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3)

2012.07.09 10:47:57 호수 0호

못 먹어도 고 아니여?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대가 혼탁한 틈타 자신의 목적 달성
돈 빌리려 타 회사 법인통장 눈독 들여

“나는 그 약사분에게 채무자의 사정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할 수가 있으니 경매진행을 결정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서 단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네.  ‘얻으려면 버려라’는 말처럼 큰 것 을 취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 그 오 사장이라는 채무자가 ‘합의를 볼 수 없다.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나올 경우 약사분께서는 돈 한 푼 받지 못 해도 좋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하며 상대방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라고 했지. 그래야 상대방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실리를 쫓아 합의 제안이 들어 올 것이 아닌가?”

얻으려면 버려라

“그 후에 돈은 받았대?”
결과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친구가 다그치듯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놀리듯 웃으며 반문했다.
“자네가 문제를 내놓고 나한테 되물어보면 어째. 눈치로 본께 틀림없이 성공했겠구먼. 원금은 받았는가?”

“물론이네. 그 약사분께서 이틀 후인가 전화 연락이 왔다네, 법무사를 찾아가 경매진행을 속행 해달라고 의뢰 하였다는 거였네. 그 후 두 달 쯤 지났을까 그 약사 분이 자신의 아내를 모시고 찾아왔다네. 그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경매를 진행하자 채무자가 처음에는 ‘이럴 수가 있느냐!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을 거다.’ 하면서 방방 뜨더라는 거야. 그래서 ‘까짓 거 먹지 못해도 끝까지 고 하겠다’며 강하게 나가자 얼마 동안 잠잠하더니 결국에 합의 제안이 들어와 원금만 받고 경매취하를 해주었다는 거였네.”

“야, 정말 기막히구먼. 그분들이 자네에게 엄청 고마워했겠구먼.”
“하하, 말도 말게. 그 약사부부께서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네 약국에서 만든 보약을 지어와 업무에 피곤할 때마다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주지 뭔가.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노인들 정성이니 받으라고 하시며 사무실에 두고 가셨다네. 그러니 어쩌겠나. 그분들 성의도 있고 해서 사무실에 두고 결혼한 남직원들과 나눠 먹었다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말짱하지 않는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내가 말하자 친구가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아이고 이사람 농담은. 그때가 언젠데. 약기운이 날아갔어도 벌써 태평양은 건너 갔것네.”
우리는 잠깐 주변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내 크게 웃었다.

“어떤가. 내가 조언했던 이 사례가 마음에 드는가?”
“물론이제. 우리 같이 애매모호하게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적 사례가 될 것이여.”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결정을 할 텐가?”
“아따! 뭐 결정하고 자시고 말 것이 어디 있는가? 그 약사분처럼 못 먹어도 고 아니여? 우리 역시 일억원이 넘는 돈을 날릴 것인가 아니면, 경매비용을 날릴 것인가 둘 중에 판단 해야제. 직원들에게 내일이라도 당장 경매진행을 하라고 할라네.”
“아무튼 정 상무 자네 지위도 있고 하니,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고 의뢰할 법무사와 잘 상의해서 진행하기 바라네. 부디 성공하시게. 자아, 이쯤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가세. 이거 벌써 깊은 산 옹달샘에서 개구리들 음악잔치가 벌어지는 것처럼 내 뱃속이 영 말이 아니네.”
“그러제, 어서 가세, 오늘은 내가 식사를 사께.”

자정에 울린 전화벨

“아, 이 친구 밥만 사면 쓰겠는감? 술도 한잔 사야지 안 그래? 하하하~”
그렇게 친구와 나의 해후는 즐겁고 통쾌하게 밤늦도록 이어졌다.
병법에도 ‘혼수모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혼탁한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계책이다.
자신의 어려움이나 궁색함으로 곤궁에 처해 있을 때, 상대방은 이를 먹이의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가하는 수가 있다.
때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믿고 베풀었던 일들이 도리어 화가 되어 자신의 목을 조여 많은 피해를 일으킬 수가 있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다.  
12월 중순 무렵이었다.

한 해가 저물면서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서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맘때면 누구나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조금은 들뜨기 마련이다.
나 역시 송년회와 여러 단체의 모임에 참석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되어 평소보다 일찍 귀가를 서둘렀다. 모처럼 가족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소파에 길게 누워 TV도 보다가 잠을 청하는데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굴까?’
약간의 의문을 품은 채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니 서 사장이었다. 이 친구가 웬일로? 평소의 그답지 않게 밤늦게 전화를 했다는 건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서 사장은 나보다 두 살 연배인 전 직장 동기로 20년 이상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온 관계였다. 그는 연간 5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건실한 대표이사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아니 서형이 웬일이요?”

내 물음에 그가 몹시 미안해하며 통화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일세. 늦은 시간에 정말 미안하이.”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나?”
“아마 자네에게 혼날 일인지도 몰라.”
“혼은 무슨…. 대체 뭔데 그래?”
“그 왜 있잖아, 건설회사 자재 납품영업을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고문직을 요구한 사람이 있다고 언젠가 내가 말한 적 있지?”

“그래,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네. 아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전직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강 전무라는 사람 아닌가?”
“그래 맞네. 그런데 그 강 전무가 이틀 전 사무실로 찾아와서 하는 말이 상장업체에 있는 돈독한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로 했는데, 개인통장으로는 거래할 수가 없고 법인통장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우리 회사 법인통장을 한번만 이용하도록 허락해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