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아이돌의 그림자

2019.05.13 11:08:06 호수 1218호

모든 연예인이 ‘BTS’는 아니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TV 속 아이돌은 반짝반짝 빛난다. 돈도 많이 번다.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은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그 이면엔 누구보다 짙은 그림자가 있다.
 

▲ 블랙핑크


연예인은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서 늘 상위권에 든다. 그만큼 연예인이 되고 싶은 10대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미디어 속 화려한 아이돌의 모습을 보며 아이돌을 꿈꾼다. 그만큼 아이돌이 10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화려한 외면

대부분의 아이돌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멤버로 구성된다. 멤버의 연령대가 10대 중반까지 낮아진 그룹도 있다. TV에 나오는 아이돌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성공한 아이돌은 인기와 비례해 엄청난 부를 얻는다.

최근 소녀시대 윤아, 미쓰에이 수지, 카라 한승연과 구하라, 아이유 등 유명 아이돌 멤버들이 같은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 모두가 수십~수백억대의 건물을 매입해 건물주가 됐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윤아는 서울 강남의 100억원대 건물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카라 한승연은 삼성동, 청담동에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두 상가건물의 시세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다. 미쓰에이 수지의 경우도 삼성동에 30억원대 건물을 갖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아이돌로 데뷔해 연예계를 주름잡은 이들은 그룹 활동을 하던 기간에 큰 인기를 누리며 막대한 수입을 거뒀다. 영화·드라마 출연료, 공연 수익, 광고료 등을 통해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수십억원에 달한다.

아이돌 출신 혹은 아이돌 멤버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샀다거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놀랄 만한 뉴스가 아니다. 명품 옷이나 고급 악기 등 팬들에게 수천만원가량의 선물을 받는 모습도 생소하지 않다.

언론에서는 아이돌의 화려한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아이돌이 협찬받은 옷이 어디 브랜드고, 공항서 입은 옷이 얼마인지 등의 정보는 클릭 한 번이면 나온다. 일반인은 쉽게 접하기 힘든 값비싼 물건을 쉽게 소비하는 아이돌의 모습에 10대 아이들은 부러움을 느낀다.
 

▲ 소녀시대

성공한 아이돌의 모습을 지켜본 10대 아이들은 너도나도 연예인을 장래희망으로 삼는다. 단적인 예로 케이블채널 엠넷의 아이돌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는 12000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워너원의 멤버는 11. 경쟁률은 10001에 달한다. 지원자 1000명 중에 1명만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쟁서 밀린 지원자들은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돈 벌고 인기 누리는 건 극소수
일부 연습생은 빚지고 시작해

천신만고 끝에 데뷔를 해도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가 펴낸 <아이돌 연감 2015>에 따르면 2015년에 데뷔한 신인 아이돌은 60개 팀(324)에 이른다. 이중 대중 사이서 그룹명을 알린 팀은 10팀 남짓이다. 이 팀들도 장기간 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자고 나면’ 새로운 아이돌이 데뷔하고 몇몇 아이돌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형국이다. 대중에게 그룹명을 말했을 때 아는 정도를 넘어 멤버를 구분하고, 노래가 알려지고, 광고를 찍는 등의 초대박 아이돌은 1년에 한 팀이 나올까 말까다. 그만큼 아이돌 세계의 경쟁은 치열하고 또 냉혹하다.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이 100만명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SM·YG·JYP처럼 소위 ‘3대 연예기획사라고 불리는 곳은 연습생이 되는 것도 어렵다. 이들 중 데뷔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연습생은 정말 극소수다.

연습생으로 보내는 기간은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오랜 기간 연습생을 하다가 어렵게 데뷔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연습생이 되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멤버로 합류해 아이돌로 등장한다.


이 과정서 연습생들에게 들어오는 수입은 없다. 일반적으로 대형 연예기획사는 연습생의 교육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데 반해, 일부 중소 연예기획사는 연습생들에게 비용의 짐을 지운다. 연습생 때부터 빚을 진 상태가 되는 것. 이들은 아이돌로 데뷔해서 수익을 내야 빚을 탕감할 수 있다. 대중들 사이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고 TV 등 미디어에도 자주 노출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아이돌은 대부분 이런 경우다.
 

▲ 방탄소년단 쇼케이스

걸그룹 우주소녀는 데뷔 3년 차인 지난해에도 정산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해 놀라움을 샀다. 지난해 9월 우주소녀의 멤버 루다는 지금 죽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데뷔한 지 이제 3년 차인데 음악방송 1위도 못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정산을 못 받았다. 뙤약볕서 뛰었던 행사 때 번 돈을 아직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는 500개가 넘는 행사 무대에 올랐지만 전혀 정산을 받지 못한 걸그룹을 조명했다. 방송에 나온 걸그룹 멤버 2명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데뷔한 후 4년간 활동했다. 계약서에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40%를 그룹 멤버에게 정산해 주기로 돼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보컬 레슨비나 무대 의상, 메이크업 비용까지 스스로 충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결국 걸그룹을 탈퇴했지만 전속 계약은 해지되지 않았고, 해당 소속사 대표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돌이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해 11월 걸그룹 시크릿 출신 전효성은 전 소속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서 승소했다.

전효성은 20179월 전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측에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전효성은 출연료 등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았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매니지먼트 권한이 양도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도 A그룹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서 승소했다. 5인조 남자아이돌로 구성된 A그룹은 201512월 소속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다음 해 여름 데뷔했다.

하지만 기획사는 담당 매니저나 차량, 레슨비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 메이크업 등의 비용도 멤버들이 자비로 부담하도록 했다. 심지어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면서 음식이나 생필품 지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산도 받지 못했다. 결국 A그룹 멤버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곪은 내면


전문가들은 아이돌의 활동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돌 멤버들이 겉으로는 부와 인기를 모두 거머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심하게 상처 입은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돌에 도전하는 지망생도 많아지고, 산업 규모가 팽창하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획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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