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가슴이 벌렁거렸던 게이전용 업소 탐방기

2012.03.19 09:48:26 호수 0호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왜 이상한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남성전용 사우나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잘못 찾아 들어갔다간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볼 수도, 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바로 '게이사우나'다. 간판에 게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아니어서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도 없다. 일반 남성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도 아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이전용 휴게텔도 성업 중이다. 기자가 찾은 게이사우나와 게이휴게텔에서 벌어진 일들은 취재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연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어두운 수면실, 한데 뒤엉켜 신음 흘리는 남성들
슬그머니 다가온 중년남성, 기자 허벅지 더듬어

지난 5일 서울 강남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가 가능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운영하던 업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업주는 성관계 알선 대가는 받지 않았다. 업주도 게이였기 때문이다.

업주는 경찰조사에서 "나도 게이라서 '성적소수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 업소를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게이들의 최대 메카인 서울 종로구는 어떨까? 여자가 좋은(?) 기자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게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종로의 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께 종로 ○○빌딩 뒷골목에는 게이바, 휴게텔 등 게이들을 위한 업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지나다니는 게이커플들이 종종 기자를 스쳐지나갔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침내 문제의 업소를 찾아내는 동안 40대로 보이는 남성 몇몇이 기자의 온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게이가 아니에요!'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내 '취재차 이곳을 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기자 훑어보는
중년의 남성들

남성전용 사우나 ○○은 허름한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간 5000원의 입욕권을 구입하는데 점원은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 좋아하나봐? 취향 독특하네."

탈의실로 들어가는 기자의 등 뒤로 들려온 점원의 이 말은 뭔가 '찜찜'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은 냈고 신발도 벗었고 사물함 열쇠까지 받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탈의실 내부시설은 여느 목욕탕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자면 상당히 낡았다는 정도? 옷을 벗어두는 사물함 옆에는 손톱을 자르거나 신문을 보는 중년남성들이 앉아있는 평상이 있었고 20인치 정도 돼 보이는 브라운관 TV에서는 모 방송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래됐지만 헤어드라이기와 면봉도 있었고 싸구려 스킨·로션도 '아저씨'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탕 내부로 통하는 유리문 옆에는 어두운 공간이 얼핏 보였고 위에는 '수면실'이라는 푯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게이사우나가 아닌 조금 낡았을 뿐인 남성전용 사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다.

기자도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섰다. '미세요'라고 적혀있는 유리문을 무의식적으로 당겨서 열고 수증기가 가득한 탕 내부로 들어서는 찰나, 수면실에서 들려온 '헉' 소리를 단순 잠꼬대로 알았던 게 기자의 그날 하루 동안 최대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목욕탕을 빠져나온 뒤였다.

탕으로 들어서는 기자에게 몸을 씻고 있던 40~50대 남성들의 시선이 꽂혔다. 고작 20대 후반일 뿐인 기자가 신기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간단한 목례를 하고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시설은 낡았지만 물은 깨끗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온도 40도의 온탕에 들어가 앉았다. 원형의 온탕 맞은편에서 기자를 한동안 바라보던 머리가 살짝 벗어진 중년남성이 벽을 따라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자 옆으로 다가온 그는 일언반구의 말 한마디도 없이 기자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수면실에서 들려온
정체불명 신음소리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기자가 반응이 없자 그의 손길은 점점 과감해 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로 손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저 이런 사람 아닙니다"고 말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일순 이 건물에서 한시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확인을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수면실.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샤워기 꼭지를 파란부분으로 돌렸다.

비치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충 제거하고 두 번째 실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수면실로 옮겼다. 불 꺼진 수면실 바닥은 따뜻했고 기자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마자 두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나체의 남성들이 둘씩 짝지어 여기저기서 뒤엉켜 있었고 굵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가슴이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목적달성이 우선이라 역겨워도 참을 수밖에…. 일부는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으며 파트너를 찾지 못한 남자들은 휴대폰 불빛이나 라이터 불빛에 의지해 서로의 짝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남성들의 땀 냄새와 알 듯 모를 듯한 냄새가 수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탕 안에서 기자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성이 기자의 손목을 잡았다. '흠칫' 놀란 기자는 남성을 밀쳐내고 수면실을 빠져나왔다. 옷을 입기 위해 사물함 문을 여는데 한참이 걸렸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렸고 당황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넥타이를 손에 든 채 허겁지겁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점원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 했다.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 없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의사표현 확실히 할 것”
서울시내, 이니셜만 대도 아는 업소 성업 중

어느덧 밖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 8시. 발길을 강 건너 송파구로 돌렸다. 게이휴게텔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40분여를 달려 도착한 송파구 ○휴게텔 앞.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끼니를 사 들고 휴게텔이 있는 4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종로에서 겪은 충격이 컸던 탓일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시간당 1만원, 추가 10분당 2000원이라는 요금을 계산하고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옆으로 밀었다. 1인용 침대와 TV, 선풍기, 얇은 이불이 보였다.

