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회춘모드' 피를로의 미친 존재감

2012.06.25 09:24:50 호수 0호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전혀 녹슬지 않았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축구계 명언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있다. 바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피를로는 이번 유로 2012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모습 이상이다.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결정적인 패스와 슛으로 아주리군단을 이끌고 있다. '중원의 에이스'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도 피를로는 이름값을 해냈다. 특히 승부차기 상황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이탈리아가 먼저 실패한 가운데 3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피를로. 백전노장이지만 떨릴 수밖에 없는 절체정명의 순간에서 11미터 지점에 섰다. 만약 피를로가 승부차기를 놓치게 되면 2골차로 벌어지면서 이탈리아는 탈락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피를로는 절묘한 칩샷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킥의 달인'답게 묘기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면서 잉글랜드 골키퍼 조 하트를 농락했다.

피를로의 승부차기 성공은 결국 반전의 효과를 낳았다. 피를로의 여유있는 플레이에 이탈리아 동료들은 마음의 안정감을 되찾았고, 역으로 잉글랜드 선수들의 부담감은 가중됐다. 이후 잉글랜드 선수들이 잇따른 실수를 저지른 것이 피를로의 환상적인 칩슛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피를로는 일명 '회춘모드'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 들어서도 필살의 킬러 패스와 전매특허인 프리킥, 그리고 효율적인 플레이메이킹으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의 대결에서도 피를로는 군계일학의 활약으로 이탈리아의 중원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피를로가 바라보고 있는 다음 상대는 '전차군단' 독일이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강적이다. 한데, 되돌아보니 피를로에게 독일은 기분 좋은 상대다. 2006독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기가 막힌 패스로 독일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피를로는 혼전 상황에서 컴퓨터 같은 '노룩 패스'로 파비오 그로소의 결승골을 도왔다. 다시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피를로다.

피를로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본기와 타이밍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피를로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킥과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을 갖추고 있고, 전체적인 강약조절로 경기의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올 줄 안다. 한마디로 '경기를 지배할 줄 아는 선수'가 바로 피를로다.

피를로의 미친 존재감이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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