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나이트클럽 '꽃뱀알바' 실태

2012.02.10 20:06:03 호수 0호

"제가 잘 아는 레스토랑 있는데…같이 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애인이 없는 남성들은 마음도 추운 날씨다. 이런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얼굴만 예쁜 '꽃뱀알바'가 판치고 있다. 이들은 수려한 외모와 입심으로 남성들을 유혹해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게 하고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 하룻밤 술값이 150만원이면 말 다했다. '꽃뱀'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이들 중 일부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꽃뱀알바들의 미인계 영업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꽃뱀알바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꽃뱀 10명이 남성 720명에게 4억원 뜯어내
계산서 받아들면 늦어, 메뉴판 ‘꼭’ 확인해야



지난달 30일 수도권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인해 최대 180만원의 음식값을 내게 한 업주 A(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레스토랑을 내고 이른바 '꽃뱀알바'들을 고용해 부천과 고양, 인천, 서울 구로구 등지의 나이트클럽에서 남성들을 유인해 30만원에서 최고 18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도록 하는 등 지난해 11월까지 총 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업소의 신용카드 거래내역과 금융계좌를 추적을 통해 720명의 남성이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원에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A씨 등 식당관계자 4명과 꽃뱀알바 여성 종업원 10명에 대해서는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이라고?


꽃뱀알바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9시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조금 이른 시간 때문인지 손님이 많아 보이게 하는 역할인 속칭 '바람잡이'들만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 내부는 한산했다.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만나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 요청을 했다. '기자'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던 이 관계자는 꽃뱀알바에 관한 취재라고 밝히자 얼굴이 밝아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꽃뱀은 큰 골칫거리다"며 취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상을 올려주는 남자손님을 빼가는 꽃뱀이 그 만큼 많다는 것.

관계자가 소개한 꽃뱀을 잘 알고 있다는 3년차 웨이터 김익철(30·가명)씨의 안내를 받아 나이트클럽 전경이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밤 11시가 넘자 클럽 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남녀 쌍쌍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김씨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을 데려와 기자의 맞은편에 앉혔다. "즐거운 시간 되십쇼"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김씨는 기자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드디어 꽃뱀이 나타난 것.

자신을 '24살의 간호사'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자연스럽게 기자의 옆 자리로 옮겨 앉았다. 몇 마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눈 지 2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이 여성은 기자에게 "답답하다. 잘 알고 있는 분위기 좋은 단골 칵테일바가 있다"며 "조용한 곳에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말했다. 기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말로 일단 여성을 돌려보냈다.

다짜고짜 나가서
술 마시자는 여성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한 여성이 웨이터의 안내 없이 홀로 기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 여성은 대뜸 "이 시간까지 여자 한 명 못 낚고 뭐하고 있냐. 시간도 늦었으니 나가서 바람도 쐬고 밥이나 먹자"며 기자를 이끌었다. 기자는 못 이기는 척 이 여성을 따라나섰다. 5분 정도를 걸었을까? 이 여성을 따라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잘 알고 있는 듯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열어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몇 가지 안주와 하우스와인 두 잔을 주문하고 메뉴판을 직원에게 다시 건넸다. 메뉴판을 금방 다시 받아드는 직원의 행동과 주문을 한 이 여성의 행동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기자는 이쯤에서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다. 이 여성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한동안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허둥지둥 짐을 챙기고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직원을 불러 주문을 취소하고 메뉴판을 가져다 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기자의 눈이 의심스러워졌다. 이 여성이 주문했던 안주 몇 개의 가격은 각각 10만원에 육박했고 하우스와인 1잔이라는 글씨 옆에는 4만원이라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하우스와인은 시중에서 병당 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방금 나간 여성이 이곳에 자주 오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다"고 답하더니 "주문하지 않을 거면 나가달라"고 말했다.

"기다리겠다"는 여성, 계산하고 나오니 어디로?
이름도 모르는 싸구려 양주가 한 병에 50만원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박모(34)씨는 비슷한 사례 때문에 쓴맛을 봤다. 박씨는 얼마 전 경기도 안양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꽃뱀알바에 걸려 바가지 술값에 호되게 당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밤 11시께 나이트에 들어간 박씨는 담당 웨이터에게 팁까지 찔러주며 부킹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퇴짜만 맞았다.

