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9)

2012.06.11 10:47:45 호수 0호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주머니서 ‘가석방 출소증’ 출소한 지 일주일
“맞아 죽을래? 감옥 갈래? 내 말대로만 해”

“예, 서른다섯 입니다.”
“서른다섯이면 미성년자도 아닌데 왜?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거냐? 너 빨갱이냐?”
“아…아닙니다.”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가진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게 말이나 돼?”

내가 계속 추궁을 하자 그놈이 고개를 돌려 옷걸이에 걸린 잠바를 힐끗 바라봤다. 직감적으로 잠바 속에 신분증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후배에게 옷을 가져다주라고 했다. 놈이 앉은 자세로 순순히 옷을 걸치고는 잠바 안주머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보였다.

“아니 이게 뭐야?”

그건 다름 아닌 출소 확인서였다. 그러니까 놈은 형무소에서 나온 지 채 일주일도 안 된 상태였던 것이다.
“어, 이 자식 봐라 도둑질하다 살고나온 놈 아냐? 이거. 너 좀도둑이냐?”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후배가 ‘가석방 출소증’을 읽으며 다시금 놈의 뒤통수를 소리가 나도록 후려갈겼다.
“에이, 이 새끼! 정신 나간 놈이네, 도둑질하고 잡혀 있다가 기어 나왔으면 얌전히 반성하며 먹고살 궁리나 하지, 정신지체장애자를 유혹하여 강간이나 하려고 해? 이 새끼 안 되겠네.”
나는 후배에게 말했다.

“어이, 동생! 이 출소증을 복사해오게. 그리고 이놈 전신을 전부 사진 촬영하지.”
“예, 형님! 알겠습니다.”
후배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는 카메라를 꺼내 그놈이 앉아있는 모습부터 몇 차례 촬영을 하고, 그를 잠시 일어나라고 하고는 전신촬영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는 다시 놈을 주저앉히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후배가 복사를 하러 간 사이, 이제까지 다그치던 모습과는 영 딴판으로 목소리를 낮춰서 조용히 그를 불렀다.
“이봐!”
그가 대답대신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한번 생각해봐라. 멀쩡한 정상적인 여성이라도 해선 안 되지만, 네가 건드린 아가씨는 정신지체장애인이 아니냐? 잘못 건드려서 애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도둑질이야 상대방의 재산을 훔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지만, 아가씨 몸에 이상이 라도 생기면 아가씨는 물론 온 집안을 망치는 것이 된다 이 말이야. 특히 부모님들이 제정신으로 살아가실 수가 있겠어? 지금까지 저 아가씨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노심초사 했겠어, 어느 누구보다도 수 백배 가슴조이며 애지중지 키우셨다 이 말이야, 너 이 새끼 내말 뜻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나는 그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호하게 경고했다.
“어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내말 잘 듣고 그대로 시행해. 아니면 너는 맞아 죽든지 감옥을 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거야. 알았어?”
“예, 예. 알겠습니다.”
그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김 사장 내외와 딸을 문 앞에 서게 하고는 그놈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여기 세 분에게 큰절을 열 번하며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사죄하는 거야. 만약 성의가 없거나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내 용서하지 않겠어! 알아?”
강하게 내 뱉는 내 말에 그가 잠시 멍하게 세 사람을 쳐다보다가, 아무래도 이 순간을 모면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하고 연신 절하며 사죄를 구했다.
그때, 후배가 출소증을 복사해와 내게 건네주었다. 그놈이 사죄의 절을 마치고 나자 나는 다시 처음처럼 앉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후배에게 이놈을 잘 감시하라고 하고, 밖으로 나와 김 사장 부부에게 말했다.
“저놈을 어떻게 할까? 두 번 다시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하고선 이곳을 떠나도록 하는 게 어떨까?”

“너 빨갱이냐?”

“그래, 어쩌겠나. 어차피 경찰에 넘기지 않을 바에야 단단히 겁을 주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지 않은가? 다만 다른 곳에 숨어 지내면서 우리 애를 건드리면 어쩔까하는 거네. 그러니 우리 애를 만날 수 없도록 단단히 처리 해주게.”
“알겠네. 걱정마. 저놈은 덩치는 크지만 생각보다 순진한 것 같기도 해.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절대 마음대로 하지 못할게야. 나에게 맡겨 봐.”
김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아내가 놈에게 한 마디 하겠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하시라고 하자, 문 앞으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이봐요, 결혼은 했어요?”

“예…. 결혼해서 딸이 하나 있는데 제대로 돈도 못 벌고 해서… 수감되기 전에 이혼했습니다.”
“그래, 아저씨도 딸이 있다니 부모 심정을 알겠네요. 더욱이 우리 애는 판단력이 좀 부족한 아입니다. 젊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지, 이런 짓이나 하고 있으면 되겠어요?”
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놈이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놈에게 다시 강조 했다.
“자아, 이제 그만하고 다시 내 말을 잘 받아 새겨들어. 알았어?”
“예예.”

“이방 보증금이 얼마야?”
“어, 없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사는 거야?”
“예. 월세 20만원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지금 20만원을 줄 테니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알겠어?”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 20만원을 세어 건네주며 다시 경고를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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