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가까운 사이

2020.07.20 09:52:19 호수 1280호

댄싱 스네일 / 허밍버드 / 1만4500원

사회 속에서 무수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보면 사람에 지칠 때가 온다. 
사람의 관계 에너지는 한정돼 있기에, 여러 관계로 마음의 방이 꽉 찼을 땐 반드시 비워줘야만 그 공간을 다시 채울 수 있다. 체했을 때 순한 음식으로 속을 달래는 것처럼 사람에 체했을 때도 마음을 비우고 달래야 한다. 인간관계 디톡스가 절실한 때인 것이다. 
2019년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얘기였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다’ 등의 독자 공감과 호평을 끌어낸 댄싱 스네일. 첫 책에서는 뼛속까지 집순이로서 인생 슬럼프를 극복하는 마음 충전법을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인간관계 미니멀리스트가 돼 관계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관계 디톡스를 선보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저자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 공간의 중요성 역시 강조하며 ‘관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관태기’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관계 거리 두기를 위한 적당함의 기술을 제안한다. 
1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마음의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는 ‘오지라퍼’, 어느 집단에든 존재한다는 ‘또라이’, 함부로 선 넘는 ‘막말러’ 등 원치 않는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임해야 하는지 자신이 터득한 요령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2부 ‘모두와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아’에서는 내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음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3부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해’에서는 그럼에도 우린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타인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법을 전한다. 
이처럼 저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공감에서 더 나아가 관계 안에서 내 마음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끔 돕는다. 
댄싱 스네일은 “내 정신 건강에 조금이라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관계는 적당한 선에서 끊어 내는 ‘관계 미니멀리즘’을 시도하고 있다”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생각은 없다. 내 마음이 편하다면 남들이 내리는 평가를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다. 
마음의 방이 꽉 차 버겁거나 ‘진짜’ 관계에 허기져 있다면, 혹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원한다면 이 책을 펼칠 때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고 덜어낼 관계는 덜어내며, 내 마음이 먼저인 관계 거리 두기를 실천해보자. 내가 원하고 선택하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관계 디톡스는 결코 어렵지 않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