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서 김재용 작가의 개인전 ‘도넛 피어(DONUT FEAR)’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김재용이 국내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일요시사>가 김재용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김재용은 화려한 색채의 도넛 도자 조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익숙한 형태와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특징이다. 대중 매체서 차용한 이미지를 작품에 접목하기도 한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허물고 대중의 공감을 얻으려는 시도다.

큰 존재감

학고재는 김재용이 그동안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이번 전시를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 그는 2015년 미국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큰 사이즈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것, 청화에 대해 공부하는 것 등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작품의 크기를 키워 개별 작품이 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 전통요소를 작업에 끌어 들였다. 이번 전시는 김재용이 5년 동안 몰두해온 두 목표의 결과물인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기도 하다.

색을 피했던 어린시절
이제는 화려한 색채로

학고재 본관에는 작품 ‘아주 아주 큰 도넛’ 연작이 걸렸다. 대형 도넛은 조형물로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크게 확대한 형태는 점차 거대해지는 욕망을 상징한다. 마음속에 간직한 다양한 바람을 작은 도넛으로 표현했다면, 작은 욕망이 점차 커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대형 도넛 형태를 통해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청화 채색 기법을 접목한 작품 ‘유니콘을 가두지 말아요’ ‘호랑이와 까치’ 등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청화 안료인 산화코발트를 사용해 서양 신화와 한국 민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그렸다.

작품 ‘동양과 서양에서 자랐거든’ 역시 청화 도자의 형식을 빌려 제작했다. 91개의 도넛을 둥근 형태로 배치하고 청화 안료로 그림을 그렸다. 본바탕은 청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중동풍 아라베스크 문양이 눈에 띤다.
 

본관 안쪽 방에 들어서면 작은 도넛들이 시야를 빼곡히 메운다. 실제 도넛 크기로 제작한 작품 ‘도넛 매드니스!!’ 연작은 욕망하는 대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도넛 매드니스!!는 김재용이 작가로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하려던 차에 평소 좋아하던 도넛을 흙으로 빚어 벽에 걸었다. 관람객들은 수많은 도넛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찾아냈다.

달팽이 형상의 조각 연작도 전시서 만나볼 수 있다. 욕망을 좇는 현대인의 모습을 달팽이에 투영했다. 화려한 색채와 반짝이는 크리스털을 활용해 만화적 표현이 두드러지는 김재용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는 첫 개인전에 방문한 아이가 스케치북에 자신의 작품을 따라 그리는 것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재용은 관람객이 작품을 이해하기에 앞서 즐기기를 바랐다. 쉽고 친숙한 만화적 요소를 작업에 끌어들여 보는 이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또 다양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작은 도넛은 다양한 바람
도넛이 커질수록 큰 욕망

전시명인 ‘도넛 피어(DONUT FEAR)’는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이다. 도넛의 발음이 두 낫과 비슷한 데서 착안한 중의적 표현이다.

김재용은 선천적으로 적녹색약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가 남들과 다르게 색을 본다는 사실이 두려워 색채 사용을 피했다. 색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려 일부러 어두운 그림만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표현에 제한을 두니 마음이 힘들었다.
 

그러다 즐거운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에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작은 조각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넛이 수백, 수천개씩 쌓이면서 색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됐다. 작가의 경험이 담긴 도넛 연작은 두려움을 잊고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웃어보자는 희망을 담고 있다.

한국의 전통

조새미 미술비평가는 김재용의 도넛 조각에 대해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은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삶에 지친 사람들은 위안을 찾아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담은 그릇이 돼주었을 뿐 아니라 되고 싶은 자신을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 됐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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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은?]

1973년 서울 출생
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조교수

▲학력

미국 웨스트 하트퍼드 하트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아트 스쿨 도자 & 조각과 학사 졸업(1998)
미국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자과 석사 졸업(2001)

▲개인전

‘도넛 피어’ 학고재(2020)
‘아이 러브 도너츠’ 파워롱미술관(2019)
‘도넛 에버 포겟 미’ 보이시 미술관(2019)
‘위 러브 도너츠’ 라에비뉴(2018)
‘아이 러브 도넛, 갤러리 바이 더 하버’ 하버 시티(2017)
‘하이라이티드 솔로 아트 쇼 - 김재용’ 환타이박물관(2016)
‘뻥하고 터지는 도넛’ 라이언스 위어 갤러리(2016)
‘도넛 생각이 자꾸나….’ 마샬 M. 프레데릭스 조각 박물관(2016)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