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71일 만에 돌아가는’ 여의도 풍향계

2019.03.18 10:35:58 호수 1210호

열고 보니 닫는 게 낫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70일 넘게 닫혀 있던 국회의 문은 열리지 말았어야 했을까. 국회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여야 갈등은 이전보다 더 심화됐다. 본회의장은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 상대를 향한 고성과 비난은 국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올해 초 여야는 한목소리로 민생을 외쳤지만 공허하다. 국회는 언제쯤 정상화될 수 있을까.
 

▲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항의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해 말 신년을 앞둔 여야는 저마다 결기를 다졌다.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민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국회는 1∼2월 모두 개점휴업했다. 여야의 대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사이 민생·개혁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3월 개회

두 달 넘게 대립하던 여야는 3월이 돼서야 국회를 열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저희 스스로 결단을 내려서 국회를 열기로 했다”며 “오늘 안에 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3당 원내대표 회동 뒤에 한 발언이었다.

국회는 지난 7일 첫 개회식을 가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7대 국회 이후 15년 만에 가장 늦은 개회식이라는 오점을 기록했다”며 “지각 출발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지만 국회 정상화에 따른 기대도 있었다. 다만 그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선거제 개혁은 국회 정상 가동의 암초로 지적됐다. 여야 간 입장 차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협의 끝에 단일화안을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과 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안 단일화와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고 지난 10일 선거제와 관련된 당론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당론은 비례대표제 폐지였다.

선거제 개혁안은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한국당은 사실상 선거제 개혁안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두고 의원직 총사퇴와 조기총선을 언급했다.

이틀 뒤 열린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결정적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와 함께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석 단상에 올라가 즉각 항의했다.

여야 지도부 간 몸싸움도 있었다. 문 의장의 중재 아래 나 원내대표는 연설을 마무리했다.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문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의원 128명이 모두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개원, 여야 또 충돌
청와대까지 가세, 정국 출구 불투명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색깔론을 동원해 모독한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당은 이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의원 113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

국당 정양석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의 고언을 막말이라 치부하는 여당이 어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거대 양당 원내대표 간 국회 윤리위원회 맞제소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양당 대표들도 직접 나섰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발언의 기조를 보면 한국당 전당대회서 아주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며 “전대 때 하던 모습을 원내대표가 국회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앞길이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국회 본회의장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맞불을 놨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회의실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민주당 그리고 정권과 야합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오로지 대통령 눈에 들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야당 겁박을 즉각 중단하고, 의회 폭거를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정국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서도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대변인은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며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난국을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여야 4당 공조를 부정하고, 여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또 충돌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로 3월 국회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는 여야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했다. 당장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재차 충돌할 공산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쟁을 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며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국회가 무슨 면목으로 정쟁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과 ‘제2의 나경원’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한국당 배현진 전 대변인이 보인 반응이 화제다.

배 전 대변인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박수를 보낸다. 국민의 목소리를 참 잘 전하셨다”며 “이미 오래전 외신에 보도된 내용이다. 원래 뼈 맞으면 참 아픈 법”이라고 말했다.

배 전 대변인은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한국당에 입당해 송파을 조직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배 전 대변인은 ‘제2의 나경원’으로 불렸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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