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3)

2012.04.30 10:22:04 호수 0호

범을 풀어 여우를 쫓아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담자 아들 불량배에 삥 뜯기고 겁에 질려
때론 법보다 전문가의 테크닉이 필요하기도

누구나 살아가다보면 전혀 뜻하지 않는 경우를 겪게 되는 수가 많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게 불행이 닥치게 된다면 그 아픔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된다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명예가 달려있기에 세상에 드러내 놓고 해결한다는 것도 만만찮다.

그렇다고 법에만 호소한다고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가 아니다. 세상사는 애매한 문제들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때론 법보다 우선적으로 전문가의 테크닉이 필요하기도 하다.

초여름 어느 일요일이었다. 한주간의 바쁜 일정 탓인지 피로가 쌓여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피곤한 몸을 풀 겸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막 나오는데, 고향 친구이자 건설회사 임원인 윤 전무가 전화를 걸어왔다.
“임 이사 일어났는가? 오늘 날씨도 좋은데 뭐할 거야? 산행 어때?”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네.”
수건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내가 말했다.
“그래 오늘은 어느 산으로 갈까?”

지인과 산행

그렇게 묻다가 며칠 전 아내가 오늘 저녁 모임이 있다던 말이 떠올랐다.
“어이 참, 윤 전무! 저녁에는 약속이 있으니 멀리가지 말고 관악산이나 가볍게 갔다 오는 게 어떤가?”
친구는 내 제안에 무조건 좋다고 했다. 우리는 9시30분경에 안양유원지 주차장에서 만나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선택해서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 그런지 오늘은 사람들이 많네.”
친구인 윤 전무가 유원지와 등산로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게.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이 웰빙이다 뭐다 하면서 몸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나. 아마 모르긴 해도 웰빙 바람은 세계에서 올림픽 금메달감 일거야”하며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오르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농담도 하며 모처럼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중간쯤 올랐을 때 한발 앞서가던 친구가 할 말이 따로 있는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말이야…….”
“응? 뭐가?”
“자네가 알다시피 늦게 낳은 막내 아들놈 있잖은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투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래. 중3인가 그렇지? 근데 왜? 무슨 일이 있는가?”
“아, 글쎄 말이야. 어제는 그 애가 저녁 무렵에 동네 인터넷 방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등학생 네댓 명에게 붙잡혀 가지고, 돈 만원이랑 잔돈마저 몽땅 털렸다고 투덜거리며 들어오는 거야.”
“아니, 자네 동네는 아파트단지가 아닌가? 그런 곳에서 돈을 빼앗는 학생이 있다는 건가?”
“그러게 말이야. 나도 지금까지는 그런 뉴스가 나와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내 아들이 그런 놈들에게 ‘삥’을 뜯겼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네.”

친구가 어깨를 으쓱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디 맞지는 않았고?”
“막내 녀석은 엄살이 심해서 맞았다면 드러누울 텐데 눕지 않은 걸보면 맞지는 않은 것 같네.”
“아파트 단지에는 왕래자가 많잖아? 하여간 요즘 애들은 간도 크다니까.”
나보다 한발 앞서 능선을 올라가던 친구는 뒤따라 오르는 나와의 대화간격을 유지하려고 연신 뒤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유일하게 아파트단지 옆으로 길이 한군데 있어. 그곳은 숲이 무성해서 가로등을 켜지 않은 저녁 무렵엔 다른 곳보다 일찍 어두워지는 곳이거든. 그때쯤이면 행인들의 발길이 뜸해져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기도 해. 그러나 우리 아파트 동으로 오려면 그게 지름길이야.”

만원 뺏기고 협박

“그래, 아파트마다 한적한 곳이 있긴 하지.”
“그런데 아들놈이 그날따라 별 생각 없이 그 길로 집에 오는데, 마침 단지에서 걸어 나오는 고등학생 2학년쯤으로 보이는 불량배들과 마주치게 되었다는 거야. 우리 애가 모른 체하고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피해가려고 하자, 그 중 한 놈이 ‘야, 이리와 봐!’ 하고 부르더라는 거야. 그래 못 들은 척하고 계속 걸어가자 다른 한 놈이 ‘야! 임마, 죽고 싶어?’하며 고함을 지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팔을 붙들고 한적한 나무 아래로 데려가더라는 거야.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게 막상 닥치니까 오금이 저리듯이 안 되더라는 거지. 그러더니 다른 놈이 ‘야, 주머니 속에 있는 것 다 꺼내봐’ 하더라는 거야. 아들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바지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장 있는 것을 꺼내주었다더군.”

“거 참! 어린 녀석들이 겁도 없구먼.”
“그러게 말이네. 아무튼 그랬는데 또 다른 놈이 다른 쪽도 꺼내보라고 다그친 거야. 그래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돈을 꼭 쥔 채 머뭇거리는데 ‘야 임마. 맞고 할래, 그냥 할래?’하고 겁을 주기에 그만 잔돈마저 꺼내주었다는군.”
“쯧쯧. 겁이 많이 났겠네.”
“결국 다 털렸는데 한 놈이 다가와서 머리를 쿡 쥐어박으며, 집에 가서 자기네를 봤다고 하지 말라고, 만약에 그러면 다음에 만날 때 죽는다고 협박을 했다더군. 아들놈이 잔뜩 겁을 집어먹고 집으로 왔는데, 언제 또 만날까 두려웠던지 저녁밥도 거른 채 제 방에서 나오지도 않다가 하룻밤이 지나서야 겨우 거실로 나왔다네.”
친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보복이라도 하겠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며 비장하게 말했다.
“내 언젠가 그놈들을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애는 몸도 약해 보이던데 자네가 마음고생이 크겠구먼.”
우리는 잠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길에서 비켜서서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는 얘기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자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네. 자식이 그런 꼴을 당하니 어찌 속이 터지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놈들이 다시 만나면 또 애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거네.”
“그러게 말이야. 그놈들이 우리 아파트 인근에 살고 있는 놈들 같은데 언젠가 반드시 만날 것은 뻔하다는 거지. 사실 오늘 자네를 만나면 그걸 상의해보려고 했어.”
“아, 그래. 일단 좀 더 올라가지. 가다가 쉬면서 해결점을 찾아보자고.”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앞서가는 등산객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