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와는 상관없다”
미소 짓는 홍문표 최고위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가 지난 21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피해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책임을 지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로서 ‘선 대책 마련, 후 비준 처리’라는 당론을 진두지휘한 입장에서 선 대책이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통감하고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내년 대선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월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쭉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고심해 왔다고 한다.
선진당의 지지 기반이 약화되는 데다 야권이 통합을 통해 단일대오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는 등 보수진영의 정권 재창출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주자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선 지역구를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지역 주의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벌써부터 이 전 총재가 ‘대(大) 중도신당론’을 전파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도 ‘총선 불출마가 정계은퇴로 이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정계은퇴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 전 대표의 지역구(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할 후보자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민정부 시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승우 예산군수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고 정보영 민주당 홍성·예산지역위원장이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지역에서 활동해온 4~50대의 젊은 인재를 후계자로 키우려하고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이 전 대표의 불출마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홍문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화색을 띠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 전 대표와 대결해 낙마하며 금배지를 내줬고, 내년 총선 역시 쉽지 않은 ‘외나무다리’ 리턴매치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홍 최고위원은 “내달 13일 예비후보등록 이후 분명한 태도를 보이겠지만, 이 전 대표의 큰 뜻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후보)등록 절차를 거친 뒤 지역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계 일각에서도 이 전 대표의 불출마에 선진당 위상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분석과 함께 이 전 대표에 버금가는 카드가 없는 한, 홍 최고위원에게 유리한 게임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