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일본 불매운동 현주소

2020.07.06 10:28:33 호수 1278호

누가 뭐래도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불매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제품들은 하나둘 국내 소비자의 손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됐다. 불매운동이 1년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였다. 일본 제품을 집약하면서 대체품도 함께 제시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현재까지도 ‘NO 재팬’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자발적

일본 기업과 제품들에 대한 직격탄은 상당했다. 국내 대체품이 있는 경우, 상당한 타격을 맞았다. 맥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산 맥주는 국내서 상당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편의점 매출에 있어 ‘효자 제품’으로 통했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산 맥주는 매출 순위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모자라 반품되거나 폐기될 처지다.

불매운동 직후인 지난해 3분기부터 일본 맥주 매출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직전년도에 비해 80.9% 주저앉았다. 4분기에는 95.2%로 급감했고, 올해 1분기에는 96.4%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97.6%로 곤두박질쳤다. 일본 불매운동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편의점 단골 프로모션인 ‘4캔 1만원’서도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시장서 퇴출당한 셈이다. 편의점 CU는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맥주 12종에 대해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했다. 일본 맥주 실적은 당분간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
자발적 참여로 ‘현재진행형’

빈자리는 국산 맥주가 대신했다. 국산 맥주 매출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직전년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국산 맥주는 일본 맥주를 포함한 수입 맥주 매출을 뛰어넘었다.

유니클로 역시 일본 불매운동 후폭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0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될 당시 사측의 대응 또한 화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유니클로 임원이 ‘한국서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위안부 폄하 논란 광고’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한국서 유니클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성적표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749억원이었다. 무려 30% 감소한 수치였다. 또한 5년 만에 매출액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매년 2000억원대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4개 매장을 폐점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11개 매장을 추가로 닫았다. 지난 2018년 186개였던 매장은 지난달 기준 174개로 감소했다.
 

▲ 아사히맥주

반사이익은 국내 의류 기업으로 향했다. 특히 패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의 자체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는 지난해 63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3배 오른 수치다. 또 스파오(이랜드), 탑텐(신성통상) 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일본 자동차들도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브랜드 혼다는 매출액이 무려 90% 감소했다.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지난해 4월~2020년 3월)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1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 196억원과 비교했을 때 초라한 수치다. 매출은 4674억원서 3632억원으로 감소했다.


닛산은 아예 철수하기로 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16년 만이다. 닛산은 오는 12월 말부로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닛산은 “한국 시장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닛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본사는 한국 시장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맥주·의류 직격탄, 반도체 선방
대체품 찾기 어려운 제품 ‘호황’

반도체 시장 등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대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소재에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핵심소재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국산화에 힘쓰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가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하면서 3대 핵심소재에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제품을 대체 투입하고 해외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또 ‘100대 핵심품목 기술개발 지원’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일본 제품이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다. 이를 빗겨간 경우도 있다.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제품이 그렇다. 일본의 ‘닌텐도’가 대표적 사례다.

티몬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제품에 ‘닌텐도 스위치’가 상위에 있었다. 지난 3월 10위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4월에는 게임 ‘동물의 숲’이 큰 인기를 끌었다. 동물의 숲은 검색 키워드 1위에 오를 정도였다. 닌텐도 스위치를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호품으로 분류되는 담배도 마찬가지다. 일본 담배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필리핀에서 들여온 담배 수입량은 331톤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9.9% 늘었다. 국내 담배 사업자 가운데 필리핀서 생산돼 수입되는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일본 담배회사 JTI코리아가 유일하다. JTI코리아는 담배 ‘뫼비우스’로 유명하다.

무풍지대?

자발적 참여로 확대된 일본 불매운동은 계속될 조짐을 보인다. 서울 은평구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하 사장은 지난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불매운동)기한은 없다고 본다”며 “마트 회원사들끼리 서로 정보 공유하면서,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수출규제를 푸는 그날까지 꾸준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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