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6)

2012.07.30 11:04:30 호수 0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거래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정공법으로 나갈 땐 단도직입적으로 밀어붙여라
상대방에게 약점 잡힐 어떠한 구실도 주지 마라

서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기며 강 전무라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했다. 그 자는 모 중견 건설회사 영업전무로 근무하다 명퇴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세 사람은 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강 전무는 내가 갑자기 나타난 게 몹시 의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애써 감추는 듯했다. 차를 마시며 연말 분위기 얘기를 잠깐 하다가 서 사장이 슬며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저어, 강 전무님! 여기 임 이사는 저와 친구이기 전에 이 회사에 투자한 동업자로써 저와 같은 실질적인 오너입니다.”
“아예….”

강 전무라는 자가 서 사장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새로운 사실에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 사장은 강 전무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로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어제 돈을 입금 받으면서 작성한 약정서가 내용상 문제점이 없는지 한번 검토해달라고 요청해서 이렇게 임 이사가 온 겁니다.”
강 전무는 뭔가 일이 꼬여간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서 사장과 나는 서로 눈빛을 교차하면서 이심전심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눈짓을 하고 이번에는 내가 말을 시작했다.

“저어 강 전무님! 서 사장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좋은 분들 소개해주시고 영업을 도와주신다는 말을 듣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뭘요, 아직 제대로 된 영업을 이룬 것이 없는데….”
강 전무는 멋쩍은 듯 겸손을 떨었다. 나는 서 사장이 강 전무로부터 약정서를 건네받아 보관하고 있는 것인 양 넘겨짚듯이 말했다.
“아 참, 서 사장 약정서 좀 봅시다.”
내 말을 눈치 챈 서 사장도 그럴듯하게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 전무님께서 지금 막 주시려고 하는 차에 자네가 도착한 거라네.”
“아, 잘 되었군 그래.”

음흉한 술책 노출돼


강 전무는 우리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주머니에서 돈을 입금해준 상대방 회사의 상호가 찍힌 봉투를 꺼내 서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봉투를 받은 서 사장은 꺼내보지도 않은 채 곧 바로 다시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어차피 이런 거래를 중단하기 위해 만난 것이기에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강 전무에게 어떠한 약점도 잡힐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약정서 내용이 중요한 것처럼 그리 길지 않은 문언을 면밀히 검토하며 천천히 읽어 나갔다. 어제 밤에 서 사장이 말한 내용의 요지와 별 차이가 없었다.

“뭐, 내용을 파악해 보셔도 알겠지만 특이할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돈이 좀 필요해서 친구회사로부터 차용하는데, 그 친구회사 사정상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하기에 형식상 작성한 것에 불과한 겁니다.”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던 강 전무가 속이 탔는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의 음성이 몹시 긴장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를 쳐다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예, 물론 별문제는 없겠지요. 그런데 친구회사에서 돈을 차용하면 그냥 차용증을 작성하면 될 것인데, 굳이 우리 회사에서 이렇게까지 개발선급금을 지불한 것으로 약정하신 이유는 뭡니까?”
나는 우리 회사라는 대목을 강조하면서 조금 전보다 더 단호한 표정으로 강 전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강 전무가 흠칫하고 있었다. 그가 변명조로 말했다.

“그쪽 회사 사정상 돈을 인출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그리고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더욱 이해하기 어렵지요! 대여인 회사에서 돈을 차용하는 차주로부터 차용증을 받았으면 그만이지, 법인통장을 이용하도록 허락해준 선의의 제3자에게 이런 약정서까지 받아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않습니까?”
“아니 그러면, 제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각서를 작성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강 전무는 목전에 1억원이 걸려있기에 어떻게라도 돈을 받기위해 나를 설득하고자 하는 눈치였다.

죽 쒀서 개 주는 격

“물론 그렇게 각서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서 사장과 강 전무님 두 분 쌍방 간의 문제만은 아닌 듯합니다. 지금 두 분이 아무리 안전장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돈을 빌려준 당사자는 다른 분이 아닙니까? 입금해준 상대방 회사가 이 약정서 자체를 무효로 하고, 서 사장 개인이나 회사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확실한 안정장치가 없는 한 서 사장과 회사의 책임은 면할 수가 없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상태에서 돈을 제때에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 그쪽에선 이 약정서를 들고 나올 게 아닙니까? 그럴 경우 아주 복잡한 문제로 발전되지 않겠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쪽 회사에서는 돈의 책임은 우리 측에 전가하고 돈 1억원은 다른 사람들이 챙기게 된다 이겁니다.”

말을 하면서 강 전무를 살피자, 그는 마치 자신의 음흉한 술책이 사전에 노출되어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일은 변칙이고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벗어난 거래일 뿐만아니라 일반적으로 해서는 안 될 거래라 이겁니다.”
어차피 정공법으로 나갈 바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핵심을 찔러 말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한층 굳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과잉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겠습니까마는 그렇게 염려가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강 전무는 더 이상 설득할 말을 찾지 못한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이 틀어져 굴러들어온 1억원이라는 돈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닌지 안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하고 말에 힘을 실어 대꾸했다.

“그냥 원점에서 다시 하시죠?”
“어떻게요?”
“강 전무님께서 돈을 빌려주고자 한 대여인 회사에 가서 제 뜻을 전하세요. 좀 전에 말 한 바대로 이 계약서를 무효로 하고 단순 통장계좌만 이용하는 것으로, 돈을 강 전무님께 건네줘도 우리 서 사장 개인과 회사 측에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오시면 됩니다. 각서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함과 동시에 강 전무님께 돈을 건네주겠습니다. 아니면 저도 달리 방법 없이 이번 건을 무효로 돌리고 그 쪽에 돈을 반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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