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잘 어울리는 배우 엄현경

2012.03.19 11:15:35 호수 0호

"늘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하곤 해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웅크렸던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봄이 오고 있다. 여기에 봄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 엄현경도 관객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오는 3월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열여덟, 열아홉>을 통해서다. 오랜만에 찾아온 포근함에 마음마저 따뜻해졌던 지난 목요일 저녁 <일요시사>가 엄현경을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8년차 농익은 연기로 스크린 나들이
"긴장소녀요? 아마 더 긴장하셔야 할 걸요?"



사슴 같은 긴 목과 큰 눈망울, 아찔한 각선미.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8년차 배우답지 않은 신선함. 배우 엄현경의 첫인상이다. 드라마 촬영과 영화홍보 때문에 숨 돌릴 틈도 없다던 그녀는 인터뷰 전 사진촬영에서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긴장소녀요? 이제는 제가 사람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일약 스타덤, 하지만…

2006년 MBC 시트콤 <레인보우로망스>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는 같은 해 SBS <일요일이 좋다-X맨>에서 유난히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긴장소녀'라는 애칭을 얻은 바 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애칭 덕에 KBS <일단 뛰어> <경성스캔들> <착한여자 백일홍>과 각종 뮤직비디오에 잇따라 캐스팅 되는 등 일사천리로 스타급 반열에 올랐다.

너무 빠른 성공이었을까? 2008년 <착한여자 백일홍> 이후 부족함을 느꼈던 그녀는 3년이라는 공백기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체계적인 연기공부를 위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건국대학교 영화예술학부 08학번에 입학했으며 영화 스태프 일도 해보고 단편영화도 만드는 등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녀가 3년간 흘린 땀은 지난해 달콤한 열매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는 키위브랜드 제스프리 광고, KBS <강력반> <딸기아이스크림>, MBC <애정만만세> 등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팬들 곁을 다시 찾았다.

특히 <딸기아이스크림>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과 아픔을 느끼는 준경 역을 맡아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담담하게 잘 그렸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녀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방송 중인 채널A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해 북에 홀로 남은 남동생을 그리워하는 김명옥 역을 연기하고 있으며 오는 3월1일 개봉하는 영화 <열여덟, 열아홉>에도 출연하는 등 3년간의 공백기를 만회라도 하는 듯 연기에 매진하고 있다.

"항상 밝고 명랑하며 사랑에도 적극적인 도미를 닮고 싶어요."

영화 <열여덟, 열아홉>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 분)와 서야(백진희 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뜨겁고 당돌한 청춘 스캔들, 성장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사이좋은 쌍둥이로 지내온 두 사람은 서야의 사랑고백으로 관계가 어긋난다. 호야는 도미(엄현경 분)와 교제를 시작하고 이를 본 서야 또한 복싱부의 일강(정헌 분)과 사귀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선택한 이성 교제인 만큼 네 사람의 관계는 순식간에 어그러진다.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들 청춘은 인생의 좌절을 경험한다.

이 영화에서 엄현경은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착하고 이해심 많은 호야의 여자친구 도미 역을 맡았다. 한 겨울에 촬영된 영화였지만 사계절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여름교복을 입고 연기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영화 촬영 에피소드로 생각나는 게 이 일 뿐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보상도 뒤따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도미 같은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엄현경의 연기를 호평했다.

"영화 <블라인드>에 출연했던 유승호씨와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훈훈하게 정말 잘 자란 것 같아요."(웃음)

그녀는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로 <혹성탈출-진화의시작>에 나오는 침팬지를 꼽았다.

'인기' 아닌 '연기'

"침팬지는 특수분장도 해야 하고 음성이 배재된 채 행동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까 정말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어느덧 데뷔 8년차를 맞이한 엄현경은 아직도 신인 같다는 말을 하곤 했다. '진짜' 신인배우가 들으면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갈 만한 말이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겸손했다. 단지 연기만이 그녀의 꿈이요, 인생이었다.


"연기만 계속할 수 있다면 조연이든 주연이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어요. 할머니가 되도 어울리는 배역이 있으니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욕심내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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