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솔직 성(性)담론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엿보기

2011.11.29 10:45:00 호수 0호

여자 이야기를 통해 여심을 흔들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올 연말,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여심’을 흔들 눈에 띄는 작품들이 몰려온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의 성기를 매개체로 진짜 여자 이야기를 그리는 연극<버자이너 모놀로그>다. 연극<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누구도 쉽게 올리지 못하는 말, 한국사회에서 거의 금기가 된 ‘보지’라는 단어를 해방시킨다. 그리고 감춰지고 터부시 돼온 여자의 성기, 복잡 미묘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신랄하고도 유쾌하게 파헤친다. 연말 볼만한 공연을 찾는 연인, 부부들에게 그 어떤 작품보다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묻어두었던 여성의 몸과 성에 관한 이야기, 시원하게 까발린다!
공연 10주년 기념 장르별 대표 김여진·이지하·정영주·정애연 출연

“우리 신체 각 부분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머리, 어깨, 눈, 엉덩이, 항문…그러나 단 한 곳,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내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요. 여러분, 그곳의 이름은 ‘보지’입니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인정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보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 밖에 내서 말할 때, 우리는 우리 몸이 더 기쁘고, 건강하고, 지혜로워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솔직해지고 자유로워 질 것입니다.” (연극 대사 중에서)



보지의 ‘독백’

한국공연 10주년을 맞은 연극<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그동안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보지에 대한 신랄하고도 통쾌한 탐험이다.

그 동안 감추어지고 터부시 되어왔던 여성신체의 일부분인 여성의 성기, 즉 보지(Vagina)에 관한 이야기를 남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나에게 이야기 하듯’ 솔직하고 거부감 없이 풀어나간다.

또 여성의 성기 이야기와 함께 남녀 간의 섹스, 한 생명의 출산에서 나아가 여성 성폭력, 강제로 성폭행을 당해야만 했던 위안부 이야기 등 사회적 이슈까지 담아내 관객들이 여러 감정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 시나리오 작가인 이브 엔슬러(Eve Ensler)의 히트 연극으로, 그녀가 직접 각계각층의 200여 명이 넘는 여성들과의 내밀한 인터뷰를 통해 써내려 간 원작 이야기를 모놀로그 연극으로 작품화한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진솔한 내용들을 담고 있으며,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트라이얼로그(3인극) 버전으로 실력파 여배우들 김여진, 이지하, 정영주, 정애연이 참여한다. 배우들은 각기 3~4역의 연기로 1시간 40분 동안 관객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 안에서 웃음과 감동,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7살 난 어린아이부터 70세의 할머니까지의 시시각각 다른 얼굴과 다른 목소리, 다른 영혼이 3인의 배우를 통해 무대에 재현될 것이다.

또 자연스럽게 각자의 인생이야기도 극에 녹여내어 원작을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을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갈 예정이다.

더불어 대한민국 뮤지컬 대표 연출가 이지나가 이번 공연으로 프로듀서로 데뷔하며, 뮤지컬 프로듀서, 평론가로 더 잘 알려진 이유리가 연출을 맡았다.

이유리 연출은 “이전의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절친한 친구들의 편안한 수다’ 같았다면 이번에는 ‘연극성이 조금 더 가미된 토크쇼’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코믹함에서 오는 재미보다는 깊은 공감을 통해 음미할 수 있는 재미를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식상한 ‘파격’

2001년 초연 당시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파격적인 소재와 대사로 이슈화되면서 일부 언론은 특정 단어를 블라인드 처리하여 보도하였고, 일부 관객은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해하지 못한 채 ‘음란물과 다를 바 없다’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초연 배우였던 김지숙이 “보지. 보지. 보지”를 외치다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에 공연 시작 5분 만에 기절했을 정도였으니….

그 후 오랜 시간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공연되 오면서 이 소재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파격이 아니지 않느냐’ ‘식상하다’ 등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아직도 사람들은 보지를 보지라 부르지 못한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보지를 혐오하고 자심의 보지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여성을 성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식하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보지는 독백을 멈출 수가 없다.

이것이 2011년 12월, 다시 한 번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만나봐야 하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