침대에 걸터앉아 늦은 저녁을 먹다가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었다.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놓칠 뻔 했다. 게이사우나에서 봤던 게이커플의 애정행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두운 수면실과는 달리 밝은 불빛 아래에서 뒤엉켜 있는 남성 둘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TV를 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기자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맥주 두 병을 기자의 눈앞에 흔들었다. '멍' 했다.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남자에게선 술 냄새가 희미하게 났지만 취하지는 않은 듯 했다. 남자가 말을 건넸다.

"언제까지 세워둘 거야. 한 잔 할래 안 할래? 난 마음에 드는데."

'올 것이 왔나' 싶었다. 일단 남자를 안으로 들였다. 기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심히 부담스러웠다. 당황한 기자는 실수를 했다. 신분증을 들이밀며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자는 욕설을 퍼부었다.

"X발. 미쳤냐? 재수 X같네. 아…, 아…, 너 여기서 기다려. 꼼짝 말고 기다려라."

잠시 후 남자 대신 주인이 왔다. 1만원을 돌려주며 나가라고 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게이전용 휴게텔은 많았기 때문에 순순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게이전용 사우나
게이전용 휴게텔

스마트폰으로 게이커뮤니티사이트에 접속해 업소정보란을 클릭하고 가장 가까운 휴게텔을 검색했다. 불과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모 휴게텔을 찾았고 택시를 탔다.   

도착한 휴게텔 역시 송파구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에는 3층. 휴게텔 카운터와 내부 인테리어는 6일 방문했던 게이전용 업소 중 가장 뛰어났다. 1만2000원을 지불하고 복도 끝 방으로 향했다. 가면서 들려오는 역시 굵직한 남성의 신음소리는 3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했다.

이곳에서 기자는 취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역시 험난했다. 처음 기자가 있던 방을 노크한 남성은 외국인이었다. 웃옷을 벗어버린 외국 남성은 다짜고짜 기자를 밀치고 들어왔다. 기자는 "피곤하다. 쉬고 싶다"는 말로 남성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주인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남성은 주섬주섬 바지를 입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오겠다"며 문을 열고 사라졌다.

이후에도 5분 간격으로 여러 남성들이 기자가 있는 방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힘겹게 그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4~5명을 거절했을까? 술 냄새도 나지 않고 옷도 제대로 입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당시 시간은 밤 10시30분께 기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놀라웠다.

"잘됐네요. 오늘 '노땅'들 밖에 없어서 심심했는데…. 여긴 좀 그렇고 나가서 맥주나 한잔 할래요? 물론 기자님이 사시는 걸로 하고…."

남성과 함께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가 나오고 남성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성은 자신을 29살의 전문 마사지사라고 소개했다.

남성은 기자가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업소는 45세 이상 남성들은 출입이 불가하다고 했다. 라이터나 휴대폰으로 상대를 확인하는 것도 금지돼 있으며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시할 경우 즉각 퇴실조치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여러 명이 한데 뒤엉켜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불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남성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생각해보세요. 남자 둘이 손잡고 일반 모텔 들어가면 어떤 시선으로 보겠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거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우리한테는 아니에요. 이성을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종교적으로 따지고 들어온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제가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반나절 동안 세 곳의 게이전용 업소를 찾은 만큼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이런 곳이 많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이니셜만 대도 아는 곳이 많아요. 종로 쪽은 '노땅'들이 많고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아요. 이 근처에도 신천에 물 좋은 곳이 하나 있고…."

남성의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3월7일로 접어들고 있었다. 남성과 기자는 동성을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한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대화는 썩 잘 통했다. 남성은 기자를, 기자는 남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테이블에는 맥주병이 어지간히 널려져 있었다. 남성은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휴대폰 번호를 건넸다.

동성애자
설 공간 없다

"기자님 번호 알려달라면 불쾌할 것 같아서 제 번호 먼저 드려요. 글 쓰시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그리고 이 말은 꼭 기사에 넣어주세요. 이성애자가 혹시라도 게이들을 위한 업소에 잘못 들어가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 반드시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라고요. 게이들 사이에도 소심한 게이가 있고 또 반대로 적극적인 게이가 있어요. 게이들은 일단 자기들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남자들은 게이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불쾌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요."

남성은 '물갈이'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다시 휴게텔로 들어갔다. 기자도 발걸음을 재촉해 간신히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취재 초반에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취재를 마쳤을 때는 게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직까지 동성애자들에게 배타적인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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