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편입’ KG그룹의 이면

2020.05.25 10:10:34 호수 1272호

덩치 키웠지만…혹시 모를 불안 요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KG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에 편입됐다. 큰맘 먹고 인수한 KG동부제철이 그룹의 위상을 드높인 모양새.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 과정을 밟는 KG동부제철은 복덩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3일, 국내 공시대상 기업집단 64개사를 지정했다. 자산총액 5조원은 대기업으로 인정받는 관문으로 여겨지지만, 대신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올해는 HMM(옛 현대상선),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 KG, 삼양 5개 등 기업집단이 신규 공시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들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KG그룹이다. KG케미칼, KG ETS 등 20개사 계열사를 거느린 KG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2560억원을 기록하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63번째 순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삐끗할까

KG그룹의 눈부신 약진은 곽재선 회장의 역량에 의한 것이다. 말단 직장인으로 시작해 재벌 기업 총수 자리를 꿰찬 곽 회장은 2003년 법정관리 중인 경기화학을 인수해 흑자 기업으로 변모시키며 주목받았다. 곽 회장은 이후 10여년에 걸친 인수합병을 통해 KG그룹의 기초를 닦았다.

현재 KG그룹은 화학, 에너지, 물류, 전자결제, 제철 등을 영위한다.


지난해 9월 인수한 KG동부제철은 KG그룹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KG동부제철의 자산총액은 별도 기준 2조3553억원으로, KG그룹 자산총액의 40%를 웃돈다. KG동부제철 인수에 성공하면서 대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KG그룹의 동부제철 인수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KDB산업은행과 KG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KG그룹은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와 손을 잡고 동부제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컨소시엄은 총 인수대금 3600억원에 동부제철을 품는 데 성공했다. 2000억원은 KG이니시스, KG이티에스, KG모빌리언스 등 KG그룹 계열사에서, 나머지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가 충당하는 방식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G동부제철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9.98%를 기록한 KG스틸이다.

동부제철 품고 재계 순위 63위 ‘점프’
‘마이더스의 손’ 곽재선 회장 이번에도?

KG동부제철의 수익성 개선은 KG그룹의 향후 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동부제철은 2018년까지만 해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힌 기업이었다. 납입자본금은 1919억원, 자본총계는 82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57.3%에 달했고, 이 무렵 부채비율은 4000%를 훌쩍 뛰어넘었다. KG그룹의 동부제철 인수 소식에 일각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KG그룹 휘하에 편입된 KG동부제철은 예상보다 빨리 힘을 내고 있다. KG동부제철은 지난해 4분기 337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2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14억4800만원에 그친 바 있다.
 

▲ KG타워 ⓒ고성준 기자

KG동부제철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환율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상승으로 1분기 수출마진이 확대됐다. KG동부제철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약 260만톤이고, 내수와 수출 비중은 5: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KG동부제철은 수출 비중을 향후 60% 근방으로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채권단 관리체제서 벗어난 KG동부제철은 일단 자본잠식 상태를 완전 해소한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 3월31일에는 관리종목서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철강업 불황이 장기화될 시 KG그룹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KG동부제철 인수 단계부터 정상화 작업까지 적극 참여했던 곽 회장 부자의 리더십에 흠집이 생길 가능성마저 따져봐야 한다.

곽 회장은 지난해 9월부로 아들인 곽정현 KG그룹 전무와 함께 KG동부제철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선 상태다. 


불안불안

철강업계 관계자는 “KG동부제철이 철강업 불황으로 인해 실적 개선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경우 KG그룹은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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