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점령 백태⑭롯데그룹-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

2012.05.21 15:31:01 호수 0호

중소기업 밥그릇에 숟가락 얹고 ‘돈잔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과 중소영역을 침범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빠지지 않고 논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의 계열사는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롯데시네마의 매장 운영권을 가진 회사다.

오너일가 개인회사

먼저 시네마통상은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8개 팝콘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28.30%를 보유한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의 자녀인 장혜선(7.55%)·선윤(5.66%)·정안(5.66%)씨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신 이사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지난해 5월 자본금 9억9000만원에 설립된 시네마푸드는 지방 롯데시네마 7곳에서 팝콘매장을 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신 이사장(35.83%)을 비롯한 장혜선(9.66%)·선윤(7.13%)·정안(7.13%)씨 친인척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시네마푸드와 시네마통상의 사업 부문은 동일하다. 기존 사업체와 별도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이유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재계에선 다른 운영권자인 유원실업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견해가 유력하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씨의 외동딸 신유미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중소기업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는 점이다. 이런 행태는 지난해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손을 뻗고 그룹 내에 물량을 몰아줘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는다는 비판이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독점해 ‘쏠쏠한 재미’
그룹 내 빵·물티슈 사업 접었는데 팝콘은 왜?

먼저 중소기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의 모진 질책이 더해졌다.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가열되자 결국 수많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영역으로 분류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당장 롯데그룹 내에서도 사업을 정리한 회사가 있다. 신 이사장의 장녀인 선윤씨가 대표를 맡은 블리스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인 ‘포숑’은 ‘대기업 빵집 논란’이 일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또 선윤씨의 남편인 양성욱 전 브이앤라이프 대표는 고급 물티슈 수입 사업이 비난에 직면하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유독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만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비난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계속해서 영업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신 이사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신 이사장이 이들 회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까닭은 뭘까.

이를 두고 재계에선 팝콘사업의 수익성과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큰돈이 되지 않는 빵이나 물티슈 사업과 달리 팝콘사업은 쏠쏠한 수익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의 매점운영은 통상 관객 한 명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노른자위 사업이다. 극장의 주 수입원이 영화관람이 아닌 매점에서 나온다는 게 극장가의 통설로 여겨질 정도다. 시네마통상의 지난해 매출액만도 165억원에 이른다.

당연히 버리기 아까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경영권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향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염두한 행보가 아니냐는 게 골자다. 신 이사장이 올해초 롯데쇼핑 사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후계구도 때문?

그 이유와 무관하게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의 행태는 사회적인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모성 자재 구매(MRO)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과는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중소상인들과의 상생과 거리가 멀다는 점만은 한치의 오차 없이 똑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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