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하게타카 1.2

2008.12.30 11:25:33 호수 0호

이 책은 외국계 펀드회사 사장 와시즈, 대형 도시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담당자 시바노, 몰락해가는 가업(호텔 경영)을 이어받아 재건에 나선 다카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98년 뉴욕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와시즈 마사히코는 일본으로 돌아와 호라이즌 캐피털이란 투자펀드사를 설립한다. 그의 목표는 ‘바이 저팬(Buy Japan)’. 그는 빈사 상태의 기업을 차례차례 사들여 회생 플랜을 성공시키면서 명성을 날린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일본의 은행 및 기업 경영자들은 그런 그를 일본 경제를 파괴하는 ‘벌처’(기업 사냥꾼)라고 비난하며 완강히 맞선다. 그 과정에서 정치가들과 결탁하여 돈줄 역할을 하는 한편 부동산 투자 및 대출을 적극 권유하며 거품 형성에 큰 역할을 한 은행 임원들, 기업을 사물화(私物化)해온 경영자들의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미쓰바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담당자인 시바노는 와시즈의 호라이즌 캐피털을 비롯한 외자계 펀드회사들에 맞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두 차례의 뉴욕지점 근무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현실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사태를 직시하고 환부를 도려내기보다는 가리기에만 급급한 임원들의 행태에 그는 회의, 아니 분노마저 느낀다. 결국 사표를 낸 시바노는 친구가 경영하는 슈퍼마켓 체인 ‘에비스야’에 사장으로 취임하여 진정한 기업 회생의 방도를 직접 실천해나간다.
한편 명문 리조트 호텔 미카도호텔 오너인 마쓰히라 가문의 장녀 다카코는 외국 유학 후 외국계 호텔에 입사해 젊은 나이에 경영기획실장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방만한 투자와 경영으로 붕괴 위기에 놓인 미카도호텔을 구해달라는 할머니의 요청으로 다시 가업에 복귀한다. 그녀는 그냥 회사를 매각하라는 주위의 유혹에 불구하고 참신한 회생 계획을 실천해나간다. 진정한 고객 중심 서비스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안은 채.
와시즈로 대표되는 벌처펀드, 그들은 일본을 파먹는 적일까? 아니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켜 경제 개편을 도와주는 구세주일까?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기업 경영의 세계에서 와시즈와 시바노, 다카코는 각자의 방식으로 경제 재건을 위해 노력한다.
소설 <하게타카>는 2004년 출간된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치욕과 교훈을 집대성한 “경제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2007년에는 NHK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모았는데, 이 드라마는 세계 4대 TV 콩쿠르 중 하나인 제59회 이탈리아상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수많은 열광 팬들을 만들어냈다.
이 드라마는 지난 4월 비즈니스 정보채널 <비즈니스앤>에서 연속 방영할 만큼 국내에도 팬들이 많다. 최근에는 한국 경제위기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정확한 예측으로 유명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국제금융 입문서로 추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에 아예 ‘하게타카’란 말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드라마의 인기에 가려 있긴 하지만, 소설 <하게타카>는 드라마와는 또 다른 지적 재미와 감동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기업 인수를 둘러싸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벌어지는 불꽃 튀는 두뇌 싸움은 가히 압권이다. 또한 생존의 기로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결국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성공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 소설을 단순한 경제소설이 아닌 걸작 인간 드라마로 격상시킨다.
최근 경제대공황과 관련하여 일본 NHK에서는 지난해 12월22일부터 24일까지 황금시간대에 드라마 「하게타카」를 연속 재방영했다. 90년대 후반의 일본처럼 한국에도 조만간 거품 붕괴가 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바로 그 거품 붕괴 후의 경제 상황 및 교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자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야마 진 저/ 미래인 펴냄/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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