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던 자선 골프 이벤트

2020.06.15 09:49:00 호수 1275호

오랜만에 승부욕 ‘별들의 매치’

코로나19로 PGA 투어가 멈춘 가운데, 유명 프로골퍼들의 경기 소식은 골프팬들을 설레게 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상금을 걸고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상금 전액은 의료진 지원을 위해 기부된다.
 



우즈, 두 번째 대결 미컬슨에 설욕
투어 재개 앞두고 흥미진진 볼거리

지난달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노비치의 세미놀 골프클럽(파72)에서 총상금 300만달러를 놓고 2대 2 스킨스 경기로 열린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빙 릴리프’. 더스틴 존슨(미국)과 짝을 이룬 매킬로이가 리키 파울러(미국)와 매슈 울프(미국)를 따돌렸다. 존슨-매킬로이가 185만달러를 합작한 반면 파울러-울프는 115만달러에 그쳤다.

뜻깊은 기부

선수들이 획득한 상금은 미국 간호사재단,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지원하는 데 선수 이름으로 기부된다. 이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지만, 지난 3월13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이후 두 달 만에 정상급 선수들이 대중 앞에서 상금을 걸고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프로골프 경기가 약식이나마 열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회 도중 중계진과 전화 통화에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곧 PGA 투어도 열린다고 들었다.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투어 재개에 힘을 실어줬다.


네 명의 선수는 정규 대회 때는 허용되지 않는 반바지 차림으로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방송용 마이크까지 착용해 선수들끼리 경기 중에 나누는 대화도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하나로 캐디를 대동하지 않고 선수가 직접 가방을 메고 코스를 걸었고, 그린에서도 볼을 각자 닦았다. 깃대는 경기 진행 요원 한 명이 전담해 뽑고 꽂았고, 벙커에는 고무래가 없어 발로 모래를 고르기도 했다.

대회에 앞서 라스베이거스 도박업체 등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와 2018년 세계랭킹 1위 및 현재 세계랭킹 5위인 존슨이 파울러와 울프를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타력이나 아이언샷 정확도, 쇼트게임 등에서 매킬로이와 존슨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자 날카로운 아이언샷과 퍼트 감각을 앞세운 파울러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2번홀(파5)에서 절묘한 벙커샷에 이은 짧은 거리 버디를 잡아낸 존슨에게 먼저 5만달러짜리 스킨 3개를 한꺼번에 내줬지만, 파울러는 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m 옆에 떨궈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6번홀(파4)에서도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1.2m 버디를 뽑아내 두 번째 스킨을 따낸 파울러는 7번홀(파4)에서는 매킬로이의 3m 버디에 비슷한 거리의 버디로 응수했다. 파울러는 9번홀(파5)에서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스킨 3개를 챙겼다.

7번홀부터 스킨 상금이 10만달러로 올라 한꺼번에 30만달러를 추가한 파울러와 울프는 상금 85만달러를 챙기며 역전했다.

파울러는 11번홀(파)과 12번홀(파) 연속 버디로 누적 상금을 115만달러로 늘려 75만달러에 묶인 매킬로이와 존슨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파울러는 이날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넷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경기 감각을 뽐냈다.

매킬로이-존슨, 2대 2 스킨스 승리
웨지샷 한 방에 110만달러 거둬들여 

그러나 매킬로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은 딱 한 번이 있었다. 13번홀부터 18번홀(파4)까지 6개의 홀에서 승부를 내지 못해 110만달러를 걸고 17번홀(파3· 120야드)에서 니어핀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매킬로이는 홀 옆 3m 거리에 볼을 안착 시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울프는 장타 상금이 따로 걸린 2번홀(파4)에서 356야드, 14번홀(파5)에서 368야드의 장타를 날려 장타 상금 30만달러를 독식했다.

우즈는 지난달 25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메달리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The Match: Champions for Charity)’에서 미국프로풋볼(NFL)의 ‘전설’페이턴 매닝(44)과 팀을 이뤄 미컬슨-톰 브래디(43) 조를 한 홀 차로 따돌렸다. 


1년 반 만에 다시 성사된 평생의 라이벌 필 미컬슨(50·이상 미국)과의 맞대결에서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2018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첫 ‘일대일 맞대결’ 이벤트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컬슨에 졌던 우즈는 이번에는 홈 코스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대결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 1000만달러(약 123억원)를 마련하는 자선 이벤트 경기로 열렸다. 관중이 입장하지 않은 골프장에서 선수들은 각자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경기를 치렀다. 악천후로 시작이 1시간 가까이 미뤄지고 경기 중에도 굵은 빗줄기가 오가는 궂은 날씨가 이어졌으나, 나란히 반바지를 입은 우즈와 미컬슨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 대결을 펼쳤다.

전반 9개 홀은 4명이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성적을 낸 선수의 스코어를 해당 홀의 팀 점수로 기록하는 포볼 방식으로 열렸다. 우즈-매닝 조가 3번홀(파5)에서 우즈의 버디로 기선을 제압한 이후 줄곧 앞섰다.

4번홀(파3)에선 우즈가 티샷을 가장 가까운 홀 2.5m가량에 붙이고, 매닝도 7m 넘는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두 홀 차를 만들었다. 6번홀(파4)에서는 격차가 세 홀로 벌어졌다. 후반은 각자 티샷을 한 뒤 더 좋은 위치에 떨어진 공을 택해, 이후 같은 편의 두 명이 번갈아 샷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끌려 다니던 미컬슨-브래디는 11번홀에서 첫 승리로 반격했다. 342야드짜리 파4홀인 11번홀에서 미컬슨이 호쾌한 티샷을 그리며 뒤쪽 프린지로 보냈고, 브래디가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두 홀 차로 쫓아갔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려 손을 들어 올린 미컬슨과 브래디는 코로나19 시대의 ‘거리 두기’를 급히 떠올리며 허공에 손을 맞대기도 했다.

모두가 승자

14번홀(파4)에서는 브래디가 절호의 버디 기회를 놓쳤으나 매닝의 짧은 파 퍼트가 홀을 외면하며 격차가 한 홀로 줄었다. 16번홀(파3)은 경기 결과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브래디와 미컬슨이 약 2m, 매닝은 50㎝도 되지 않는 곳에 티샷을 보내 날카로운 샷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후 17번홀(파5), 18번홀(파4)에서는 두 팀 모두 파를 기록하며 우즈-매닝의 승리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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