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사회

2020.04.06 10:06:08 호수 1265호

전영수 / 블랙피쉬 / 1만4800원

사회경제학자 전영수의 신작 <각자도생 사회>는 그간 이기적인 삶의 방식으로만 여겼던 각자도생적 철학에 유일하게 긍정의 시선을 보내며 이에 맞는 대안적 삶을 제시하는 책이다. <한국이 소멸한다>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에서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며 한국 사회 위기를 예리하게 진단해온 저자 전영수는 ‘각자도생’을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생존 키워드로 뽑았다. 열심히 살아도, 갈수록 가난한 저성장·고위험 한국 사회에서 복지 파탄과 사회 비용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자구책이 바로 각자도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을 향한 어설픈 책임감 대신 자기 몫의 행복한 삶으로 공동체를 지켜내자고 이야기한다. ‘우리’라는 어설픈 책임과 굴레에 갇힌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삶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그 현실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 연애부터 결혼과 출산까지 기성세대의 모든 틀을 깨부수는 청년, 양육 졸업을 선언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중년, 자녀에게 짐이 되는 건 사양하는 달라진 신노년까지, 이 책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충만한 1인분의 개인적 삶으로 새로운 사회를 그려가는 각자도생 세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은 현대인들의 일상을 왜곡 없는 시선으로 정직하게 분석하고 있다.  
‘1부. 한 사람의 위기가 전체의 위기가 되는 사회’에서는 저성장을 배경으로 가족 효용이 쇠퇴하며 살얼음판에 선 현대 가족과 ‘엄마다움, 아빠다움’이라는 전통적 역할의 붕괴를 다룬다. 한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가족을 불완전으로 암시했던 경직적이고 폭력적인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며, 애초에 가족에는 정상도 비정상도 없고 가족 해체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2부. 세대 불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개인’에서는 가족이라는 부담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청년/중년/노년의 현실을 다룬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열심히 살아도 자꾸만 가난해지는 처지에 놓인 한국인들의 상황을 바탕으로, 각자가 스스로 살길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한다. 
‘3부. 각자도생의 ‘1인분 책임 사회’ 등장’과 ‘4부. 개인의 행복으로 공동체를 지키는 사람들’에서는 언제든 쉽게 헤쳐 모일 수 있는 셰어하우스나, 따로 살되 함께 노는 근거 등의 확장적 가족 구성은 물론,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중년 싱글, 새로운 자아 찾기에 나선 팔십 청춘까지 각자의 몫으로 충만하게 살아내려는 현대인들의 여러 실험을 소개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메시지는 어렵지 않다. 바로 ‘각자도생’이라는 시대 트렌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자는 것,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제대로 직시해야만 위기에 대응할 새로운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은 급변하고 사람들도 변화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저자는 “여전히 제도가 예전 그대로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이제 시대 흐름에 발맞춰 효용을 잃은 제도는 폐기하고,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할 새로운 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마련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논의의 장이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