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초딩이 골프장 주인 된 사연

2012.02.10 20:07:16 호수 0호

11살짜리 생일에 수십억 지분 선물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벌가 ‘통큰 증여’가 화제다. 주인공은 범GS 허씨일가. 오너가 손자 2명에게 주식을 넘겼는데, 그 금액이 무려 100억원에 달한다. 돈도 돈이지만 둘의 나이가 이제 초등학생이란 점에서 입이 쩍 벌어진다. 더구나 이들은 이미 1000억원대 주식 부자라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연일까. 증여한 날은 손자 생일과 겹쳐 일종의 선물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허완구 회장, 승산레저 주식 전량 두 손자에 증여
양도액 100억대 추정…미성년 형제 재산 1000억대

연말 연초는 오너일가의 비상장사 지분 증여 시즌이다. 절세가 그 목적이다.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의 지분 가치를 산정할 경우 당해연도 직전 3년치 회계장부를 토대로 평가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만약 그해 실적이 좋더라도 증여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이런 점을 노린 오너일가간 지분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가운데 한 재벌가의 ‘통큰 증여’가 화제를 낳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승산레저 보유지분 전량을 손자들에게 증여했다. 증여한 승산레저 지분은 총 47.5%(95만주).

이 주식은 석홍군과 정홍군에게 넘어갔다. 각각 20%(40만주), 27.5%(55만주) 씩이다. 허 회장은 2007년 석홍군과 딸 허인영 승산 대표이사로부터 195억원을 주고 승산레저 지분 47.5%를 매입한 바 있다. 이를 다시 손자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통큰 대물림’


석홍-정홍 형제는 25.5%(51만주), 10%(20만주)의 승산레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증여로 석홍군은 45.5%(91만주)로 늘어나 최대주주가 됐다. 정홍군도 37.5%(75만주)를 확보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나머지 지분은 형제의 부친 허용수 ㈜GS 전무와 고모 허 대표가 각각 2%(4만주), 15%(30만주)를 보유하는 등 허씨일가가 승산레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재계에선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이 일찌감치 손자들의 발판까지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76세인 허 회장은 다른 계열사 주식에서 손을 거의 뗀 상황이라 은퇴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석홍·정홍군은 아직 어리다. 11세, 8세로 어려도 너무 어려 경영에 참여하기까지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도 “오너 3세가 젊은 데다 경영 바통을 이어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4세 경영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공교롭게도 ‘승산가 장손’석홍군은 1월29일이 생일이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허 회장이 장손의 생일을 맞아 지분을 선물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9일이 일요일이었다는 점에서 주식매매가 가능한 이틀 전인 금요일 미리 증여한 거 같다는 시각도 뒤따른다.

현재 강원도 강릉의 샌드파인 골프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승산레저는 비상장사인 탓에 정확한 거래가를 파악할 수 없지만, 업계는 이번 지분 양도금액을 대략 100억원대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홍·정홍군의 기존 지분까지 계산하면 둘은 총 200억원대 승산레저 지분을 쥐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이미 600억원대 주식 부자다. 석홍군은 ㈜GS 지분 0.82%(76만341주)도 있다. 정홍군 역시 0.29%(27만3000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지난달 말 종가기준으로 각각 470억원, 170억원에 이른다.

또 이들은 승산 계열 물류업체인 STS로지스틱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석홍(30%·1만8000주)·정홍(70%·4만2000주) 형제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이밖에 석홍군은 GS ITM(6.67%·4만주), 정홍군은 GS ITM(6.4%·3만8400주)과 스마트로(3.69%·3만7752주) 지분도 있다. 이들 지분의 평가액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석홍·정홍군은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국내 미성년자 주식 부자 순위에서 상위에 올라있는 ‘어린이 부자’”라며 “형제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치면 1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어지간한 중견기업 오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승산그룹은 GS그룹의 ‘방계기업’으로, 허 회장이 1969년 설립한 물류업체 대왕육운이 모체다. LG그룹과 GS그룹 운송부문을 맡아 급성장한 승산은 허씨 창업주들의 고향인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를 딴 것이다. GS일가는 모두 ‘승산 허씨’다.

승산, 승산레저, STS로지스틱스 등 승산 계열사들은 공정거래법상 GS그룹에 편입돼 있지만, 사실상 허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어 그룹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승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58.55%(91만3404주)를 소유한 허 전무다. 이어 허 대표가 18.48%(28만8349주), 허 회장이 18.34%(28만6075주), 허 회장의 부인 김영자씨가 4.63%(7만2172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벌써 경영권 포석?

LG그룹 공동창업자인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5남 허 회장은 1남1녀(용수-인영)를 두고 있다. 허창수(허만정 3남 허준구 장남) GS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인 장남 허 전무는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경영학과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EMBA)을 졸업하고 승산 상무와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 ㈜GS 상무로 자리를 옮긴 뒤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부인 정혜신씨와 사이에 2남(석홍-정홍)을 두고 있다.

GS 경영에 참여한 허 전무를 대신해 여동생 허 대표가 ‘승산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허 대표는 한때 GS 계열사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근무하다 현재 허 회장과 함께 승산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승산 계열사인 승산레저, STS로지스틱스 대표도 겸임 중이다.

이들 승산가는 GS그룹 지주회사인 ㈜GS 대주주다. 허 전무와 허 회장, 허 대표가 각각 4.1%(381만1813주), 1.53%(142만5905주), 1.42%(131만7886주)의 ㈜GS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4.75%(441만7695주)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지분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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