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사고 1년, 그 후…

2019.09.23 09:38:07 호수 1237호

청년의 죽음이 세상을 바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주운전은 도로교통의 3대 악으로 불릴 정도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실제 음주운전 사고로 가정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안타까운 사연이 지금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윤창호법을 이끌어낸 윤창호씨 사건도 그중 하나다.
 

▲ 제2윤창호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갖는 윤창호씨 지인 이영광-김민진씨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발생한 국내 음주운전 건수는 255592건에 이른다. 7018명이 사망했고 455288명이 부상당했다. 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부상자수는 감소했지만 피해 가족의 고통은 여전하다.

도로의 악

음주운전의 무서운 점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자체는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재범률은 200836.5%201744.7%까지 치솟았다. 마약범죄 재범률(36.3%)보다 높은 수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상습 운전자들의 평균 음주주행 횟수는 5.97회로 나타났다. 10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봤다는 운전자도 29.6%에 달했다. 상습 음주운전의 이유로는 허술한 단속망과 미미한 처벌이 꼽힌다.

도로교통공단의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음주운전 경험이 있지만 한 번도 적발된 적이 없다는 응답이 83.3%에 이르렀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음주운전자 10명 중 단속에 걸리는 사람은 채 2명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번 단속망을 피한 음주운전자는 점차 자신이 붙는다. 음주운전을 해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일에 거리낌이 없어진다. 설사 단속에 걸렸다 해도 처벌 강도가 높지 않아 음주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윤창호법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다. 윤창호씨는 추석 연휴인 지난해 925일, 새벽 부산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윤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46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11월 세상을 떠났다.

전체 건수 감소했지만
10명 중 4명은 또 운전

군인 신분으로 휴가를 나왔다가 변을 당한 22세 청년의 죽음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는 등 분노가 일었다. 윤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윤씨의 사건으로 일어난 사회적 반향에 국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도로교통법 개정안이른바 제1윤창호법과 제2윤창호법을 발의했다.

국회는 지난해 1129일 본회의를 열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특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해 1218일부터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법정형량이 높아졌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도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강화됐다.

지난해 127일에는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2000만원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전에는 3회 이상 적발 시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1000만원에 처했다.

또 운전면허 정지와 취소 등에 관한 단속 기준도 강화됐다.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을 현행 알코올농도 0.05% 이상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 이상서 0.08% 이상으로 정했다. 3회 적발돼야 면허가 취소됐던 것도 2회로 강화했다. 개정안은 지난 625일부터 시행됐다.
 

윤씨 사고 이후 1년이 흘렀다. 1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9개월, 2윤창호법이 시행된 지는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음주운전을 근절하고 심각성을 알리자는 취지서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지난달 24일까지 2개월 간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달 27전국 음주운전 특별단속결과를 발표했다. 단속 기간 동안 음주운전 사망자는 21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명과 비교해 65% 감소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도 지난해 3145건서 1975건으로 37.2% 줄었다.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지난해 27953건서 올해 19310건으로 30.9%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오후 10시서 오전 4시 사이 단속 건수는 63% 줄었다.

윤창호법 시행 후 감소세
‘반짝 효과’ 그치지 않아야

이번 추석 연휴에도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감소세를 보였다. 각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추석 연휴 나흘 간(1215) 음주운전 163(면허취소 112, 정지 47, 측정거부 4)을 단속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닷새 간 380(면허취소 240, 정지 129, 측정거부 11)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이 감소했다.

인천은 77(지난해)39건으로, 부산은 113건서 42건으로, 대구는 68건서 23건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광주(5521), 전남(10751)도 절반 가까이로 감소했다. 반면 울산과 경북, 대전 등에서는 음주운전 단속 수치가 늘어나거나 변화가 없었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서 대체적으로 음주운전이 줄었다. 음주운전 추방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출근길 단속도 이어지면서 전날 술자리서 과음을 절제하는 음주문화가 조성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윤창호법의 시행으로 뚜렷하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음주운전 피해자와 피해가족의 소식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언론을 달구고 있다.
 

▲ 음주운전 근절

지난 7일에는 아들을 마중나왔던 70대 노모가 아들이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아들은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51%로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노모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제주도서 50대 운전자가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70대 노부부를 차로 치었다. 노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85%로 만취상태였다. 그는 음주 상태로 트럭을 몰다 노부부를 포함해 3명을 차로 친 혐의를 받았다.

사회변화 될까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아들인 장용준씨의 음주운전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장씨는 지난 7일 오전 23시 사이 마포구 지하철 5호선 광흥창역 인근 도로서 음주상태로 차를 몰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음주측정 결과 장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경상을 입었다. 장씨는 현재 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 교사 혐의 등으로 입건된 상태다. 특히 경찰은 운전자 바꿔치기, 뺑소니 의혹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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