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4)

2012.05.07 11:26:27 호수 0호

범을 풀어 여우를 쫓아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정신지체 딸이 돌아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
유사한 사건 해결한 경험담 들려주기로 해

6월 초순이라 그런지 햇살이 제법 뜨겁고, 느티나무 잎들은 짙푸르게 살이 올라 숲이 점점 진초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일부 등산객들은 산중턱 군데군데 피어있는 철쭉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친구와 나는 얘기를 나누며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겼다. 관악산 정상 가까이 다다랐을 때 넓은 바위가 하나 보였다.

“어이, 윤 전무! 저기가 어떤가?”
내가 가리키는 바위를 보며 친구가 거기서 잠깐 쉬는 게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차가운 물로 갈증을 달래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주변에는 먼저 온 등산객들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쉬고 있었다.
“어이, 시원하다. 벌써 이렇게 더운걸 보니 올해도 더위가 만만치 않겠어?”
“그러게 말일세.”

우리는 다리를 풀며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초여름의 빛나는 태양아래 굽이치는 산들의 초록색 싱그러움은 마치 무슨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화사했다. 그 너머에는 안양 시내가 아스라이 보이고 있었다.
친구가 배낭 속에서 귤 몇 개를 꺼내 건네주며 못다 한 아들 얘기를 마저 꺼냈다. 아무래도 그 문제가 영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놈들이 우리 애를 다시 만나면 해코지 할까?”
“자네 말대로 그놈들이 또 다시 무슨 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조치를 해서 그 싹을 잘라야 하네.”
나는 친구의 걱정을 함께 나눈다는 심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자네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가? 좋은 방안을 찾아 주리라 믿어.”
“에이, 이 친구. 자네는 급할 때만 나를 찾지? 평소에 형님! 하고 잘 좀 해봐. 하하하.”
“난 언제나 성님 편입니다. 잘 암시롱? 하하하.”

산행하며 상담

친구가 내 농담에 아부하는 흉내를 내다 멋쩍은지 따라 웃었다.
“아참, 지금 생각이 난 게 있는데. 이번 문제와는 내용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유사한 일을 해결한 적이 있어. 한번 들어보겠는가?”
“아니 그건 또 무슨 일인데?”
친구는 아들을 괴롭힌 것과 유사한 사건을 해결했다는 말에 동병상련의 심정이 들었는지 아니면 혹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내말에 솔깃하고 있었다. 우리는 좀 더 가까이 앉아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게……. 성추행범을 잡은 일일세.”
“아, 그래 빨리 얘기하게.”


친구가 성화를 하며 얘기를 재촉했다. 나는 땀을 말리려고 잠깐 벗어놓았던 모자를 다시 쓰고 친구를 바라보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친구도 왠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는지 마주 웃었다.
수년 전 내가 신용정보회사에 근무할 때 일이었다. 의류판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60대 중반의 김 사장이란 분이 있었다. 반포 쪽에 사는 그분은 나와 부담 없이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로, 술을 못 하는 분이라 식사약속을 하거나 만날 일이 있으면 주로 낮 시간에 만나곤 했다.
그런 양반이 어느 날 오전 일찍 전화를 했다. 내게 할 말이 있으니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거였다. 그러면서 식사하기 전에 먼저 내 사무실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분이 찾아와서 조심스레 가족 문제를 꺼냈다.

“임 이사, 내 누구한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어 결례를 하네.”
“아니 무슨 말씀을, 맘 편히 하시지요.”
나는 그에게 무슨 얘기든 하시라고 했다.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돕겠다고 하면서. 내가 성의를 보이자 그분도 작심을 한 듯 말문을 열었다.
“임 이사도 알겠지만 내 자식 4남매 중에 23세 된 막내딸이 있지 않은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김 사장이 말을 아끼며 뜸을 들이고 있었다. 김 사장의 막내딸은 약간의 정신지체장애인이었기에 그분을 뵐 때마다 다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고민을 할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 분이 그 딸애를 거론하자 특별한 감정이 일어 재촉하듯 물었다.

딸은 돌아왔는데…

“아니 무슨 일이 있습니까?”
“임 이사, 내가 말을 꺼내기가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네.”
“괜찮습니다. 사장님과 저하고는 서로 믿고 존경하는 사이가 아닙니까? 그런데 못할 말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제가 사장님 댁에 가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사장님 가족은 제 가족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시기 곤란하면 하지마시고, 꼭해야 될 것 같으면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그래, 자네가 그렇게 생각해 주니 정말 고맙네. 어차피 누구에겐가 말을 하여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니……. 자네만큼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나.”
“별 말씀을요.”

“그게 말일세, 막내딸애가 생각이 좀 부족하여 혹 무슨 일이 있을까봐 늘 노심초사 하고 산다네. 어디 외출을 나갈 때는 집사람이나 언니들이 꼭 동행해서 데리고 다니며 바람도 쐬고, 시장구경도 시키며 신발과 옷도 사주곤 했지.”
그러면서 김 사장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그저께는 평소처럼 집사람이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게 되었다네. 해서 딸애한테 엄마가 시장에 금방 다녀올 테니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TV보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나갔는데……. 두어 시간 후에 집에 돌아와 보니 딸애가 나가고 없었던 거야.”
“아, 그런 일이!”

“처음에는 가끔 주변에 돌아다니다가 온 적도 있고 해서 오늘도 인근에 바람쐬러나갔나 하고 별 염려를 하지 않았어. 그런데 해가 넘어가는 저녁녘에도 돌아오지 않지 뭔가. 불안감이 들어 큰 딸들에게 연락해서 고속터미널상가와 주변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였다네. 집에 다시 돌아와 실종신고를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집사람이 나한테 전화를 하였다네. 그래서 내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신고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해두고선 급히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상의를 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딸애가 돌아 왔다네.”
나는 딸애가 돌아왔다는 말에 그나마 안심을 했다. 다행히 큰 봉변은 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김 사장 표정은 어두웠다. 혹시 다른 일이라도?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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