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영화 <너는 펫> 인격모독 논란

2011.11.14 09:35:00 호수 0호

“나는 집 지키는 개가 아니야”…남자들 뿔났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남자들이 제대로 뿔났다. KBS2 <개그콘서트> ‘애정남’에서 남자를 사람이 아닌 검은 동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애완동물(영화 <너는 펫>)로 묘사해 남성 인격을 모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남성연대는 영화 개봉 전부터 성을 비하했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격 비하논란이 확산되며 네티즌들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주인과 남성 애완동물의 관계를 남녀 사랑의 일부로 포장하는 것을 두고 불편한 심경을 전하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영화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돼 네티즌들 사이 찬반논란이 뜨겁다.

찬성측 “남자를 개 취급하는 영화 만들어서 돈벌이 하냐”
반대측 “즐기자고 만든 영화… 왜 다큐로 보는지 모르겠다”


요즘 혼자 살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사람’이 애완동물처럼 있어준다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판타지와 현실의 미묘한 경계선, 영화 <너는 펫>은 일본 만화가 오가와 야요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외모, 능력 등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연애에는 서툰 여주인공 지은(김하늘 분)이 상자 속에서 발견된 정체불명 강인호(장근석 분)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다.



“이건 인격모독이야”

실제 영화 속에서는 지은의 펫이 된 강인호가 은이가 키우던 강아지 ‘모모’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모습들이 꽤나 적지 않다. 은이는 인호를 ‘모모’라 부르며 실제 애완견을 대하듯 재롱을 요구한다.
 
‘손’이라고 하면 자신의 손에 손을 올리게 하고, ‘빵’이라고 외치면 쓰러져 뒹구는 액션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강아지 목걸이를 실제 액세서리로 걸어주기도 한다.

이에 남성연대는 남성을 ‘애완견’으로 설정해 여성 주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두고 남성 인격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남성연대는 홈페이지에 장근석, 김하늘 주연 <너는 펫>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게시자는 10일 개봉 예정인 영화 <너는 펫>에서 여성이 ‘주인님’으로 남성이 ‘개’로 표현돼 두 사람의 관계가 주인과 애완동물의 것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만약 ‘펫’ 역할을 여성이 했더라면,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고 애교부리는 영화였다면 그래도 이 영화가 로맨스와 멜로가 충만한 영화인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개처럼 말 잘 듣는 남성을 상상하며 즐거웠다면, 개처럼 남성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상상도 해봐라.”라며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은 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주장했다. 더불어 사랑은 상하의 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이 존엄과 가치를 가진 상호 평등한 존재라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일임을 강조했다. 또한 재미를 위해 누군가의 인격이 모독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확고히 하며, “좋은 영화를 가려보는 작은 지혜가 당신의 머릿속을 청결하게 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때 아닌 ‘인격모독 논란’에 휩싸였지만 영화는 지난 10일 정상적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재미있긴 했지만 보고 나니 꽤 기분 나빴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 또한 막장극과 다를 게 없더라’, ‘남자라면 결코 유쾌할 수 있기 힘든 영화’라는 후기들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역시 찬반 양측으로 갈라져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이디 qkdltbtb***는 “남자를 개 취급하는 영화 만들어서 자기네만 돈벌이하면 다입니까? 그로 인한 사회적인 책임이나 파장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라면서 “저 영화를 보고 저런 환상을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또 여러 기업들의 마케팅까지 겹쳐져서 그런 것을 당연시 여기는 풍조마저 조장된다면 이미 땅에 떨어져 있는 이 땅의 남성 인권은 아예 지하로까지 파고들어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영화내용을 비판했다.

또 다른 아이디 lees1***도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 상대방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행동,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 등은 말 그대로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다”라고 불쾌한 시선을 내비쳤다.

“영화는 영화일 뿐”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디 yun08***는 “이 영화가 인격모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는펫>의 원작을 읽어나 봤는지 모르겠다”며 “남성을 펫의 이미지로 구현하긴 했지만 남성을 ‘개’처럼 부려먹고 ‘개’처럼 비하하지도 않는다. 남성들이 이렇게까지 반응해야 하는 영화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이디 emotion*** 역시 “가상의 일을 상상해 만든 영화에 ‘인격모독’이라는 주장은 너무 터무니 없다”며 “특히나 ‘문화 콘텐츠’ 라는 음악, 영화 같은 부분에서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상한 집단들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가중시키는 모습이 불편할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번쯤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듯 하다”,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라는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아이디 ssun***는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영화는 판타지 이다’라는 말들도 맞지만 실제로 영화 한 편이 세상에 미치는 파급력은 굉장하다”라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영화를 단순하게 재미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문제는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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