받은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저는 지금 상속이고 뭐를 따져서 사모님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과거 남편분께서 호산상사에 근무하실 때 그 업체가 실제로 남편 소유 회사였는지 아니면, 현재 천사장의 소유회사인지만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두 번 다시 찾아뵙고 이러쿵저러쿵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배 사장님께서 남편이 계실 때 납품하고 받지 못한 미수금이 수천만원이나 되는데 천 사장은 오리발을 내밀며 책임을 회피하고 남편분께 떠넘기고 있으니 부득이 진실을 밝혀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모님께서 진실을 밝혀주시지 않으면 배 사장으로선 어쩔 수 없이 남편분의 상속인인 사모님을 상대로 소송을 하여 미수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를 취하다?

“제가 왜 그 돈을 물어내야 되죠? 그건 억울하죠. 그럼 저도 가만있지 않아요.”
그녀는 거금의 채무를 자신이 대신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약간 흥분한 상태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사모님께서 상환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과 사모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배은망덕한 천 사장 때문에 모든 것을 뒤집어 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왜 그런 사람을 위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해요? 사실 우리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그 사람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천 사장은 우리남편을 믿지 못하고 자기 부인을 경리로 앉혀놓고, 사사건건 간섭하고 감시하듯 했어요. 그러니 남편이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어요. 남편을 하도 갉아대니까 성질이 난 남편이 술을 마시고 취해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한 거예요.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저희들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그 사람들은 남편이 죽고 나자 저한테 지금까지 전화 한번도 없어요. 저도 얼마나 서운한지….”
서운한 감정이 가슴속에 맺힌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잠시 일어난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부인께서 모든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가져온  확인서를 한번 읽어보시고 서명 날인해 주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말을 끝내며 동시에 들고 온 서류봉투 속에서 확인서라고 굵직하게 제목을 붙인 서류를 꺼내어 창살 속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그녀는 그제야 내가 찾아온 용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했는지, 아니면 확인서를 작성해주는 게 자신을 위해 실리를 취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건네준 확인서를 훑어보고는 말없이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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