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넷세상> 파주자유학교 폐교 논란

2012.05.14 11:43:31 호수 0호

학교는 절대 '선'? 모텔은 절대 '악'?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인근 모텔의 민원 제기로 대안교육시설인 파주자유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이 들끓고 있다. 모텔은 손님들의 수면방해 등 때문에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는데 교육청은 자유학교가 미인가 시설인 점을 들어 폐교조치를 내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 측에 보냈다. 모텔은 모텔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양측이 공생하기에는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너무 많은 상태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대안교육시설인 파주자유학교가 인근 A모텔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제기한 민원 때문에 폐교 위기에 처했다. 비인가시설인 파주자유학교는 현재 초등과정부터 고등과정까지의 학생 68명이 재학 중이며, 지난해 10월 문산읍 내포리와 교하출판도시에 나눠져 있던 시설을 현 부지에 통합 학사를 짓고 한 곳에 모였다.



먼저 들어온 모텔

그러나 A모텔은 자유학교가 문을 열기 4개월 전부터 이미 파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자유학교가 바로 길 건너에 모텔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자유학교와 100여m 떨어진 A모텔은 지난해 11월 손님들의 수면방해 등을 이유로 파주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청은 현장점검 후 자유학교 측에 학교라는 명칭 사용금지와 소음 등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현 초중등교육법 제65조 2항은 '학교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하여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학부모들은 "모텔 때문에 학교를 포기할 수 없다"며 "정식 인허가 절차를 받고 안 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도 "현재 적법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모텔 영업 때문에 학교가 폐쇄되고 학생이 쫓겨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모텔 측은 "모텔 옆에 무허가로 지어놓고서 학교라고 우기면 되느냐"며 "금전적 피해 등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주변이 모텔, 가축분뇨처리시설 등 학교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인가를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대안학교의 역할을 고려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이 "학교가 우선이다" "대안학교가 갖는 의미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 학교의 손을 들어준 반면 "법대로 해야 한다" "모텔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 문을 연 것이 잘못이다"며 모텔 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찬성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려는 격이다"
반대 "모텔 때문에 학교 폐교가 말이 되나?"

아이디 김**은 인터넷 뉴스 댓글에 "저 학교(파주자유학교)는 정식 학교라고 명칭을 하기 어려울 뿐이지 교육시설인 것은 맞다. 단지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부족으로 생긴 교육시설인데 명칭의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거다. 모텔 쪽에선 학교가 있는 게 꺼림칙 하니 없애려고 압력을 가하는 것인데 학교 측이 힘이 있었다면 오히려 모텔이 사라졌을 것이다. 모텔 업주가 조금만 아량을 베풀어 공생하면 좋지 않을지…. 왜 궂이 없애려고 하는지…. 모텔 정도 하면 몇십억의 재산은 갖고 있을 사람이…"라고 남겼다.

아이디 honggi***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 사회가 많이 각박해지긴 각박해졌다. 모텔은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허가를 내주고 대안학교는 반드시 필요한데 교육청에선 허가를 안 내주니 모텔이 대안학교를 밀어내 버리는 정말 각박한 현실이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 됐기에 내가 사는 이 사회는 약자를 더욱 약자로 만드나?"라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학교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모텔이라고 무조건 '악'으로 몰아가고 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선'으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디 khs4****는 트위터에서 "학교와 모텔. 이렇게 놓고 보면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모텔은 나쁜 쪽이라고 못 박아 버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저 학교라는 곳은 인가도 안 난 그냥 무허가 교육시설일 뿐이다. 먼저 모텔을 신축하고 영업한 쪽에서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wgchoi***도 트위터를 통해 "모텔업주는 '절대악'이고, 학교 법인은 '절대선'이냐? 합법적으로 숙박업 하고 있는데 불법으로 학교를 세운 것은 누구 잘못이냐? 왜 숙박업자들이 욕을 먹어야 되냐? 학교라서? 대안학교라서? 감정이 학교 쪽으로 더 움직이나?"라고 지적했다.

"법부터 지켜라"


이어 "이것은 학교와 모텔의 싸움이 아니라 무허가와 허가의 싸움이다. 법은 이성을 가지고 집행하는 것이지 감성에 휘둘리면 안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 주민이라는 아이디 yooon87**는 개인 블로그에서 "법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무슨 애들을 가르친다는 것인지…. 이 경우는 학교가 굴러들어온 돌이고 모텔이 박힌 돌이다. 원래 모텔이 먼저 있었고 다음에 대안학교가 들어섰는데 모텔 측에서는 영업을 할 수가 없으니 운동장에 펜스를 쳐서 가려달라고 했지만 학교 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엄연한 재산권 침해로 비록 학교라 할지라도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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