그러던 중 외모가 괜찮은 여성 두 명과 합석이 이뤄졌고 맥주 몇 잔을 주고받았다. 이 여성들은 그때까지 퇴짜를 놓던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호의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박씨는 2차를 제의했다. 그러자 여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주 한 잔 사 달라"는 말을 하며 근처 호프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박씨의 친구는 귓속말로 "뭔가 이상하다"며 박씨를 만류했지만 미모의 여성 둘이 달라붙는 통에 결국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고 박씨만 여성들을 따라 호프집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여성이 직원을 불러 양주와 과일안주를 주문했다. 여성이 주문한 양주의 이름이 생소했지만 박씨는 '고급 룸살롱도 아니고 일반 호프집 양주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는 생각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술을 마신 게 실수였다.

순식간에 양주 한 병을 비워버린 일행은 추가로 같은 양주를 주문했다. 박씨는 술값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친구의 파트너였던 여성이 "집에 간다"며 자리를 피하자 하룻밤(?)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주까지 추가적으로 주문하면서 술을 마셨다.

시가 5만원 와인
한 잔에 4만원

양주 두 병을 다 비웠을 무렵 여성이 "그만 일어나자.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빠져나갔다. 카운터에서 계산서를 받아든 박씨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술값이 150만원이 나온 것. "주문이 잘 못 된 것 같다"며 직원에게 메뉴판을 요구해 가격을 확인했지만 여성이 시킨 양주는 한 병에 6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여자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계산을 마치고 술집 밖으로 나왔지만 여성은 이미 사라진 상태. 이름도 모르는 양주 두 병과 과일안주에 자신의 월급 반을 날린 박씨는 홀로 설움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께 전날 갔던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다시 찾았다. 꽃뱀알바를 잘 알고 있다던 김씨를 다시 만나 꽃뱀알바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꽃뱀알바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다른 본업이 있다. 쉬는 날을 이용해 알바를 한다는 것. 꽃뱀알바들은 나이트클럽, 부킹호프, 클럽 등 즉석만남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자신들의 본업을 하는데도 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짭짤한 부업 수단이라는 것. 정작 남성들을 꼬시지 못하더라도 그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꽃뱀알바들은 꼬신 남성들을 자신이 속한 고급 식당이나 술집으로 데려가고 미리 숙지한 메뉴를 주문한다. 꽃뱀알바들이 남성을 데리고 해당 술집에 들어서면 통상 술집 종업원들은 메뉴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 혹시라도 남성들이 메뉴판을 요구할 경우 갖가지 애교와 말발로 남성들의 마음을 현혹한다.

일단 주문에 성공하면 남은 것은 지속적인 추가주문을 통해 술집 매출을 올리는 것. 여성들은 술을 마셨다가 준비된 수건에 뱉거나 바닥에 쏟아버리는 식으로 빠르게 술을 소비하고 취할 듯 말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들에게 술을 주문할 것을 요구한다. 남성이 취기가 올랐을 경우에는 남자가 용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술병의 술을 비워버리기도 한다. 일부 술집은 꽃뱀알바들이 앉는 의자 밑에 술을 버리기 위한 통도 비치한다. 단순한 쓰레기통으로 보여 남성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경찰 단속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

꽃뱀알바들의 수입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남성과 마신 술값의 10~50%를 챙기는 수법으로 한 달에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벌기도 한다. 비교적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남성들에게서는 적은 액수를, 완전히 넘어왔다 싶은 남성들에게서는 큰 액수를 주문하게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는 게 지속적으로 뜯어먹을(?) 수 있는 요령이다.

경찰 단속을 피하는 법도 밝혔다. 단속이 뜨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는 것. 업주와의 관계가 들통 난다 하더라도 "기왕 팔아줄 것 아는 사람 매상 올려줬다고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나이트 등에서 여자를 만나 2차를 나가게 된다면 메뉴판을 꼭 확인해야 한다. 상대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알아 놓는 것이 꽃뱀에게 물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피해예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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