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성남 테마폴리스 복마전 실태

2012.06.25 14:21:05 호수 0호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 죽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성남버스종합터미널과 홈플러스, CGV가 입점해 있는 야탑 테마폴리스의 이권다툼이 점차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건물 운영권이 사태의 쟁점인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고용됐다. 급기야 폭력사태가 벌어져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을 찾기 위해 농성을 진행 중인 테마폴리스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9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 테마폴리스 7층 옥외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니 건물전체 환기를 책임지는 대형 환기구에 매달려 있는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기업 기술보증기금 ○○○는 불법 사기계약, ○○○ 신영은 용역깡패동원 불법 점거' '전체 소유권자는 300명, 총회 참석 1명으로 관리인 선임이 말이 되나요?'라고 적혀있는 현수막 밑에는 천막 2개가 쳐있고 그 안에는 장기간 고공농성에 지친 건물관리단 직원들이 탈진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장기간 고공농성
부상자 속출

건물관리단이 사용하는 사업관리본부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 역시 마찬가지로 천막이 세워져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 20여 명과 건물관리단 직원, 테마폴리스 구분소유권자 20여 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테마폴리스는 지난 2000년 8월 개장해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5~6만에 달하는 성남의 대표적 복합쇼핑센터다. 현재 홈플러스와 CGV, 1700여 개의 소규모 매장이 입점해 있고 개장 후 약 12년간 테마알앤디(대표 이동호)에서 건물관리를 맡아왔다. 테마알앤디는 테마폴리스 7층에 사업관리본부를 두고 약 50여 명의 직원들이 건물 냉·난방, 청소, 방제, 안전, 경비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테마알앤디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 테마폴리스의 대지분권자인 기술보증기금이 지분 전체(70%)를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인 이모(57)씨에게 수탁했고, 이모씨는 지난 8일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건물관리인으로 기술보증기금 채권관리팀 직원을 내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씨는 신영에셋(대표 정춘보)을 새로운 건물위탁관리업체로 변경했다.


용역업체 동원 무단 점령 기존 관리단과 충돌
폭력사태 발생 1명 뇌사 판정 10여 명 부상 

취재기자가 만난 이충재 테마알앤디 관리부장의 말에 따르면 집합건물법상 건물관리인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3분의 2가 참석하고 그 중 5분의 4가 의결해야만 한다. 이씨가 주최한 임시총회에는 이씨를 제외하고 구분소유자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분소유자들은 이날 임시총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다.

새로운 건물관리업체로 선정된 신영에셋은 지난 13일 새벽 2시께 용역업체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테마알앤디 사업관리본부를 급습했다. 용역직원들은 사업관리본부 출입문을 부수고 당시 당직근무를 서던 테마알앤디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낸 뒤 사무실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테마폴리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전기, 소방 등 공공시설을 책임지는 관리자들이 순식간에 내쫓겼고 신영에셋 측의 신규 인력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각종 기기의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신규 인력 때문에 무더운 여름 냉방은 물론 건물의 조명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 하루에 300개 노선 2천여 대가 움직이는 터미널은 환기구 작동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매연이 배출되지 않고 있어 버스 이용객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지하 4층 기계정비실, 지하 1층 방제실 등 공공시설은 용역직원 120여 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다 못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16일 집회를 열고 사업관리본부 진입을 시도했다. 구분소유자들 대부분은 50세를 넘긴 고령자들이었다. 이들의 진입시도는 건장한 체격의 20대 용역직원들에 막혀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테마폴리스 지하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여성은 늑골과 어깨뼈가 으스러져 구조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으며, 환기구 꼭대기에 올라 농성을 진행하던 테마알앤디 직원 4명 중 1명도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물 냉방 조명 마비
이용객 건강 피해 우려

밤샘 근무를 마친 용역직원 1명은 차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뇌사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행태에 분개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2차 진입을 시도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분당경찰서가 병력을 동원해 중재에 나섰다.

