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A그룹, ‘생색왕’ 불편한 꼬리표 사연

2012.04.18 13:51:37 호수 0호

상생은 업계 꼴등, 생색은 업계 최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굴지의 재벌 A그룹이 생색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모 지역에 기부한 00과학관 내에는 홍보장을 꾸려 티를 팍팍 냈고 상생과 관련해서는 아예 성과자료를 발간했다. 백화점 입점 상인을 위한답시고 실효성 없는 ‘재탕’ 상생안을 내놓고 생색만 낸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생색이 하늘을 찌를 기세. 선행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A그룹의 이런 행보에 그 의미가 퇴색됐고, 이를 보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A그룹의 ‘생색내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먼저 A그룹이 지난달 내놓은 ‘동반성장 보고서’. A그룹이 국내기업 최초로 발간했다고 밝힌 이 책에는 지난해 A그룹이 추진해온 동반성장 5대 과제와 그에 따른 각 계열사 실적까지 빠짐없이 실려 있다. 또 계열사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행 현황은 물론 3년 후 로드맵까지 공개했다.



상생 ‘나쁜 예’

A그룹의 선행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A그룹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에서 상생의 ‘나쁜 예’로 회자돼 온 A그룹이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최초로 책까지 내가며 ‘광고’를 해대는 모습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A그룹은 그동안 상생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SM을 무차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 재벌들 가운데 중소업종을 가장 많이 침해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또 자사 테마파크 입주 상인들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거리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A그룹의 생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부를 하면서도 티를 잔뜩 냈다. ‘00과학관’을 기증하면서다. 00과학관은 A장학재단이 과학관을 지어 00시 교육청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건립됐다. A그룹은 오너인 B회장이 사재 240억원을 쏟아 부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오너의 선행을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A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3월 과학관 개관과 동시에 ‘과학체험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과학원리를 이용한 체험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A그룹의 홍보관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전언이다.


업계 최초로 상생 성과 책자 냈다 생색내다 눈총
울산교육관 지어 기부한다더니 자사 홍보장 전락

이름부터가 자사의 테마파크 캐릭터 ‘OOOO’인 이 체험관의 80% 정도는 A제과와 A음료의 제품 홍보로 이루어진다. 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영상패널로 보여주고 충치예방 효과가 있다는 자일리톨 껌을 선전하는 식이다. 특히 이 체험관은 중학생 이하의 입장을 권장하고 있어 A제과 과자에 대한 이미지를 일찍부터 심어주려는 상업전략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A그룹이 내놓는 상생책이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A백화점이 지난해 도입한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가 문제의 제도. 이는 입점 브랜드가 매출 목표를 10% 이상 초과할 경우 백화점이 마진을 1~5% 포인트 가량 내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백화점 입점 상인들을 위한답시고 내놓은 정책이었지만 사실상 조건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마저도 실적이 좋지 않은 소형 점포만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입정상인들 사이에선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특히 이 제도는 이미 발표한 적 있는 지원대책을 ‘재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7년 내놓은 ‘매출 연동 마진조정제’이 바로 그것. 목표 매출 초과 달성한 협력업체에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와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이 제도 역시 생색내기용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선행 의미 퇴색

결국 과도한 생색으로 A그룹의 선행은 상당부분 퇴색되고 말았다. 갈채를 받아 마땅한 일을 했지만 칭찬은커녕 눈총을 대신 받고 있다. 착한 일을 하고 입이 근질거리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도를 넘어선 안 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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