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데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2011.12.12 10:18:54 호수 0호

‘워크스마트’ 좋아하는 ‘똑똑이’ 부회장님 리더십 통할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LCD 총괄 사장이 예상대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 총괄과 6개 사업부로 나누어진 조직을 세트(완제품)와 부품 2개 부문으로 단순화하는데, 이 중 DS부문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괄하게 된다. 권 부회장은 발군의 리더십으로 삼성반도체의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또 삼성 핵심부의 믿음을 한 몸에 받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삼성과 함께 걸어온 지난 26년의 행적을 따라가 봤다.

2년 만에 권오현-최지성 ‘투톱체제’로 전환 
꾸준한 성과…‘신상필벌’의 인사방침에 부합

삼성그룹은 지난 7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을 부회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트부문은 최지성 부회장이, 부품부문은 권 부회장이 이끌게 됐다. 삼성전자가 다시 투톱체제로 전환한 것은 2009년 말 이윤우-최지성 체제 이후 2년 만이다.

권 부회장의 승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조직개편에서 DS사업 총괄을 신설하고 그를 반도체사업부에서 LCD까지 총괄하는 부품 수장으로 임명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돼왔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3년여 동안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며 메모리, 시스템LSI 양쪽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왔다는 점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밝힌 ‘신상필벌’의 인사방침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삼성그룹 기술대상
2회에 걸쳐 수상



이번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이 회장이 주문한 ‘젊은 삼성’을 이끌 새로운 50대 초중반의 사장단 발탁, 최근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설비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 사업 강화로 요약된다.

삼성은 중국 사업 강화를 위해 강호문 중국삼성 부회장을 삼성전자로 다시 불러들이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경험이 풍부한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을 중국삼성 사장으로 발령,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중국시장을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사업 교류가 활발해지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부품사업 독립성 강화와 해외 완제품 업체들과의 거래 관계에서 탄탄한 신뢰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에 승진한 권 부회장은 삼성반도체의 성장과 함께 해온 인물이다. 대광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와 스탠포드 대학원을 거쳐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에 입사했다.

권 부회장은 2년 뒤인 1987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문에서 4메가 D램을 개발해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 이듬해인 1988년 4메가 D램 개발팀장(부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회장은 1992년 일본을 제치고 64메가 D램을 개발해 삼성전자에 첫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 공로로 권 부회장은 다시 한 번 그룹 기술대상을 거머쥐었다.

차분하고 합리적,
경청하는 스타일

이후 1995년 메모리 제품기술실장(상무)을 거쳐 1997년 비메모리 사업을 맡는 시스템LSI사업부가 출범하면서 이 곳 제품기술실장(상무)으로 옮겼다. 그리고 1998년 시스템LSI사업부 전무, 2000년 부사장, 2004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11년 넘게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끌어왔다. 그 동안 권 부회장은 이 회장이 강조해 온 ‘시스템반도체 육성’의 특명을 받고 시스템LSI 경쟁력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켰다.

권 부회장은 시스템LSI사업부를 맡아오면서 2002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으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며 개가를 올렸다. 이후 2005년에는 DDI를 비롯해 CMOS 이미지센서(CIS),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카드IC 등 5대 비메모리 성장동력 제품군을 선정하고, 비메모리 전용공장인 S라인을 가동하는 등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했고, 지난해 5개중 4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07년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총괄의 수익성이 떨어졌을 때 높은 수익성을 내며 전체 반도체총괄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면서 권 부회장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권 부회장은 묵묵히 일만 하고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 핵심부에서는 내실을 제대로 다지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권 부회장이 맡고 있는 반도체 부문은 올해 유례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미국·일본의 반도체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속에서도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64메가 D램 개발해 삼성에 ‘세계 최초’ 타이틀
반도체 불황에도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 전망


권 부회장은 항상 차분하고 합리적이면서, 경청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부품 부문 특성상 주관이 강한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는 만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토론문화를 중시하고, 말하기보다는 듣고, 조율하는 ‘소통의 리더십’의 소유자다.

권 부회장은 또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것을 싫어한다. 일도 ‘스마트’하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권 부회장은 일 없이 임원들 눈치 보며 퇴근을 못하는 것, 서류작업에 시간을 쏟는 일, 장시간 진행되는 회의 등을 자제토록 해 상당한 시간을 줄이고 있다.

권 부회장은 세계 1위에 올라서기까지는 ‘워크하드(Work Hard)’로 가능했으나, 이제는 워크하드로는 버틸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세계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워크스마트(Work Smart)’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전방에서도
리더십 통할까

이 같은 권 부회장의 리더십은 반도체 부문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반도체 분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그의 리더십이 삼성의 최전방에 나선 이후에도 발휘 될지에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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