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충만’ 화장품 가격의 불편한 진실

2012.03.19 09:35:43 호수 0호

한국 여성은 ‘물 건너온 비싼거품’으로 화장한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대한민국은 화장품 소비 대국이다. 한해 팔려나가는 화장품만 10조원 규모. 특히 외국산 화장품은 매년 수입이 늘어 작년엔 수입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이들 수입 화장품들은 고기능성을 내세우면서 그야말로 ‘헉’소리 나는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명 수입브랜드의 수입원가가 공개됐다. 일부 화장품의 경우 통관금액인 수입원가와 판매가격이 최대 24배에 달한다. ‘비싼 게 좋겠지’란 생각에서 지갑을 열어온 소비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화장품 가격의 불편한 진실을 <일요시사>가 공개한다.

수입 화장품 원가보다 10~20배 비싼 가격에
“마케팅 등 여러 가지 비용이 포함된다” 항변



수입 화장품이 밀집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 가면 ‘헉’소리 나는 가격에 놀라기 일쑤다. 웬만한 에센스 제품은 2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50만원을 넘는 제품들도 많다. 그럼에도 수입화장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비싸면 그만큼 값을 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백화점 판매가가 아닌 수입원가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6300원 짜리 ‘갈색병’
15만원까지 부풀려

최근 공개된 수입화장품 원가를 들여다보면 화장품 수입업체가 그 동안 엄청난 폭리를 취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3배의 가격에 들어와도 억울한 마당에 몇몇 제품들은 20배가 훌쩍 넘어서는 가격에 국내서 판매되고 있었다.

먼저 국내 화장품업계의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의 통관가격은 63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방울의 힘’ 광고에 유혹돼 15만원이라는 부담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갈색병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적잖은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이 제품이 타 제품과는 차별화되는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누렸는데 소비자들이 황당한 원가를 안 뒤로는 과연 제품이 가격에 걸맞는 효과가 있기나 하는지 의구심까지 든다는 반응이다.
다른 수입브랜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내 여성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랑콤, 시슬리, SKⅡ 등의 명품 수입브랜드 역시 원가대비 10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각각의 브랜드를 보면 ▲나이트리페어 컨센트레이트 리커버리 부스팅 트리트먼트 30ml는 8.01달러 약 9050원 ▲나이트리페어 화이트닝 리커버리 콤플렉스 50ml는 20.26달러 약 2만2900원이었다. 또한 ▲SK-II 셀루미네이션 에센스 50ml는 65.55달러로 약 7만4080원 ▲랑콤 제니피끄 아이 켄센트레이트 15ml는 6.55달러로 약 74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크리스찬 디올 스킨 포에버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30ml는 10.45달러로 약 1만1800원 ▲시슬리 아이크림 15ml도 27.18달러 약 3만700원 가량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품 화장품의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의 제조원가는 판매가격의 5~6%도 있다”며 “10만원에 판매되는 아이쉐도우는 제조원가가 100원이 안 되는 것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화장품 업체들은 수입원가에 비해 판매가가 몇 배씩 비싼 데 대해 마케팅 비용과 광고비, 인건비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한 수입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 책정의 요소에는 원료값이나 용기값 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 등 여러 가지 비용이 포함된다”며 “단순히 가격만을 따져 제품 품질을 논하긴 어렵지만 고가의 브랜드가 일부 희귀 원료를 첨가하거나 임상시험을 강화하는 등의 제품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화장품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비싸야 잘 팔리는 화장품의 특성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국산 화장품도 외제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싸야 잘 팔리는 한국시장의 특성을 글로벌 기업들이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라며 “유럽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한국의 여성들은 유럽 여성들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화장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각종 블로그와 관련기사의 댓글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화장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감지되고 있다.

네티즌 불만 빗발
불매운동 조짐도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의 가격에 거품이 없는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내에서 팔리는 화장품 가격이 외국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복지부는 가격 거품에 대한 대책으로 화장품 가격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과도한 거품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시정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화장품 가격의 합리적인 결정체계를 만들기 위해 가격신고제를 도입해 화장품 가격을 규제하는 방안과 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한 화장품 정보 공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외에서는 대중적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명품으로 포장돼 고가에 팔리는 제품군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판매되는 동종 제품 가격과 비교하는 등의 현장확인작업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측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은 고가 프리미엄과 일반 매스시장 등이 존재하고, 소비자 선호도나 서비스에 따라 가격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국보다 특별히 비싼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에서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할 방법은 없지만, 만약 실제로 차이가 크다면 조사내용을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고가 수입화장품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온라인 뷰티카페를 중심으로 고가 화장품을 대체할 수 있는 이른바 ‘저렴이’ 화장품 정보 공유가 한창이다.

비싸야 잘 팔리는 화장품 특성 악용했다 지적
논란 커지자 복지부 가격 거품 실태 파악 나서

우선 미샤가 SK-II의 피테라 에센스와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에센스를 겨냥해 내놓은 대체상품 ‘타임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와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판매량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라는 후문이다.

‘타임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는 네티즌 사이에서 ‘저렴이 피테라’로 불리며 출시 3주 만에 3만개, 출시 3개월 만에 40만개나 팔려나갔다. 갈색병과 비교되는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는 현재 미샤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베네피트의 베네틴트와 포지틴트(4만5000원 선)를 대체할 상품으로 에뛰드하우스 앵두알 맑은 틴트(6000원 선)가 거론되고 있다. 앵두알 맑은 틴트색상은 좀 더 형광색이지만 지속력은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중에서 7만원대인 겔랑의 하이라이터 역시 만원대의 에뛰드하우스 얼굴선 하이라이터로 대체할 수 있다.

저렴한 대체 제품
반사이익 누려

또 맥의 플리즈미 립스틱은 스킨푸드, 미샤, 바닐라코, 라네즈와 유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슈에무라 딸기우유 글로우온 블러셔는 바닐라코 가십걸 멀티 팔레트 S01로 대체할 수 있다.

바비브라운 젤 아이라이너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받은 토니모리 아이라이너는 화장품 관련 품평 프로그램인 ‘겟잇뷰티’에서 당당히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9000원 선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