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BREATH ‘숨’ 조창환 

2020.09.28 09:30:17 호수 1290호

자연의 숨을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갤러리인사아트서 조창환의 개인전 ‘BREATH’를 선보인다. 조창환의 작업은 자연을 모티브로 화면을 조형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숨결이 생명체를 형성하듯이 물감을 화면에 한 올 한 올 쌓아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생명활동으로 호흡한다. 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은 생명력의 근원으로서 기를 뜻한다. 기는 생명체의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존재의 의미는 결국 자아를 형성하고 이로 인한 의식이나 관념은 행위의 주체가 된다. 

채우면서

한 올로 만든 붓으로 물감을 찍어 만든 조창환의 화면은 살아있는 듯한 동감이 가득하다. 추상적 색선의 움직임은 유연하면서도 치열하다. 그의 작품은 배경과 형상의 구별을 없애 큰 면을 잘라낸 듯한 잠재적 확장성을 가진다. 

작가에게 그림은 자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조창환의 자아는 숨으로 이뤄졌는데 무수히 찍힌 필획 하나하나는 허공에 사라질 숨들을 기념비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의 작품은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려진 표면이라는 현대회화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한다. 

조창환은 밀도 있는 화면과 열려있는 작품을 동시에 원한다. 직사각형, 때로는 정사각형 캔버스 프레임은 명확한 한정을 통해 그 바깥을 가리킨다. 


많이 쌓는 게 아니라
층이 살아 있어야 해

이전 작품들은 자연과의 연관성이 좀 더 강했다. 배경과의 관계 속에 나타나는 형상이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 작품은 확장된 자아에 모든 것을 담으려 했다. 화면 가득한 선들에 완전한 반복은 없지만 작업하는 방식서의 반복적 요소가 눈에 띈다. 

배경-형태의 관계가 사라진 반복적 붓질은 죽음을 떠오르게 하지만 조창환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혹은 명상적 평면은 일상의 사물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그것은 반복적 행위가 죽음이 아닌 무엇이 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조창환의 작품들은 10겹 안팎의 많은 층들이 쌓여 부침의 과정을 드러낸다.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이 교차되는 방식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겹이 느껴지도록 했다. 명확한 대상이 없는 추상회화에서 어느 지점, 시점이 완성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는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많이 쌓는 것이 아니다. 층이 살아있어야 한다. 화면은 밀도감이 있으면서도 숨 쉴 수 있어야 한다. 조창환에게 작업은 머릿속 상상이나 손끝의 행위가 아니라 온몸의 세포가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산책을 즐겨하는 그에게 그리기는 숨쉬기나 걷기와 거의 같은 과정이다. 매일 걷기를 통해 만난 바람과 색깔, 온도 등은 작품에 반영된다. 

그의 작품은 추상적이지만 자연적 감각 또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자연의 외관 대신 자연의 과정을 표현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두툼한 실재감은 생산됐다가 곧 쓰레기가 되는 인공물과 달리 늘 새로운 감흥을 준다. 오래된 사물은 자연과 같은 반열에 놓인다. 

조창환은 그러한 실재감을 자연적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무수한 붓질과 그 사이의 간격들로 표현하고 있다. 그에게 작품은 무엇보다도 몸의 흔적이다. 몸은 숨부터 춤까지 다양한 강도와 양상으로 나타난다. 숨에 충실한 작품은 숨쉬기와 같은 꾸준한 실행, 즉 참선과도 같은 수행이다. 

그리기는 숨쉬기와 걷기
바람·색깔·온도 반영

그는 숨과 자아를 일치시키는 산스크리트어 ‘아트만’의 예를 든다. 힌두교에서는 아트만을 궁극적인 실재로 본다. 오래된 경전 <베단타>에는 ‘모든 존재 속에 숨어있는 것은 아트만, 즉 정신과 자아’라는 내용이 나온다. 나를 잊어서 나를 찾는다는 역설적 해결책은 동서고금의 종교, 특히 신비주의적 경향에 널리 존재한다. 

조창환의 작품 속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불가역적인 게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문다. 중층적인 화면은 저 공간의 시간과 이 공간의 시간을 연결한다. 지속적 갱신을 통한 현상의 유지는 우리 몸에서 매순간 일어나며 평생 지속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과정의 연속을 말한다. 


탄생의 순간을 알리는 최초의 숨과 지상에서의 마지막 숨 사이에 수많은 들숨과 날숨, 흡입과 배출이 이뤄진다. 직사각형 화면을 배경 없이 가득 채우는 검정색 작품들에서 숨구멍은 밤하늘의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은 평면에 하얀 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검은 선들이 계속 쌓여 허공을 채운 나머지가 하얀 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비운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조창환은 채움을 통해 비운다. 회화는 주어진 코드와 달리 작가가 정한 일련의 구성요소에 무수한 시간성이 덧입혀져 새로운 실재로 이뤄진다”며 “작가의 숨은 자신의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 요소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부인 작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14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jsjang@ilyosisa.co.kr>
 

[조창환은?]

보은 태생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갤러리 인사아트(2020)
인사아트스페이스(2018)
성남아트센터(2014)
박정우 갤러리(2013)
박정우 갤러리(2012)
인사아트센터(2010)
관훈갤러리(1998)
세계화랑(1996)

▲단체전

‘아바니전’ 부산아바니호텔(2020)
‘성남미협전’ 성남아트센터(2005∼2011)
‘성남의 얼굴전’ 성남아트센터(2012, 2014)
‘백인백색전’ 서울시립미술관(2011)
‘21세기 현대미술 조명전’ 인천문화회관(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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