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45)아워홈-레드앤그린푸드

2012.03.30 17:23:00 호수 0호

800억 싹쓸이…‘놀부 심보’ 구씨네 가족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딸 구지은 전무 등 ‘구자학 일가’ 지분 65% 소유
매출 거의 대부분 의존…설립 7년 만에 ‘급성장’

LG그룹 방계(2000년 1월 LG유통에서 분리 독립)인 아워홈은 급식 등 푸드서비스 기업으로, 지난달 기준 총 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레드앤그린푸드’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5년 3월 설립된 레드앤그린푸드는 과일, 채소 등 절임식품 제조업체다. 이와 함께 가공식품 도매업도 하고 있다. 주로 배추김치 등 식자재를 아워홈에 공급한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장을 비롯해 돈카스 ‘사보텐’, 수제버거 ‘버거헌터’, 철판요리 ‘아키스타’, 일식 ‘키사라’, 중식 ‘싱카이’, 뷔페레스토랑 ‘오리옥스’, 푸드코트 ‘메인디시’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각종 식자재 납품

그러다보니 당연히 내부거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레드앤그린푸드의 자생력은 약하다. 모회사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 비중이 100%가 넘는다는 점인데, 이는 기재가 잘못됐거나 매출거래 누락 또는 이월 등의 이유로 추정된다. 여하튼 ‘집안 매출’이 많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레드앤그린푸드는 지난해 매출 835억원 가운데 101%인 845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레드앤그린푸드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아워홈(821억원)과 캘리스코(22억원), 비에스시스템(2억원) 등이다. 2010년에도 아워홈(693억원), 캘리스코(19억원), 비에스시스템(1억원) 등 계열사들이 713억원(101%)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당시 총매출은 704억원이었다.

레드앤그린푸드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창립 초기만 해도 불과 1%를 밑돌다 갑자기 거래 금액과 그 비중이 급증했다. 레드앤그린푸드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6년 0.8%(총매출 32억원-내부거래 2400만원)에서 2007년 95%(253억원-240억원)로 오르더니 2008년 101%(435억원-438억원), 2009년 101%(527억원-534억원)까지 치솟았다.

레드앤그린푸드는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일감을 몰아준 결과 설립 6년 만에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우선 연매출은 2006년 32억원에서 지난해 835억원으로 무려 26배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억원씩의 적자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53억원, 24억원을 거뒀다. 총자산과 총자본은 91억원, 14억원에서 533억원, 84억원으로 모두 6배 불었다.

레드앤그린푸드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레드앤그린푸드는 아워홈이 35%(280만주), 나머지 65%(520만주)의 지분을 구지은 아워홈 전무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구 전무의 부친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모친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2녀 이숙희씨다. 과거 결혼했다가 이혼을 경험한 ‘돌싱’으로 알려진 구 전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이트코리아 수석컨설턴트 등을 거쳐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해 2010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레드앤그린푸드는 아워홈 등의 물량으로 불과 7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대를 앞둔 기업으로 덩치를 불렸다”며 “아워홈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어 오너 이익을 위해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밀어주는 편법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찮은 아워홈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비에스시스템과 청도럭키식품이다. 2001년 11월 설립된 비에스시스템은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 등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아워홈으로부터 올린 매출이 195억원이나 됐다. 2010년엔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98억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아워홈에서 나온 매출이다.

매년 100억씩 늘어

2004년 설립된 청도럭키식품도 매출 대부분을 아워홈에서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청도에 있는 식품가공업체 청도럭키식품의 ‘아워홈 매출’은 ▲2005년 1억원 ▲2006년 15억원 ▲2007년 36억원 ▲2008년 64억원 ▲2009년 50억원 ▲2010년 65억원 ▲지난해 7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아워홈은 청도럭키식품에서 가공한 냉동·일반야채 등을 수입, 국내 가공공장에서 포장해 각 외식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다만 비에스시스템과 청도럭키식품은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모두 아워홈이 100% 출자한 자회사라 그렇다. 아워홈의 경우 구 회장의 자녀(1남3녀)들이 모든 지분을 갖고 있다. 외아들 본성씨가 40%(880만주), 장·차녀 미현씨와 명진씨가 각각 20%(440만주), 19.99%(439만7800주)를 소유하고 있다. 구 전무도 20.01%(440만2200주)의 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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