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실주의 작가 안창홍

2019.05.13 11:00:48 호수 1218호

화가의 손 그리고 심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가 작가 안창홍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2015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2016년 이후 안창홍이 집중적으로 발표한 조각 작품들, 그중에서도 신작들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다. 초대형 부조 신작과 마스크 그리고 회화 소품까지 25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만난다.
 

▲ 화가의 심장 1 Heart of the Artist 1, 2019, acrylic on FRP, 300x220x60(d)cm


안창홍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비판적 사유를 평면과 입체 작품에 담아왔다. 사회 변화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은 안창홍의 주된 소재다. 그는 익명의 개인에게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의 소외를 작품에 표현했다.

입체 분야로

산업화 시대에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연작, 눈을 감은 인물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려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다룬 ‘49인의 명상’, 2009년 우리 일상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건강한 소시민들의 누드를 그린 베드 카우치등이 대표적이다.

안창홍의 작품세계는 2016년부터 입체 분야로 확장됐다. 눈이 가려지거나 퀭하게 뚫린 거대한 마스크 조각들을 소개했다. 한층 넓어진 그의 작품세계는 이번 전시서 두드러진 성과로 나타난다.

지하 전시장에는 안창홍이 2019년 새로 선보이는 신작 부조인 화가의 손’ 3점과 화가의 심장’ 1점이 걸린다. 인형, 롤러, , 물감튜브, 물감 찌꺼기 등 쓰다버린 물건들이 빽빽이 뒤엉킨 상태로 확대된 모양의 판 덩어리 중간에 백골의 손이 걸려있는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화가의 손 연작은 높이 3m, 길이 2.2m의 거대한 크기다. 제목 속의 화가는 안창홍 자신이면서 동시에 굴곡진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을 대변하는 존재다. 안창홍은 우리에게 지워진 삶의 굴레와 작업의 치열함 속에서 시간과 운에 의해 성패가 갈리고 희비가 엇갈리는 화가의 삶을 빗댔다. 작품은 형형색색 빛깔과 잿빛 그리고 황금빛의 세 가지로 표현했다.

소외된 개인의 아픔
잊혀진 역사의 비극

화가의 손과 동일한 크기의 판 조각 위에 가시에 둘러싸인 채 고통스럽게 피 흘리는 선홍색 심장이 있는 화가의 심장1’도 눈여겨봐야 한다. 화가의 심장1은 삶의 가치가 고통과 아픔에 기반하고, 나아가 이 고통과 아픔이 삶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화가의 심장2’는 이 심장만을 환조로 확대했다. 전시장 한쪽에 매달려 마치 순교자를 보는 듯한 숭고함을 자아낸다.

거대한 조각 작품들로 구성된 지하층과는 달리 2층 전시장에선 대형 마스크 2점과 익명의 얼굴들이 그려진 작은 캔버스 16점이 자리한다. 2018년에 시작된 회화 연작 이름도 없는에는 개성이 사라진 얼굴들이 거친 붓터치로 그려져 있다.
 

▲ 이름도 없는… 2019-2 Sad Evaporation 2019-2, 2019, oil on canvas, 38x38cm

안창홍은 이 표정 없는 인물들에 대해 단지 이름만 없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묻혀버린 익명의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징이 제거된 인물들의 얼굴에 제주 4·3사태나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현장서 희생당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슬픈 현실을 투영했다.

마스크-눈 먼 자들연작은 눈동자가 없거나 붕대로 눈을 가린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로 채워졌다. 이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눈은 뜨고 있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상기시킨다.

최태만 평론가는 그동안 안창홍의 시선이 사회로 향하고 있었다면 화가의 손과 화가의 심장은 자신과 동료 예술가들에게로 향하고 있다그의 작품이 관조와 성찰을 지향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함께 전시할 이름도 없는연작은 비극적 사건으로 희생됐지만 일련번호로만 표시된 사람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라며 여러 이유로 잊혔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드러난 진실을 증명하는 이 망각된 초상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임에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부터 다양한 시리즈로 발전해온 안창홍의 작품 밑바탕에는 공통적으로 부패한 자본주의, 적자생존 사회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과 역사 속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 화가의 손 2 Hand of the Artist 2, 2019, imitation gold leaf on FRP, 300x220x45(d)cm

이 같은 주제의식과 1980년대 새로운 미술운동을 일으킨 소집단 현실과 발언활동 이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안창홍을 민중미술 작가로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이 현실주의나 삶의 미술에 가깝다고 말한다.

성찰의 계기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현실과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안창홍의 태도는 40여년 동안 일관되게 작업의 근간으로 작용했다그의 시선과 메시지를 오롯이 담고 있는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우리 삶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안창홍은?]

1953년 밀양 출생

개인전

화가의 심장아라리오갤러리(2019)
눈먼 자들조현화랑(2017)
나르지 못하는 새, 안창홍 1972-2015’ 아라리오갤러리(2015)
‘At the garden’
페이지 갤러리(2014)
남과 북기억공작소, 봉산문화회관(2014)
25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 안창홍 작품전조선일보 미술관(2013)‘발견 / Micro:scope’ 대안공간 루프(2013) 외 다수

수상


25회 이중섭 미술상(2013)
10회 이인성 미술상(2009)
1회 부일 미술대상(2001)
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2000)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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