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 인분 투척 사건 전말

2011.11.14 09:25:00 호수 0호

“정치에 불만 많다” 국회에 X 뿌리고 분신 시도

[일요시사=이혜경 기자]누군가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 또는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서 오물을 던지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오물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달걀에서부터 인분까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필사항쟁의 의지로 분신자살 시도가 이뤄지곤 하는데 오물 투척과 분신 시도 두 가지 일이 한꺼번에, 그것도 민의의 정당인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벌어져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 이런 소동을 벌였는지 살펴봤다.

본관 건물 정문 앞 횡단보도에 인분 20리터 뿌려 
박희태, 홍사덕과 면담 요구하며 시너로 분신 시도 
  


지난 7일 낮 12시경 국회 본청 앞 횡단보도에는 인분 냄새가 진동하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치 현실에 불만을 품은 박모씨(55)가 자신의 차에서 인분이 담긴 페인트 통을 내던진 것이다. 박씨가 강원도 동해시 자택 화장실에서 직접 퍼온 인분이었고 양도 20리터로 상당했다.

현실 정치에 불만 품어

인분을 담은 비닐봉지가 터지지 않자 박씨는 차를 몰고 한 차례 돌아 터뜨렸고 국회 밖으로 도주하려다 국회 정문에서 방호원에게 제지당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을 만나게 해 주지 않으면 몸에 불을 붙이겠다”며 20분간 자살 소동을 벌였지만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뒤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다.

박씨의 차 안에서는 그가 미리 인쇄해 온 A4용지 10여 장이 발견됐다. 이 용지에는 “서민들은 빚 독촉에 자살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신용불량과 실업자로 내몰리는데 국회는 대책을 마련할 생각을 하지 않고 싸움만 한다”는 A4 한 장 분량의 글이 복사돼 있었다.

박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의 이유로 “며칠 전 5·18 유공자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서민을 외면하고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 화가 나 인분을 뿌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박씨는 현재 강원도 동해에서 주방가구 대리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1996년 버스 10대를 가지고 직원 26명이 있을 정도로 큰 관광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인근 지역 외부 출입이 4개월간 제한되면서 빚을 지고 사업이 부도났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가 군의 피해보상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데 불만을 품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박씨가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 경찰은 “박씨가 자신이 한때 홍 의원의 선거운동원으로 일한 인연이 있어 홍 의원을 만나 피해보상을 하소연하려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사덕 의원 측은 “그런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잠수함 피해 지원금 3억7000만원을 받기로 돼 있었는데 이를 군 당국이 차일피일 미뤘다”며 “내 삶은 그 이후로 파탄이 났는데 국회에선 만날 싸우기만 해 서민이 죽을 지경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지난달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벌금이 부과됐는데 벌금을 늦게 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며 “생계에 직결된 문제인데 벌금을 늦게 냈다고 면허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면허를 취소당한 박씨는 이의신청을 내고 받은 임시면허증으로 차를 몰아 동해시에서 국회까지 인분을 싣고 올라온 것이었다.

경찰은 박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혐의가 심각한 것도 아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2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 뒤 집으로 돌려보내며 사건은 일단락 됐다.

보상 문제로 앙금

국회 인분투척 사건이 알려지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국회 현안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보상 문제와 면허 취소에 불만을 품은 한 시민의 해프닝으로 마무리 돼 국회 당사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특히 면담을 요구한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라 여권의 놀라움은 더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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