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소다미술관 단체전’ 사물의 집

2019.08.26 09:59:56 호수 1233호

일곱 명의 작가 일곱 개의 사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명의 작가가 말하는 7가지 사물 그리고 삶. 소다미술관서 각기 다른 사물로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단체전 ‘사물의 집 : House of Things’를 준비했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놓인 일상적인 사물을 주제로 삼았다.
 



경기 화성시 소재의 소다미술관은 강준영·김상훈·김시연·지희킴·소동호·한수희·홍윤 등 7명 작가의 단체전을 준비했다. 사물의 집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특정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물에 주목했다.

전시장에 놓인 것은 상투적 의미의 기물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개인적 경험서 출발한 의미 있는 대상이다. 작가들은 모두가 공감할만한 자전적 경험을 시작으로,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작품으로 풀어냈다.

살아있는 인격체

사물에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수많은 형태로 남는다. 작가들은 모두 삶의 모습과 개인적 경험서 비롯된 자기 정체성을 특정 사물에 각인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전시장 곳곳서 마주하는 사물들이 평범함서 벗어난 듯 마치 살아있는 인격체처럼 느껴진다.

사물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무언가를 투영시킨 대상화된 사물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자기검열의 방식과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일상과 밀착된 지점서 예술에 대한 실천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강준영= 경험적 생각과 삶 저변서 마주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도자기라는 사물 위에 감각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준영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나라서 경험한 유년기 시절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 그리고 소외된 것에 대한 경외를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동시대를 경험하며 마주하는 모든 것이 강준영에게는 작업의 원천이다. 이를 가장 전통적이면서 실용적 기물인 항아리 위에 풍부한 색채의 드로잉과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언어들로 기록하고 있다.
 

김시연= 일상의 섬약한 사물을 소재로 개인의 삶에서 느끼는 불안의 감정과 인간의 실존적 고독,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극도로 절제된 사진 속에 표현했다. 특히 연약하고 사소하게 보이는 오브제들을 상투적 의미로 정의하지 않고 사회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신을 투영하는 또 다른 대상으로 존재하게끔 했다.

이번 전시서 선보이는 ‘잔(Cup)’ 연작서 김시연은 위태롭고 불안한 인간의 심리를 특유의 절제된 감성으로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김상훈= 김상훈은 예술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에 있는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 작품을 소개한다. 작품은 어떤 모델링도 하지 않은 즉흥적인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배합비율에 따라 형태를 무한히 변형할 수 있는 폴리우레탄 폼이 주된 작품 재료다.

재료의 물성을 살리면서 실용성을 극대화한 작품은 마치 추상 표현주의 회화를 캔버스 밖에 옮겨놓은 듯하다. 그의 작품은 가구이기보다는 독창적인 하나의 예술처럼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자전적 경험 바탕으로
다채로운 작품 선보여

소동호= 소동호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공간에 관한 사물을 디자인한다. 특히 조명이나 의자와 같은 일상적 사물들을 구조적이고 심미적인 관점서 관찰하고 이를 용도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오브제로 완성하는 것에 집중한다.

소재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실험, 그리고 경계 없는 디자인에 대한 소동호의 신념이 작품에 녹아 있다. 그의 작품은 보편적 사물의 기능을 넘어 전혀 다른 쓰임으로 공간을 점유한다.

지희킴= 유학시절 기증받은 책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의 도구로 삼았다. 우연히 시작된 기억의 연쇄적 이미지를 강렬하고 함축적인 드로잉으로 담아냈다. 지희킴은 오래된 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질감과 냄새, 활자의 배열과 구조 등 책의 물질적인 측면에 매료됐다.


그 안에서 무의식의 기억과 수많은 사건을 기록한다. 관람객은 작품의 제목을 통해 드로잉의 시작을 찾게 되고 어느덧 자연스레 이 유희적인 놀이에 빠져들 수 있다.

홍윤= 홍윤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익숙한 사물을 특유의 따스한 질감이 느껴지는 목판화와 감각적인 선묘가 돋보이는 동판화로 옮겨낸다. 그의 판화 작품에서는 마치 채집이라도 한 듯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오래된 물건과 지극히 사적인 타인의 냉장고 속 사물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홍윤의 경험과 추억이 투영된 일종의 자화상인 동시에 관람객에겐 저마다 삶의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 감정을 나누는 의미 있는 대상으로 존재한다.

한수희= 한수희는 책과 함께 관람객을 만난다. 그는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온전히 나답게>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등의 저서를 냈다. 그는 이번 전시서 11권의 책을 관람객들에게 추천한다. 일상의 이면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책들은 한수희의 추천글과 함께 관람객을 찾아간다.

한수희는 사람들은 나에게 왜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것들에 대해서 쓰느냐고 묻는다그럼 나는 내가 아는 것이 그저 저 자신의 일상일 뿐이라서 그것에 대해 쓸 뿐이라고 답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내 일상의 성실한 관찰자이자 기록자라고 덧붙였다.

정체성 각인

소다미술관 관계자는 이야기가 있는 사물은 늘 보던 것과는 다르게 전시장 내에서 낯선 존재감을 드러낸다익숙하지만 생경한 대상을 관찰하고 색다른 관점으로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자신의 삶이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11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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