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키맨’ 미스터리

2019.04.01 10:28:38 호수 1212호

그날 별장서 함께 술도 마셨다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에 중간다리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게 전달된 익명의 투서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투서의 내용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법조계는 투서의 내용과 공개 시점에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가명으로 보냄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김학의 검사장님 계실 때 춘천지검에 근무하던 검사입니다. (중략) 김학의 검사장을 그런 험지에 빠지게 한 분이 당시 A씨(현 변호사)입니다. 거의 매일 술을 드셨고 윤중천 사장을 김학의 검사장님에게 소개시켜준 분입니다. 문제가 된 별장서의 음주에도 동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주 그곳을 드나들면서 당시 부장검사나 서울서 온 지인들을 데리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분이 왜 조사에서 누락됐는지 혹시 과거사진상조사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연수원 17기 동기)이어서 그런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투서 접수
내용은?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 26일 투서를 공개했다. 발신자는 춘천지방검찰청 박정의(가명)로 돼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연결해준 ‘키맨’인 A씨에 대한 조사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그 이유를 A씨가 과거사위원장이었던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한 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관한 진상규명을 위해 발족한 조사단 중 일부 조사위원은 지난해 12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서 당시 수사 검사의 외압 등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법무부 소속 과거사위 산하 기관이다.

민간 조사단원인 김영희 변호사 등 6명은 당시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중 일부가 조사 활동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단원 일부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일부 사건에 대해 민·형사 조치를 운운하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단원이 조사 및 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겠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검찰총장이 엄정한 조치를 취해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당시 김 변호사는 외압이 있었던 사건명과 외압 행사 방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현재 조사단의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A씨를 언급한 투서는 김 총괄팀장 앞으로 수신됐다.

현직 변호사 ‘김-윤중천’ 연결
전직 과거사위원장 절친 주장도

조사단의 기한 연장과 관련해 과거사위와 갈등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당시 조사단이 과거사위 측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일부 위원이 “조사단 활동기한이 연장되면 사표를 쓰겠다” “(사건에) 욕심 내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투서에 언급된 김갑배 변호사는 과거사위원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12월부터 위원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데 이 사실은 지난 1월 뒤늦게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당시 복수의 언론을 통해 “사건의 조사 방향 설정 및 쟁점 파악 등을 정리해가는 과정서 어려운 점 등이 있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일각에선 과거사위 내부적으로 갈등이 빚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변호사는 “그 점은 (사실이)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도 법조계에서는 조사단의 외압 폭로와 김 변호사의 사의 표명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 총괄팀장 앞으로 온 투서에 A씨의 존재와 김 변호사가 언급됐다. 김 변호사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A씨를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투서에 거론된 연수원 17기 동기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전혀 모른다는 반박이다.

A씨 등장
돌연 부상

이 때문에 법조계 내에서는 투서와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먼저 투서의 내용 중 사실관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수의 언론에서는 변호사 박모씨를 유력한 A씨 후보로 지목한다. 박씨는 윤씨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 그는 윤씨 부인의 변호를 맡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투서가 주장하는 내용과 박씨가 실제 김 전 차관에게 윤씨를 소개시켜줬는지는 구분지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전 차관이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윤씨를 알았다기보다 충북지역 검사장 모임서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사법 적폐 청산 운동을 펼치는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 27일 YTN라디오와 한 인터뷰서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알게 된 경위는 박씨가 소개했다기보다는 당시 원주나 충주, 이쪽 지역 검사장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서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알게 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며 “윤씨는 그쪽 지역서 일종의 스폰서였다”고 내다봤다.

유력 후보
수면 위로

또 김 변호사가 과거사위원장이었을 당시 박씨를 조사 대상서 제외시켰을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투서는 A씨와 김 변호사가 절친한 사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연수원 17기 동기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와 박씨의 관계는 연수원 17기 동기라는 점을 제외하고 두 사람의 친분을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김 변호사가 “검찰 과거사위가 조사단으로부터 여러 번 중간보고 등을 받았지만, 조사 대상에 누구를 빼라거나 넣으라고 못한다. 그랬으면 조사단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반박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투서는 A씨의 출석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단서를 제공한 점, 의도적으로 조사 대상서 누락됐다는 점을 밝힌 점, 투서의 마지막에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투서를 공개한 조사단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새겨지고 있다. 조사단 김 팀장은 “오늘 편지를 받았다. 보도에 참고하기 바란다”며 투서가 들어온 즉시 언론에 공개했다. 물리적 시간상 조사단이 투서의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과거사조사단, 당일 투서 공개
출석 압박용? 반응하는 정치권

실제 조사단 측은 A씨가 누구인지, 제기한 의혹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황인지, 편지를 쓴 사람이 실제 검사인지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조사단의 투서 공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내다본다. 조사단이 A씨의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또는 조사단이 검찰 측 고위 인사를 조사할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정치권도 투서에 반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A씨가 예전 최순실 특검의 특검보였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연결해준 A씨도 재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김 전 차관 재수사를 ‘야당 입막음용 수사’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하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국당 곽상도 의원을 수사대상에 포함한 반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제외했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
밝혀진다

나 원내대표는 “재수사 권고가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A씨와 조 의원도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드루킹 재특검’을 받지 않으면, ‘김학의 특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의 정체는 검찰의 수사과정서 밝혀질 공산이 크다. 과거사위가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기 때문에 투서 역시 검찰 쪽으로 넘어간다. 이때 투서 내용의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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