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궁지 몰린 ‘조폭 대부’ 김태촌

2012.01.20 17:34:19 호수 0호

11번째 철창신세 위기…“억울합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조폭 대부’ 김태촌씨가 궁지에 몰렸다. 또 다시 철창신세를 질 위기에 처했다. 기업인 협박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씨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누명을 써 억울하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진심일까, 아니면 변명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김씨의 사연과 파란만장 인생 스토리를 되돌아 봤다.

“돈 받아 달라” 기업인 청부 협박 혐의 수사
소환 임박하자 입원 병원서 기자회견 자청



‘김태촌’이란 이름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기업인 협박 혐의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다. 김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 혐의는 물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꾀병’이 아니냐는 의혹과 ‘회칼 피습설’을 부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는 지난 10일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장을 밝혔다. 우선 그는 협박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욕설은 했지만 
협박이 아니다”

김씨는 “협박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기업인에게) 욕설을 한 기억은 있지만 협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협박인지 아닌지 녹취록을 듣고 (사정기관에서) 그 여부를 판단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배우) 권상우씨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김씨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입원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축했다. 지난달 8일 경찰의 조사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4일 뒤인 12일 병원에 들어가 ‘위장 입원’의혹을 받았던 김씨는 “(갑자기 입원한 것은) 경찰 수사를 피하려는 게 아니다. 1989년 받은 폐암 수술 후유증이 악화돼 입원한 것”이라며 “사건 관련 언론 보도가 나기 전에도 혜화경찰서에서 강력팀 형사들이 찾아 왔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입원 후 두 차례 수술까지 받았다”며 기자들에게 왼쪽 복부에 있는 수술 자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최○○’이란 가명으로 입원한 것에 대해선 “내가 요구한 게 아니다. 간호사가 먼저 기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이유와 주위 환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가명을 쓰겠냐고 물어봐 그러겠다고 한 것뿐이다. 절대 도피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회칼 피습설’도 언급했다. 앞서 다른 조직폭력배에게 흉기로 찔려 입원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이에 대해 그는 “평생 한 번도 칼을 맞은 적이 없다”고 웃어넘겼다.

김씨는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진단서엔 김씨의 병명과 ‘2월22일까지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한 달 정도 병원에 더 있을 예정”이라며 “경찰 조사를 피하진 않겠다. 경찰이 소환 요청을 하면 아프지 않는 한 곧바로 출두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폭력조직 두목 출신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씨가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씨는 기업인을 협박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서민생활을 침해하는 조직폭력배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힌 직후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방파’우두머리였던 김씨가 국내 주먹계 거물급이라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김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일까.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김씨가 지역 기업인을 협박해 수십억원의 돈을 뜯어 내려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 등 피해자와 피의자,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며 “실제 협박 행위가 있었는지와 이 과정에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기업인의 사주를 받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다른 기업인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K이사는 대구의 모 기업 H대표에게 사업비 명목으로 25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H대표의 업체는 경영난에 빠졌고, K이사는 이자 등 배당금은 물론 원금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됐다. H대표는 ‘배째라’식으로 버텼다는 후문. 졸지에 거액을 떼이게 된 K이사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조폭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K이사가 찾은 ‘형님’이 바로 김씨다. K이사는 지난해 4월 “H대표의 사업에 투자했는데 업체가 어려워져 돈을 떼이게 생겼다. 투자금 25억원을 되찾아 달라”고 김씨에게 부탁했다. 이후 김씨가 ‘행동’에 나섰다.

K이사의 청부를 받은 김씨는 4월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H대표를 찾아가 “K이사가 사업에 투자한 25억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성모씨, 위모씨 등 김씨의 ‘동생’들도 H대표에게 “돈을 달라”며 수차례 독촉했다. 이들은 김씨 수하의 옛 조직원으로 알려졌으나, 추종세력 계보도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촉” 억울함 호소
무리한 조준 수사?


김씨는 조직폭력배들과 함께 H대표의 사무실을 찾아가거나 대구시내 모 호텔 객실 등으로 불러내 K이사의 투자금을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몸을 맡겨서라도 돈을 해결하라’, ‘돈 안주면 재미없다’, ‘각오해라’등 H대표가 여러 차례 신체 위협을 느낄 정도로 협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앞서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김씨의 행위를 협박이 아닌 채무 독촉으로 간주하고, H대표에게 가해를 가한 사실이 없으며, H대표가 K이사의 투자금을 떼먹은 횡령 혐의로 기소가 된 점 등을 이유로 김씨 체포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H대표를 상대로 한 조사는 이미 마쳤고 녹취록 등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물증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며 “김씨가 이번 사건 외에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채무를 해결해준 사례가 더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H대표를 만난 것은 맞지만 독촉일 뿐 협박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거물급 조준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방파’는 1970∼80년대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다. 광주 지역 폭력조직에서 조폭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자신의 출신지인 전남 광산군 서방면을 딴 ‘서방파’를 결성했다. 김씨는 서울로 진출하기 전까지 지방의 군소 주먹에 불과했다.

그러다 ‘번개파’의 행동대장으로 있던 1976년 무교동 엠파이어호텔 주차장에서 ‘범호남파’의 실질적인 보스였던 오종철씨를 칼로 난자해 불구로 만들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그해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사건’을 지휘해 전국구 주먹으로 급부상했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구속, 1986년 출소했지만 곧바로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을 습격한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협박 혐의 강하게 부인
‘위장 입원’ 의혹 일축
‘회칼 피습설’ 웃어넘겨

징역 5년, 보호감호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복역 중인 1989년 폐암 진단을 받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김씨는 당시 왼쪽 폐를 잘라냈고 관상동맥이 거의 막혀 심장도 좋지 않았다. 심장협심증 수술의 통증 때문에 석방 직후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폭력을 사주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김씨는 ‘뉴송도호텔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나는 권력의 희생양이었다”며 “인천 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피습사건도 모 부장검사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후 기도원에 들어가 범죄단체 ‘신우회’를 결성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형집행정지도 취소당했다. 1997년엔 공문서 위조교사 혐의로 1년6월의 형이 추가돼 형량은 모두 16년6월 및 보호감호 7년으로 늘어났다.


2001년 건강상의 이유로 청송교도소에서 비교적 의료시설이 괜찮은 진주교도소로 이감됐으나 호화생활 등 ‘특혜 수감’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송으로 재이감됐다. 당시 김씨는 인터넷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는 모두 10번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감옥에서 33년을 보냈다. 김씨가 올해 63세인 점을 감안하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쇠창살에 갇혔던 셈이다.

‘서방파’ 보스로 악명
“신앙생활 전념” 약속

그가 마지막으로 교도소를 나온 것은 2009년. 김씨는 2001∼2002년 진주교도소 수감 당시 전화사용과 흡연 등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교도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006년 구속돼 징역 1년형을 확정 받았고, 지병을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수차례 신청한 끝에 3년 만에 만기 출소했다. 같은해 배우 권상우씨에게 일본 팬사인회를 강요하고 협박한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출소 당시 “신앙생활에 전념하면서 청소년 선도 등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조폭 선후배들의 경조사에 ‘국제청소년범죄예방교육원 원장’ 직함으로 화환과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깨끗이 손을 씻고 새 사람이 될 것을 공언했던 김씨. 그 이름이 또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궁지에 몰렸다. 11번째 철창신세를 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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