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이등병 총기사고 진실공방

2012.06.04 16:44:50 호수 0호

"군에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육군에서 또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철책선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한 이등병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당시 함께 근무 중이던 선임병은 졸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표가 늦어지고 유족들이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주장을 제기함에 따라 정확한 사고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숨진 이등병은 백일 휴가를 불과 한 달 남긴 상태였다.

군 당국은 지난달 23일 오후 6시께 임진강 철책선 초소경계근무에 투입된 오모(21)이병이 턱 밑에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선임병이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사건 발생 8일만의 공식 발표였다.



하지만 이에 앞선 지난달 28일 네이트 판,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오 이병의 사연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00일 휴가 앞두고…

'5월23일 파주 철책선 초소에서 1사단 15연대 오○○ 이병이 총을 맞아 숨졌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 게시물에는 오 이병의 생전 사진이 함께 게시됐다.

게시물에서 유족들은 "오 이병이 올해 1월17일 의정부 신병교육대에 입소 후 3월9일에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1사단 15연대에 배치 받아 철책선 초소에서 근무해 왔다"며 "오 이병은 오는 22일에 100일 휴가를 나올 예정이었으며 내성적이었지만 열심히 근무해 표창장(포상휴가 3박4일 예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대한민국 육군 1사단의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은 지금까지 저와 유족에게 전화 한 통,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이 억울한 심정을 어떻게 해야하나. 대한민국 육군 1사단장, 연대장, 대대장과 국방부장관의 사과를 엄중히 요청한다"고 토로했다.


사건 발생 후 군 수사 당국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는데 게시글에서 유족들은 "군 헌병대 등 수사 당국은 황망히 불려간 유족들에게 현장촬영, 메모, 녹음 등 아무것도 허용치 않고 동반근무자의 간단한 브리핑과 생전 처음 보는 황당하고 처참한 장면인 현장을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내고 이제 저희는 손발이 묶인 채 수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족, 당국 안일한 태도에 울분 "사과 없다"
육군 "감식·검식·부검서 유가족 요청 100% 수용"

또 "23일에 검안 후 24일에 부검이 끝난 상태인데 병원에 빈소도 없고 군 관계자는 나타나지 않고 헌병대 수사관들은 유족들을 비웃듯 웃음을 흘리며 대하고 있다"며 "내 아들이 죽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아들의 사인을 공정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마지막에 감정이 격해진 듯 "나라 지키다 철책선에서 죽은 사병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대한민국 육군 1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의 파면을 요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병 목숨은 파리 목숨?

또 "최초 게시한 글들은 삭제되고 가족과 친구들이 다시 올리고 다시 올려서 이 글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며 "아직 수사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 조심스럽지만 군 수사당국으로부터 고지된 내용은 아들이 선임병과 함께 총 2명이 철책선 초소 근무 중 총을 맞아 사망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유족들의 게시글이 올라온 포털사이트에 또 다른 누리꾼이 "오 이병이 총을 맞아 숨졌는데 오 이병은 우리 학교인 ○○대 11학번 학생이다"며 "군에서는 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어 그저 억울하게 묻히게 될 지도 모른다. 학우 여러분 우리 함께 관심을 가지자"는 글도 올라왔다.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것.

육군 1사단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이 관계자는 "당초 30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하려고 했었지만 유가족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곧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라며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장 감식부터 빈소 마련까지 예를 다했다. 주말 휴일에도 장병들이 빈소를 지켰다"고 밝혔다.

"진상규명 바로 해라"

현재 해당 게시물은 각종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태다.


누리꾼들은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했는데 싸늘한 주검을 봐야 되는 그 심정이 정말 안타깝다" "꽃다운 나이에 군에 끌려가 죽은 청년 두 번 죽이지 말고 진상규명 똑바로 해라" "한두 번도 아니고 한 달에 한 건씩은 꼭 이러니 누가 군대 가고 싶겠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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