경찰은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19일까지 기술보증기금 사장과 면담을 주선하기로 구분소유자들과 약조했다.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구분소유자들은 경찰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의 생각은 경찰과 달랐다. 기술보증기금 사장은 구분소유자들과의 면담을 회피, 결국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20일 테마폴리스 입구 측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 자리에는 구분소유자 및 입점상인, 테마알앤디 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우태 건물관리단장 및 입점상인 대표는 집회에서 "불법점거를 해제해야 한다. 불법이 난무하고 폭력이 극에 달했는데도 분당경찰서는 손을 놓고 있다"며 "경찰서장을 만나 수사를 촉구하고 해결점을 찾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대표는 "13일 새벽 사태 당시 112 전화로 신고해 분당경찰서에서 출동했지만 건물의 이권다툼이라고 구경만 했으며, 이들이 불법 점유한 건물 부분 중에는 7층에 개인사무실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까지 봉쇄해 건물관리와 무관한 개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시간 테마폴리스 7층 난간에서도 테마알앤디 직원들이 핸드마이크를 통해 낭독하는 '성남시민께 고하는 성명문'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폭력 극에 달했는데
경찰은 손 놓고 있다"

집회가 끝난 후 가진 분당경찰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오 대표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테마알앤디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회를 열었고 새 관리업체를 계약했다"며 "오히려 체마알앤디 측이 건물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용역업체를 고용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우리 측 잘못이지만 테마알앤디 ?도 영업방해 등으로 경찰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테마폴리스 관리단 측이 검찰에 고발한 업무방해 및 폭행죄, 사문서위조, 불법침입, 기물파손 등은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폴리스의 시작은 찬란했다. 당시 테마폴리스 건축사업 시행자가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이하 한부신)이라는 점과 대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책임시공을 한다는 점 때문에 상가분양은 순조로웠다. 여기에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에 상가분양가에는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당시 평당 분양가가 최고 2800만원까지 치솟았다. 테마폴리스 상가를 임대받은 사람은 1400명, 상가 소유권을 완전히 분양받은 사람은 300여 명에 달했다.

승승장구를 달리던 테마폴리스는 2001년 2월 시행사인 한부신이 부도를 내면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한부신 부도 후 공사대금 1200억원을 받지 못한 삼성중공업과 시행사 한부신에 800억을 대출 해준 기술보증기금은 테마폴리스 건물과 토지에 대해 960억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같은 해 3월 법원으로부터 제3자 출입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상인들의 건물 출입마저 막아버렸다.

검찰, 업무방해·폭행·불법침입 수사 중
이권다툼 피해는 고스란히 터미널이용객에

이렇게 되자 점포를 분양받거나 임대받은 1700여 명의 계약자들은 1500억원에 이르는 분양대금과 임대보증금을 납입하고서도 주 채권자인 삼성중공업과 기술보증기금에 밀려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난항을 겪던 테마폴리스 문제는 2002년 9월 한부신과 삼성중공업 간 채무조정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문제가 발생한 것. 고속버스터미널은 2001년 테마폴리스로 옮겨와 운영되고 있는 상태였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은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다.

시외버스터미널 측은 대합실과 영업용 사무실 일부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겨주어야 옮겨올 수 있다며 버텼고 당시 건물 고유권자였던 한부신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던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은 4년 동안의 난항 끝에 지난 2004년 4월에서야 타결됐다.

이후에도 건물 관리비 문제로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이 끊기기도 했고 집합건축물 승인에 대한 시와 한부신의 입장차이로 사용승인 처분이 뒤늦게 철회되기도 했다. '민원폴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13일 발생한 폭력사태는 테마폴리스 개장 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1명 뇌사, 1명 늑골 및 어깨뼈 골절, 1명 혼수상태 등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현재까지도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명 뇌사 10여 명 부상
결국 최악으로 치닫다

또한 300여 명의 구분소유자들과 50여 명의 관리 직원들의 생계문제가 걸려있기도 하다.

건물관리단과 입점상인들은 기술보증기금이 새로운 관리업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신영에셋이 퇴거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신영 측 관계자는 "6월8일 총회 안건에 붙여 관리규약을 변경하고 관리인 선임을 결의했다. 기존 관리회사가 문제가 있었다. 관리비 수납 문제, 공공요금 체납 등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러나고 그럴 리 없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전문 회사에 위임된 건이다. 민원 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상 운영에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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