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경영’ 대원제약 승계 현주소

2020.08.31 10:25:12 호수 1286호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장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원제약은 2세 경영 체제로 창업주 장·차남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들 자녀 역시 공동 경영에 나설까. 업계 시선은 그렇지 않다.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이가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3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과 백인환 전무


대원제약은 지난 1958년 설립됐다. 창업주는 고 백부현 전 회장. 회사는 창립 초기부터 치료제에 집중했다. 한국전쟁 직후 전문 주사 치료제를 공급하고자 했던 창업주의 의지였다. 현재 대원제약은 치료제 주력 전문의약품 제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호흡기 치료제서 두각을 나타낸다.

치료제 기업

창업주 작고로 경영권은 2세에게 넘어가 장남 백승호 회장과 차남 백승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앞서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은 1982년과 1985년 대원제약에 입사한 바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형제 경영은 이렇다할 잡음 없이 순항 중이다. 재계서 흔히 일어나는 형제 갈등은 대원제약서 찾아보기 어렵다. 백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백 부회장은 연구개발과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형태다.

성장을 거듭한 대원제약은 중견 제약사로 올라섰고 회사 실적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654억원, 2866억원, 3178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매해 흑자를 기록하며 꾸준히 올랐다. 영업이익은 252억원, 307억원, 351억원이었고, 순이익은 102억원, 232억원, 26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다소 다른 흐름을 보인다. 지난 2분기 대원제약 연결 기준 매출액은 747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5.1%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마찬가지였다. 흑자 행진은 계속됐지만 각각 12.2%, 29.6% 하락한 74억원, 44억원에 그쳤다.

대원제약 최대주주는 백 회장(14.36%)으로 동생 백 부회장(12.61%)이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의 매형 양재진씨(4.61%)는 그 다음이다. 오히려 누나 백해선씨(0.52%)는 그보다 더 적다.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은 각자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이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같은 지분이 있다.

가장 많은 지분을 쥐고 있는 인물은 1984년생 백인환 대원제약 전무(3.66%)다. 그는 백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마케팅과 해외사업 부문을 맡고 있다. 그의 동생 백인성씨와 백 부회장 장·차남인 백인영씨, 백인재씨 지분은 각자 0.71%에 그친다.

백 전무는 지난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해외사업, 마케팅, 신사업팀에 몸담았다. 2016년에 상무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지분, 경력, 위상…오너 3세 중 선두
후계 경쟁력 선점 “시기상조” 관측도

백 전무는 회사 일반의약품 부문을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신사업팀서 ‘콜대원’ 출시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콜대원은 짜먹는 감기약으로 대원제약 대표 제품 중 하나다.

백 전무가 처음부터 상당한 지분을 보유했던 건 아니다. 그 역시 여느 3세들과 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최초 백 전무가 대원제약 주식을 취득한 시기는 지난 2008년이다. 그는 부친인 백 회장으로부터 7000주(0.06%)를 증여 받았다. 다른 3세들 역시 6700∼6890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별다른 주식 변동은 없었다. 주식 배당과 무상신주 취득 등으로 소폭 늘어난 정도다. 나머지 3세들 역시 비슷비슷했다.

지난 2013년 8월 백 전무는 조모인 김정희 대원제약 이사로부터 10만1883주를 받았다. 그 결과 백 전무는 11만353주(0.71%)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백 전무 외에도 오너 3세들 역시 10만1882주씩을 증여 받아 격차는 크지 않았다.

변동이 발생한 시기는 지난해다. 백 전무는 지난해 3월 부친인 백 회장으로부터 58만주를 건네받았다. 백 전무 지분은 기존 0.71%서 3.66%로 수직상승했다. 여타 3세들은 기존 지분을 유지할 뿐이었다.
 

▲ 대원제약 사옥

해당 시기는 백 전무가 상무서 전무로 승진한 때이기도 하다. 승진과 지분 증여가 이뤄진 만큼 업계 안팎에선 승계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백 전무와 같은 세대인 오너 3세들의 위치도 승계 가능성에 힘을 더했다. 이들은 미량의 지분만을 보유할 뿐, 사내서 특별한 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백 전무가 론칭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콜대원은 지난 7월 ‘2020 아시아-태평양 스티비상’ 브랜드 혁신 부문서 은상을 수상했다. 아시아-태평양 스티비상은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아태 지역 29개국 기업과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각국 100여명의 심사위원이 2개월간 평가해 수상자를 가린다.

콜대원은 지난해에만 58억원어치가 팔렸다. 전년 대비 43% 성장한 셈이다. 또 시중 일반감기약 제품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5년 출시 첫 해 이후 5년 간 평균 성장률은 87%다.

분위기 지속

3세 사이서 특별한 다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업계 안팎에선 사실상 백 전무를 대원제약 후계자로 꼽는다. 다만 백 회장과 백 부회장 공동 경영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장 승계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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