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막차 잡아타는 낙하산 인사 논란

2012.08.17 16:39:15 호수 0호

또 나눠먹기 "이젠 지겹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MB정권 말기 '막차'를 잡아타려는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임기 6개월여를 앞두고 새 정권이 출범하면 어차피 바뀌어야 할 자리라는 인식 때문에 '자리 나눠 먹기'가 만연한 탓이다. 특히 공기업의 인사 파행은 갈 데까지 갔다. 폐해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감사에 임양택 한양대 교수를 최종 후보로 결의했다. 이날 현장에서 주요주주인 코스콤이 "임양택 후보로 결의하는 데 동의한다"고 발언하자 참석자 전원에 제청하고 감사 최종 후보로 임 교수가 결의됐다. 불과 2분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사주조합은 "낙하산 인사를 두고 형식적인 절차"라며 "임시주총의 거수기가 되기 싫다"는 입장을 보이고 조기 퇴장했다.

'고소영'이 뭐기에

임 교수는 부산고·고려대 출신으로 미국 조지아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방부 국방정책자문위원과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상임특별보좌역 등을 지냈다. 또 한국조폐공사와 우리투자증권 사외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경력이 있다. 이 때문에 예탁원 노조는 "명백한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임 교수는 소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으로 17대 대선후보 특보, 18대 총선 예비후보 등 정치적 행보를 해왔다"며 "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갖지 못한다면 대선 이후 정치적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도 총장 선임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오는 19일로 임기가 끝나는 총장 자리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이번 논란은 초대 총장을 제외하고 총장 선임 때마다 매번 불거져왔다. 역대 5명의 총장 가운데 서울대 교수 출신 초대 총장을 제외하고 현 총장에 이르기까지 4명이 과학기술부 또는 고용노동부 출신 관료였다.


또 최종 총장 선출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의 이사 13명 가운데 개방이사 등 대학 평의원회 추천은 5명에 그치고 정부와 산업인력공단 추천 이사가 8명으로 정부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총장 낙하산 인사로 학교 성적도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사의 대학평가 자료에서 대학종합평가 순위는 2001년 16위에서 27위로 떨어졌고 재정여건 전국최고수준도 2006년 5위에서 지난해 13위로 하락했다. 국제화수준, 교수연구수준도 30위 이하로 밀렸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1991년 10명에서 지난해 2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교수협의회는 "지금까지 21년간 초대 총장을 빼고 모두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총장으로 왔다"며 "한기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크기 위해선 학교를 잘 아는 사람이 총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졸업생들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청와대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대학은 국가 발전을 위한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곳으로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립적이어야 하는데도 한기대는 현재의 선임제도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며 "현 총장후보 선임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 못 차린 MB정부, 임기 말 인사 파행
예탁원·출판진흥원 등 "해도 너무 한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출판산업진흥원에서도 정부와 출판계 사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초대 진흥원장에 고려대 출신의 이재호 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겸 이사대우 출판편집인을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이 원장의 임명 소식에 "출판 경험이 전무한 특정대학 출신의 보수언론 인사를 임명했다"고 주장하며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회의'를 구성, 임명철회 서명운동 등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출판산업진흥원 초대 원장 선임은 출판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출판산업진흥원의 설립은 지난 10년간 출판계의 숙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출판을 진흥한다기보다 군사정권 시절 검열기능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기구였다.

출판계가 이 원장 임명에 대해 낙하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5월 초대 원장 공모 후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출판사 대표 출신 후보를 각 1인씩 추천했다. 이후 문화부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총 5명의 원장 후보에 대해 6월 초 면접심사를 마쳤다. 하지만 문화부는 출판산업진흥원 출범이 열흘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신임 원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출판계는 "문화부가 출판계 내부의 반발을 우려해 원장 임명 발표를 최대한 늦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환 문화부 제2차관은 "출판인들을 중심으로 한 원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섯 명이 추천됐다"며 "그 중에 한 명이 이 원장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은 "이 원장은 고려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출판·인쇄분야에는 문외한인 인사로 정통 MB정권 낙하산이라 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전반적인 출판산업의 침체 및 전자책 확산 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과 미래 비전을 가진 출판계 전문인이 조직을 관리하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그런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 인사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검증·전문성은 뒷전

또 "정부의 이번 인사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MB정권의 비민주적 낙하산 인사의 극치"라며 "이 원장의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중부발전 사장에 각각 임명된 김균선 사장과 최평락 사장도 낙하산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두 사람 모두 옛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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