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유포되는 신종 인신매매 괴담 실체

2012.02.09 15:39:48 호수 0호

"납치된 여고생, 장기 적출된 채 발견?"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각종 인터넷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등을 통해 사실여부를 알 수 없는 각종 괴담들이 올라와 온갖 흉흉한 소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에 대한 괴담은 구체적인 장소까지 함께 기재해 그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순천 여고생 인신매매 괴담은 10대 여학생들의 장난으로 빚어진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또 강남 건어물 인신매매 괴담도 경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인신매매 괴담 모두 허위사실"
괴담 대상 지역 주민들 불안감 확산



1990년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민지 괴담'을 기억하는가.

"김민지라는 9살 여자아이가 납치됐다. 납치범은 민지의 아버지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아이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아버지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민지는 토막시신으로 발견됐다."

진화하는 인신매매

근거가 없는 이 괴담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국으로 번졌고 급기야 한국조폐공사에서 직접 "사실이 아니다"며 해명도 했다. 김민지 괴담은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10원짜리 동전에 김민지의 성인 KIM이 적혀있다' '50원짜리 동전에 있는 벼이삭 수가 토막 난 시신의 수다' 등의 양념이 곁들여지면서 2000년대 초까지 온갖 유언비어를 생산해 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괴담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고 유포되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에 대한 괴담은 특정 지역과 구체적인 장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근처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지난 1일 알 수 없는 번호로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사람이 접근해 해산물을 맛보거나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면 자리를 피해라. 마취약 성분인 에틸에테르가 묻어 있어 냄새를 맡으면 정신을 잃고 장기밀매에 당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던 김씨는 자신의 여동생을 생각하니 섬뜩해져 지인과 가족들에게 똑같은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번호에 전화도 해봤지만 없는 번호였다.

이처럼 최근 사실이 확인돼지 않은 인신매매 관련 괴담은 SNS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트위터 등을 통해 '순천에서 인신매매단이 여고생 세 명을 잡아가 한 명이 죽고 두 명이 실종됐다'는 글이 확산됐다. 이를 시발점으로 순천 인근에서 "○○동에서 할머니를 도와주고 받은 귤에서 아세톤 냄새가 났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 택시를 잡고 있는데 검은색 승합자가 다가와서 도망쳤다" 등 인신매매를 당할 뻔 했다는 사례가 꼬리를 물었다. 결국에는 순천 호수공원에서 실종된 여학생의 시신이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로 인해 순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유포자는 10대 여학생 등 누리꾼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괴담을 지어내 유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에는 귀가하던 여학생이 납치를 당할 뻔 했다는 글이 급속도로 유포됐다. 이 글에 따르면 늦은 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 여학생에게 뒤 이어 버스에 탄 할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었다. 온갖 욕을 섞어가며 모욕을 주던 할머니가 "예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버스에서 내려라"라고 말한 뒤 버스에서 내리자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버스기사가 여학생이 내리기 전에 출입문을 닫고 출발했다. 여학생이 버스기사에게 "내려 달라"고 하자 버스기사가 "할머니가 버스에 탔을 때부터 검은색 승합차가 따라오고 있었다. 학생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A씨는 서울광장에서 귀가 하던 중 골목길에서 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A씨에게 "아빠를 찾아달라"며 A씨를 데리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헤매던 중 A씨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여러 명이 "왔다"라고 외치며 자신에게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 도움을 청해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괴담들이 퍼지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불신 사회'가 되어 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괴담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런 인신매매가 발생하고 실종자가 나온다면 당연히 언론에 보도가 돼야 하지만 아직 한 건의 관련기사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도 괴담이 확산되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됨에 따라 트위터를 통해 "신종장기매매괴담이 퍼지고 있지만 그런 종류의 범죄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 안심할 것을 당부했다.


괴담 모두 허위사실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일부 네티즌들이 소셜네트워크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인신매매나 살인범 등에 대해 '친구가 봤다더라' 혹은 '선배·후배가 들었다더라' 등으로 사실인양 글을 올리고 있다"면서 "특정 지역이 거론되는 글에 대해 내사를 벌였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인신매매나 살인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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