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현직 사채업자의 충격 고백

2012.05.04 13:19:51 호수 0호

"내 뒤에 검사 있다…단속·신고 두렵지 않아"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정부가 불법 사채업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신고된 피해 사례를 토대로 사채업자를 역추적 해 잡아들인다는 방침이다. 불법사채 피해 신고전화로 걸려온 피해신고도 수천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정작 사채업자들은 잠시 숨어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불법사채에 대한 정부의 이번 정책이 스쳐지나가는 여우비일 것이라는 것. <일요시사>가 직접 만난 한 사채업자도 반년 정도 숨어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자신의 뒤엔 검사가 버티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법정 최고금리 30%를 수십 배 초과한 이자를 편취해온 불법 사채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채무자들을 협박·폭행하고 심지어 성매매까지 강요하는 등 서민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 사채이자를 갚기 위해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시킨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 아버지도 나왔고, 여성들에게만 돈을 빌려주고 성매매까지 강요한 대부업자도 경찰에 적발됐다. 사채 빛 때문에 고통 받다가 자살을 택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사채에 대한 온갖 억측과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기자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사채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시국이 시국인지라 만남이 쉽지는 않았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며 설득한 끝에 지난 4월24일 성남 모란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를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다.

험악한 인상에 얼굴에는 흉터가 한 두 개 정도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카페에 등장한 60대 초반의 사채업자는 상당히 말끔했다. 사채업자나 일수꾼 하면 떠오르는 일수가방도 없었다. 탁자위에 꺼내놓은 3개의 휴대폰만이 그가 보통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30여 년 동안 용인·수지·분당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일수 전문 사채업자인 장모(63)씨는 현재 이혼한 딸을 표면에 세우고 1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거래하는 사람은 400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다음은 장씨와의 일문일답.

 


▲최근 정부가 불법사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안 그래도 알고 지낸 검사가 두 달 전 쯤 "3개월 정도 숨어있으라"며 연락이 왔다. 잠깐만 피해있으면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내가 직접 일선에 나서지는 않고 딸아이를 표면에 내세워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무실에 단속이 들이닥치거나 출석요구가 없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 갈 듯하다. 다른 사채업자들도 "금방 지나 갈 것"이라면서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불법 사채업자와의 전쟁 선포, 신고 접수 수천 건
1년 카드값만 1억원 "세무조사 한 번 받은 적 없다"

▲'이번에도'라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사실 4년 전쯤 "신고가 접수됐다. 해결되면 연락 주겠다"며 아까 얘기한 그 검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2년 정도 지방에서 숨어 지낸 적이 있다. 덕분에 경찰서 출입 한번 안하고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고 일전에도 몇 차례 단속이 강화됐다는 둥 신고 접수를 받는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단 한 차례 단속받은 적은 없다.

▲양심적인 사채업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채업에 양심적이라는 말은 절대 어울릴 수 없다. 무등록 대부업자는 법정 최고금리 30%를 넘겨 받을 수 없지만 솔직히 금리 100% 미만으로 받는 곳은 1금융권이나 TV광고에서 볼 수 있는 대부업체 뿐이다. 나만해도 사채업을 시작한지 30년 이래로 금리 100% 미만으로 받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선이자도 떼고 수수료도 뗀다. 탈법은 기본이고 탈세도 기본이다.

▲탈법과 탈세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탈법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정해진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게 탈법이요, 채무자 독촉하고 협박하는 것도 탈법이다. 탈세는 더 쉽다. 주로 거래하는 세무사에게 월 5~10만원 정도만 찔러주면 장부조작은 식은 죽 먹기다. 월 5000만원을 벌고 연 1300~1400만원만 신고하는 식이다. 내가 1년에 쓰는 카드값이 1억원에 육박하는데도 단 한 번도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채업자들의 모습이 사실인가?
-조금 과장은 있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사채업자들을 그렇게 묘사해 놓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채업자들이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때까지 손에 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다. 채권추심업체를 고용하면 그들이 알아서 다한다.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면 상당부분을 그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깡패나 조폭을 고용하는 등 별의별 짓을 다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추심을 하는가?
-액수에 따라 다르고 채무자의 태도에 따라 다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처음에는 전화를 하거나 집으로 찾아가서 살살 어르고 달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 돈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버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우리도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먼저 주변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수치심을 심어준다. 때리거나 죽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공포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밀물이 시작된 해변가에 머리만 내놓고 묻어버리거나 밤 10시부터 집 앞에서 5분 단위로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또 가족들의 신분과 직장을 파악해 모두 알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채무자들은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또 일부 업자들은 금전 유통이 가능한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를 소개해주고 그쪽 일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채무자가 가진 게 몸뚱아리밖에 없다고 판단됐을 때는 성매매를 강요, 돈을 모두 갚을 때까지 감금을 시키고 먹이고 재우기도 한다.

사채업자 "어차피 지나가는 여우비일 것"
"빌리니까 빌려주지 안 빌리면 빌려주나?"


▲채무자가 잠적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소용없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면 다 찾아낸다. 초본 조회하면 다 나온다. 또 아까도 말했듯이 한 사람에게만 돈을 빌리고 잠적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내가 찾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다 찾아낸다. 개중에 액수가 적어 찾는 비용도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찾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채무자의 신고가 두렵지는 않은가?
-전혀 두렵지 않다. 일반 불법 고리사채에 대한 처벌은 그리 심하지 않다. 보통 벌금 100~300만원 정도 맞는 편이고, 최대로 걸려도 벌금 3000만원이 나오는데 항소에 항소를 거듭하면 벌금도 내려간다. 물론 폭력에 대한 부분은 처벌이 훨씬 강하긴 한데 채무자를 폭행하는 업체들이 이 사실을 모를 것 같은가? 좀 비싼 변호사 고용해 3~6개월 살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업자들이 대부분이다. 또 신고를 한다고 해서 채무자의 채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사채업자는 처벌을 받겠지만 채무자도 개인 채무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번 정부의 움직임은 다른 때와는 다르게 심상치 않다. 대부업계도 불법사채 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사채업계가 잠시 주춤하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다. 이자율 높은 불법사채가 왜 생긴다고 보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빌리는 사람이 없으면 빌려주는 사람도 없어진다. 그럼 빌리는 사람들은 왜 사채업자에게 높은 이자를 얹어 주면서까지 돈을 빌릴까? 1금융·2금융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31일까지 신고를 받는다고 하던데 그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면 된다. 정부에서 전쟁이다 뭐다 해서 신고를 받겠다고 한건 언론에서 사채업자에 대한 보도를 잇따라 내놨기 때문이다.

신고 첫째 날과 둘째 날 셋째 날까지는 '신고자가 몇 명을 돌파했다' '어떻다' 연일 보도가 이어졌지만 지금은 슬슬 식어가고 있다. 햇빛이 쨍쨍한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여우비와 같은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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