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 법정관리 최용권 회장 책임론 전모

2012.08.03 16:18:50 호수 0호

회사가 죽든 말든 곳간 문 걸어 잠근 오너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66년간 건설산업 외길을 걸어온 삼환기업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경부고속도로, 국립극장 등이 이 회사의 작품이다.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중동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튼실한 건설사가 왜 이런 위기에 봉착했을까?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기로에 서있던 삼환기업이 결국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삼환기업은 워크아웃 신청 5일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환기업과 채권단은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놓고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 23일 법원은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삼환기업이 채권단에 요구한 사항은 18~20일경에 돌아오는 기업어음 120억원을 막기 위한 긴급자금 3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요구였다. 삼환기업은 5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70억원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협력업체 피해 불가피

채권단은 절차 등을 감안할 때 23일에나 지원이 가능하다며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니 오너의 사재 출연을 통해 책임을 지라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재 출연을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환기업은 법정관리를 통해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고 경영권까지 지킬 수 있게 됐지만 채권자의 가압류, 강제집행도 금지돼 700여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5월까지 삼환기업에 대한 은행권 채권규모는 수출입은행이 715억원, 신한은행 601억원, 농협 469억원, 우리은행 298억원 등 4367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삼환기업이 법정관리를 택한 이유를 워크아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지난해 3월부터 6개월 이내에 법정관리를 끝마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1964년 최종환 명예회장에 의해 창업된 삼환은 국내 건설사로는 중동에 처음 진출해 '중동붐'을 이끌었으며 1970~80년대에는 워커힐호텔, 조선호텔, 플라자호텔, 신라호텔, 서울지방검찰청, 대검찰청 등 국내 유명 건물 건설을 도맡았다.

1996년 9월 창립 50주년과 동시에 2세인 최용권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또한 최 회장의 장남인 최제욱 상무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차남인 최동욱 차장이 부친의 경영을 돕고 있다.

삼환은 2007년까지는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튼실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해 2007년 9145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지난해 7778억원으로 줄었고 42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은 991억원 적자로 급감했다.

이 때문일까? 삼환기업 노동조합은 최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환기업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허종 삼환기업 사장을 해임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삼환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대주주인 최용권 회장이 회사 임원 등의 이름을 빌려 차명주식을 관리해 온 내역을 확보했다"며 "허종 사장의 이름도 차명계좌 내역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허 사장이 최 회장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했고, 비자금 조성 및 관리, 경영 악화의 책임 등 법정관리인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크다는 설명이다.

66년 역사 삼환기업 불안불안 '살얼음판'
노조, "최용권 회장 회사 떠나라" 퇴임 요구

이어 "대주주와 현 법정관리인이 경영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왔는데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자신들은 어떤 노력이나 희생도 하지 않고 있다"며 "독단적인 경영과 무능력함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최 회장은 사재를 출연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환이 협력업체에 줘야 할 돈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1분기 기준 PF 사업 지급보증액은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서울 하왕십리, 판교에스디쓰리, 청라국제업무타운 등 약 2600억원에 달한다.

삼환의 한 관계자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회사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경영진이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과 보유 부동산 조기매각을 건의했지만 최 회장의 반대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초 완공한 서울 한남동 리버힐 빌라는 최 회장이 30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를 고집하면서 전체 32채 중 3채만 회장 일가가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는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초에 완공한 경주시 용강동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판매도 지연됐고 서울 소공동 부지 매각도 지연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과 부동산 매각을 막지만 않았어도 지금 같은 위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이어온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최 회장이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만하게 경영해 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삼환기업에 대한 각종 비리와 부패도 끝없이 터져 나왔다. 올해 초 최 회장과 삼환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신민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 불법 대출과 당기순이익을 200억원 부풀려 자기자본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해 11월에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직원이 임의로 매각하는 횡령사고도 발생했다.

삼환 "정상적 절차"

삼환 관계자는 "노조에서 제시한 자료만 가지고 차명계좌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다"며 차명주식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 지연이나 부동산 매각 지연은 오너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닌 회사차원에서 판단하고 결정한 문제"라며 "이제 막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경영진 퇴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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