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동성애 커플의 ‘어긋난 사랑’ 전말

2011.11.21 12:15:00 호수 0호

“왜 딴 놈한테 몸 팔아!” 다툼 끝에…‘푹’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동성애’는 어느새 우리 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거리낌 없이 안방극장을 드나들고 있고, 대학에서도 각종 동아리란 명목으로 활동하는 동성애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거 오랫동안 동성애는 일종의 질환이나 성적 변태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 들어서 새로운 이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당당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 어쨌든 동성애가 어두운 지하실을 나와 밝은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나 아직까지도 동성애가 완전히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동성애 커플’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 준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바람 피우고 폭력…동거하던 동성애인 살해
사체 은닉 39일만에 자수… 3년6월 실형


20대 남성 동성애 커플이 7년이나 애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한 파트너의 ‘불륜’과 이에 대한 ‘질투’ 등이 폭력을 불러 이들의 동거 생활은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상황으로 끝나게 됐다. 이 두 남성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동성애자인 신모(27·남)씨는 2005년 10월 한 인터넷 동성카페를 통해 만난 한모(28·남)씨에게 호감을 느껴 연애를 시작했다.

한씨가 자주 주먹을 휘둘러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지만 지난 2009년 12월부터는 서울 강서구의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러나 한씨는 다른 동성애 남성들을 만나 성매매를 하며 돈벌이를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신씨는 올해 3월19일 한씨에게 불만을 털어놨고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신씨는 늦게 들어 온 한씨에게 “왜 나를 멀리하고 다른 동성애 남자들을 만나 성매매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냐”고 쏘아 붙였고 이에 화가 난 한씨는 신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한씨가 신씨의 뺨을 때리자 신씨는 “몸을 팔고 다니는 주제에 왜 때리냐”고 소리쳤다. 격분한 한씨는 주방에서 21cm 길이의 과도를 들고 와 휘둘렀다.

이를 피하려던 신씨가 베개를 들고 저항하는 사이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씨는 급히 칼을 집어 들어 한씨의 목을 찔렀고, 한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신씨는 한씨의 시신을 비닐봉투와 이불 등으로 싸서 오피스텔 보일러실에 넣고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올해 4월25일 경찰에 자수했다.

이에 재판부는 신씨가 동성 애인으로부터 동거 중 잦은 폭력에 시달렸으며 의도적 살인 목적이 없는 가운데 살해가 이뤄졌다는 ‘참작동기 살해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씨가 살해를 하고 시신을 은닉한 점은 죄질이 무거우나 평소 동성애 상대방에게 잦은 폭력을 당했던 점과 수년간 상대방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유족들과 합의한 점을 감안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에는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두 여자의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4월21일 오후 9시50분께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동성애자 나모(24·여)씨는 이날 오후 자신이 좋아하는 김모(30·여)씨의 집 앞에서 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1주일째 나씨의 전화를 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각, 김씨와 사귀다 3개월 전 헤어진 박모(34·여)씨도 김씨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집 앞에서 서로 ‘연적’으로 만난 두 여성은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였고, 순간 이성을 잃은 나씨는 자신의 차량에 있던 식칼을 가져와 박씨의 목 부위를 세 차례 찔렀다. 식칼을 던져두고 도망친 나씨는 다음날 오전 3시15분께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자수했다.

살인까지 부른 ‘비극’

인천지법 형사1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자신과 사귀던 동성애인의 전 애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나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범행 당시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범행 경위, 흉기의 종류, 공격의 부위 및 반복성 등에 비추어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질투’에 눈이 먼 동성애자간의 비극. 이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번져 가고 있는 ‘레인보우(무지개·동성애의 상징) 커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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